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에대하여/
지광스님
◆ 부처님의 가르침에 보면 사람이 1천겁정도 함께 마음을 모아 살게 되면 같은 국토에 태어나게 된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한두 겁이 아니라 일천 겁 정도 함께 마음을 맞대고 살고 손을 맞대고 살면 같은 국토에 태어날 인연을 짓게 된답니다.
그 다음에 한 천겁 정도 함께 살게 되면 하루 동행을 하게 될 기회가 오게 되고, 한 3천겁 정도 전생부터 많은 세월을 보내면 하룻밤 정도 함께 자는 인연을 짓게 된답니다.
그 다음에 4천겁정도 함께 살게 되면 한 마을에 태어나게 된답니다.
그러므로 한 마을과 한 동족으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 한 4천겁 정도의 인연이랍니다.
그 다음에 5천겁정도의 인연이 되면 바로 이웃에 태어나게 되고, 6천겁 정도의 인연은 하룻밤을 동침하게 된답니다.
이른바 남녀관계를 맺게 된다는 것으로 부부가 되는 인연과는 약간 패턴이 다릅니다.
7천겁정도 함께 인연을 맺고 살게 되면 한집에 나서 살아가게 된답니다.
형제나 자매로, 또 한 8천겁을 같이 부근에 살게 되다보면 부부로 만나게 된답니다.
그러므로 부부의 인연이라는 것은 보통 인연이 아닙니다.
한 겁은 보통 연월일로서는 헤아릴 수 없는 대단히 길고 아득한 시간입니다.
또 부부보다 한 단계 더 진한 인연을 불교에서는 형제자매라고 합니다.
같은 배를 타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9천겁정도 인연을 맺고 살게 되면 형제자매가 되어서 살게 된답니다.
태어날 때부터 형제자매는 인연이 있는데 아내나 남편은 그 후에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1만겁 정도가 되면 부모로 오게 된답니다.
그리고 스승과 제자의 사이로 오게 된답니다.
이런 이야기는 인과경에 나옵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부모로 만난다든지, 사제로 만난다든지 형제자매로 만난다든지, 부부로 만난다든지 한집에 사는 인연, 하룻밤 인연 한 이웃이라든지, 이렇게 하루 동행하게 되고 한 국토에 나게 되는 것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1만겁 이상의 세월동안을 살게 되면서 끊임없이 내가 마음과 마음을 내서 그렇게 형성해온 세계가 바로 내 주변의 세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내 주변의 세계는 내가 쌓아온 것입니다.
내가 저 먼 과거로부터 나의 일신상, 내 형제 자매 일가친척 모든 사람들 그리고 내가 이 땅에 태어나게 되는 것까지도 모두가 다 저 먼 과거로부터 인연이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외부에 이렇게 그려져 있는 세상이라고 하는 것은 전부다 내 마음의 그림자이고 내 마음이 그린대로 그려진 세상이라는 것을 우리가 생각해 볼 수가 있습니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세상들은 모두가 다 내 마음의 내부에 그 원인이 있던 그림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자기의 마음자리와 가지의 삶의 근본적인 세계를 분명히 파악하려고 한다면 지금 내 주변에 어떤 상황이 전개되고 있으며 어떤 사람들이 포진해 있으며 그리고 내가 그 속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이런 점을 가만히 관조해 보아야만 할 것입니다.
그러면 나의 전생의 모든 내용들을 나름대로 읽을 수가 있습니다.
우리 삶의 절대 절명의 원리 가운데 하나는 외부에 초래된 모든 상황들은 전부가 다 다겁 생래 인연을 지어온 내 마음의 내부에 자리한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물질세계라고 하는 것은 전부 다 그림자와 같은 세계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좋지 못한 상황에 처해있거나 좋은 상황에 처해 있거나 하는 것들은 전부다 저 먼 과거로부터 내 마음의 파장이 그린 세계들입니다.
마음은 위대한 에너지이며 마음은 위대한 형성력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