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바람이고 구름인 것을

누가 날더러 청춘이 바람이냐고 묻거든

나, 그렇다고 말하리니

그 누가 날더러 인생도 구름이냐고 묻거든

나, 또한 그렇노라고 답하리라.

왜냐고 묻거든 나, 또 말하리라.

청춘도 한번 왔다 가고 아니오며

인생 또한 한번가면 되돌아 올수 없으니

이 어찌 바람이라, 구름이라 말하지 않으리요.

오늘 내 몸에 안긴 가을 바람도

내일이면 또 다른 바람이 되어

오늘의 나를 외면하며 스쳐가리니.

지금 나의 머리위에 무심이 떠가는 저 구름도

내일이면 또 다른 구름이 되어

무량세상 두둥실 떠가는 것을

잘난 청춘도, 못난 청춘도

스쳐가는 바람 앞에 머물지 못하며

못난 인생도, 저 잘난 인생도

흘러가는 저 구름과 같을 진데

어느 날 세상 스쳐가다가

또 그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 가는 생을 두고

무엇이 청춘이고 그 무엇이 인생이라고

따로 말을 하리까.

우리네 인생도

바람과 구름과 다를 바 없는 것을.

경허선사 ‘경허록’ 중에서. 월간 반야 2012년 6월 139호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