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경 개요

1. 가장 한국적인 경전

1) ‘천수경(千手經)’은 한국불교의 역사적 특징과 철학적 우수성을 잘 보여주는 경전입니다.

2) ‘천수경’은 우리 조상들이 편집한 우리 나라 고유의 경전으로 한국불교의 독자성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3) ‘천수경’은 우리 민중의 애환과 고난을 함께 해 왔으며 지난한 우리민족의 역사를 통해 민족의식 속에 깊이 내면화된 경전입니다.

4) ‘천수경’은 현재에도 가장 많이 읽고 외우는 경전의 하나로 사찰에서 행하는 의식이나 법회 때에는 반드시 독송하는 기본 경전입니다.

5) ‘천수경’은 단순히 복을 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윤리적 실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2. ‘천수경’의 편찬 과정

㉠ 천수경의 핵심
‘천수경’은 밀교계통의 경전으로 그 핵심은 다라니(Dharani)입니다. 바로 이 다라니가 등장하는 부분을 살펴보면 ‘천수경’이 편찬되는 과정을 알 수 있습니다.
㉡ 천수 다라니가 등장하는 초기문헌
신라의 의상스님이 지은 [백화도량 발원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오고 있습니다.

“온 누리 일체중생들이 대비주(大悲呪)를 독송하고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염하여 원통삼매에 다같이 들기를. . .”

또 [삼국유사]의 ‘대산오만진신조(臺山五萬眞身條)’에 보면 ‘천수주(千手呪)’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상의 문헌들을 볼 때 천수주는 이미 삼국시대부터 널리 독송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공식적인 ‘천수경’의 편찬
천수주는 비록 신라시대부터 등장하고 있지만 오늘날 우리가 독송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형식의 ‘천수경’은 조선시대에 편찬됐습니다. 조선 성종 7년(1476)에 최초로 [천수천안광대원만무애대비심대다라니경]이 간행되어 오늘날 독송하는 ‘천수경’의 모체가 되고 있습니다.

㉣ 집단 편찬의 산물
서산스님(1520~1604) 이후 조선 중기로 접어들면서 불교계에서는 진언집, 의식집 등의 편집이 활발해 집니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천수경’도 집단 편찬 과정을 거쳐서 오늘날 우리가 독송하는 ‘천수경’으로 탄생하게 됐습니다. ‘천수경’은 이처럼 한 사람에 의해 편찬된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 의해 집단 편찬 과정을 거치면서 민족적 성격이 강하게 가미되었습니다.

3. ‘천수경’의 전체적 구조

분류(十門) 천수경의 내용
1. 개경(開經) 정구업진언 ~ 개법장진언
2. 계청(啓請) 천수천안 ~ 소원종심실원만
3. 별원(別願) 나무대비관세음 ~ 자득대지혜
4. 별귀의, 소청(別歸依, 召請) 나무관세음 ~ 아미나불
5. 다라니(陀羅尼) 신묘장구대다라니 . . .
6. 찬탄(讚歎) 사방찬, 도량찬
7. 참회(懺悔) 참회게 ~ 참회진언
8. 준제주(准提呪) 준제공덕취 ~ 원공중생성불도
9. 총원(總願) 여래십대 발원문. 사홍서원
10. 총귀의(總歸依) 삼귀의

4. ‘천수경’의 구조에서 보이는 특징

㉠ 별원(別願)과 총원(總願)
‘천수경’에는 별원과 총원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별원은 개별적이고 특수한 것을 말하고 총원은 전체적이고 보편적인 것을 말합니다. 또 총귀의는 삼보에 대한 전체적 귀의를 의미하는 것이며 별귀의는 관세음보살을 중심으로 보살 한 분 한 분에 대한 개별적 귀의를 뜻하는 것입니다.

㉡ 별원(別願)에서 총원(總願)으로
‘천수경’은 전체적인 구조에서 보이듯이 개별적인 소원의 성취를 비는 별원에서 전체적이고 보편적인 발원인 총원으로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이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신앙에서 출발해서 보다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신앙으로 승화되어 가는 구조입니다.

㉢ ‘천수경’의 중심은 다라니
‘천수경’은 다라니(Dharani)를 중심축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중심으로 해서 그 앞 뒤로 ‘천수경’의 내용들이 배열되고 있습니다.

㉣ 육행(六行)의 구족
‘천수경’의 핵심은 물론 다라니입니다. 그러나 ‘천수경’은 단순히 다라니만을 지송하는 차원을 넘어 대승불교의 기본적 수행인 육행을 구족하고 있습니다. 육행이란 대승불교의 여섯 가지 실천으로 기도, 발원, 귀의, 송주, 찬탄, 참회를 말합니다.

㉤ 오문(五門)의 구족
‘천수경’은 또한 다섯 가지 실천문을 모두 구족하고 있습니다. 오문이란 예경문, 공양문, 참회문, 발원문, 지송문을 말합니다.

5. 관세음보살님의 경전

㉠ 천수천안
‘천수경’의 천수(千手)는 천수천안(千手千眼)의 약칭입니다. 즉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을 갖고 계신 관세음보살님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관세음보살님은 천의 눈으로 중생들의 아픔을 보시고 천의 손으로 중생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고 마침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시는 자비의 어머니입니다. ‘천수경’은 바로 자비의 어머니인 관세음보살(Avalokitesvara)이 말씀하시는 경전이며, 관세음보살을 말하는 경전이며, 관세음보살에게 말하는 경전입니다.

㉡ 보문시현
흔히 석가모니불을 ‘사생의 자비로운 아버지(四生慈父)’로 표현하는데 반해 관세음보살님은 자비로운 어머니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세음보살 보문품’에는 관세음보살님을 서른 두 가지의 모습으로 나투시는 ’32응신(應身)’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중생의 근기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투시기 때문에 ‘보문시현(普門示現)’이며 어떤 특정한 성(性)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 자비로운 어머니
관세음보살님은 중생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투시기 때문에 성을 초월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어머니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보다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가 자비심을 표현하기에 더욱 호소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세음보살님은 “중생을 마치 어머니가 강보에 싸인 갓난 자식을 돌보듯 연민한다(哀憫衆生如赤子)”라고 말합니다.

㉣ 관세음과 관자재
관세음(觀世音)보살은 산스크리트어 Avalokitesvara의 한역입니다. 이 말은 관자제(觀自在), 광세음(光世音), 관세자제(觀世自在), 관세음자재(觀世音自在) 등으로 번역됩니다. 구마라습이 번역한 구역에서는 ‘관세음(觀世音)보살’로 번역됐지만 현장스님이 번역한 신역에서는 ‘관자재(觀自在)보살’로 번역되고 있습니다.

이 두 번역은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독송하는 반야심경은 현장스님이 번역한 신역본이기 때문에 ‘관자재보살’로 불립니다. 그렇지만 천수경에서는 구마라습 삼장이 번역한 관세음보살로 불리고 있습니다.

관자재(觀自在)란 ‘보는데 자유롭다’는 뜻이고 관세음(觀世音)은 ‘세상의 소리를 본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번역 가운데 세상의 소리 즉, 구원을 바라는 중생의 소리를 어느 곳, 어느 때고 자유롭게 본다는 뜻을 가진 구마라습 삼장의 번역이 의미상으로는 더 이해가 쉬운 번역이라 할 것입니다.

㉤ 관세음보살의 위신력
관세음 보살은 중생의 근기에 따라 32응신(應身)으로 나투시며 그 모습에서 자유롭습니다. 또 중생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없애주는 14 가지의 힘(十四無畏力)을 가지고 계시며 네 가지의 불가사의한 덕(四不思議德)을 갖추고 계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세에는 이같은 신통력(神通力)과 위신력(威神力)으로 중생들을 보살피시고 사후에는 아미타불이 계신 서방정토 극락세계로 중생을 인도하시는 보살입니다. 이같은 관세음 보살님의 위신력은 다음과 같이 찬탄되고 있습니다.

觀音妙智力 관음보살의 오묘한 신통력은 
能救世間苦 능히 세상의 고통에서 구하시네.
具足神通力 신통력을 두루 갖추시고
廣修智方便 지혜의 방편을 널리 닦아 
無刹不現身 이 세상 어디라도 나투시지 않는 데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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