臨溪茅屋獨閑居 임계모옥독한거 시냇가 띠집에 한가롭게 홀로사니
月白風淸興有餘 월백풍청흥유여 달은 밝고 바람 맑아 흥취가 남아돈다.
外客不來山鳥語 외객불래산조어 바깥손님 오지 않고 산새만 지저귀니
移床竹塢臥看書 이상죽오와간서 대숲으로 평상 옮겨 드러누워 책을 본다.
때로는 사람들이 숨어 사는 은자(隱者)들을 동경하는 시절도 있었다. 안빈낙도를 즐기며 지조와 절개를 굽히지 않고 초연히 자기 삶을 부귀영화 밖에서 살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떤 면에서 오늘날의 사회풍조를 보면 이런 사람들은 고준한 삶의 정신이 더욱 빛나 보이는 모범이 있는, 삶의 견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시는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자 학자였던 야은(冶隱) 길재(吉再1353~1419)의 시다. 어려서 고향인 선산의 도리사에서 글공부를 한 인연이 있는 야은은 학문을 좋아하였다. 려말(麗末)의 충신 정몽주 이색과 더불어 삼은(三隱)으로 불려진 사람으로 조선조의 학자 김숙자, 김종직,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로 이어지는 학통을 세운 대학자로 높이 평가 받는다. 인품이 고매한데다 효심이 지극하였고, 청빈한 생활을 하면서 남에게 공손한 예를 철저히 지킨 당대의 사표가 되는 큰 덕망을 지녔던 인물이었다.
요산 지안 큰스님 글. 월간반야 2007년 7월 제8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