선업을 따라 다녀
명나라 세종 때 보은사 주지 스림은 말 한 필을 길러 마을에 볼 일이 있으면 그 말을 타고 오고가며 항상 법화경을 독송하였다.
그 마을의 한 여인이 아이를 베었는데 하루는 꿈에 큰 말이 방으로 들어오면서, 저는 보은사 주지스님이 기르시는 말이데 인간으로 태어나서 불도를 구하고자 합니다 하였다.
얼마 후 여인은 아들을 낳았는데 전일의 꿈이 하도 이상하여 사람을 보은사로 보내 알아보았더니, 과연 아이를 낳던 그날 그 시간에 주지 스님이 타고 다니던 말이 죽었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탈 없이 잘 자란 후 여인은 주지 스님에게 꿈 이야기를 하고 아들을 출가시켜, 스님은 그를 상좌로 삼게 되었다.
그런데 몇 해를 두고 가르쳐도 상좌는 머리가 둔해서 도무지 공부가 늘지를 않았다. 그래서 스님이, 네가 전생에 축생의 업보를 받아 익힌 것이 없어서 그렇구나. 그럼 전생에 많이 들은 법화경이나 익히도록 해보자 하고 법화경을 가르쳐 주었더니 상좌는 단 한번을 듣고 법화경 일곱권을 모두 환히 외워버렸다.
스님은 다음과 같이 법구경을 읊었다.
‘방금 짜낸 소젓은 싱싱하듯 재에 묻힌 불씨는 그대로 인듯 지은 업은 당장은 안 나타나지만 그늘에 숨어 있어 그를 따른다.’
그 뒤 스님이 어떤 곳에 갔더니 호수가 있고 호숫가에서 어떤 스림이 법화경을 읽고 있는데, 개구리 한 마리가 그 경을 읽는 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다가 꿇어앉아 머리를 숙이고 선정에 들어가더니 그대로 죽어버렸다.
당나라의 수아법사는 말하기를, 이는 부처님의 뜻이요 조사의 골수이며 내 마음의 경이다. 눈을 감고 명심하여 자세히 들으라. 제호의 맛이 좋아도 뱃속에 들어가면 곧 벌레다. 어찌 제호의 맛에 취하여 공부하지 않고 잠을 잘까보냐. 이치에 통달하라 하였다.
12/9/2014 10:11:51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