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반좌(分半座) 그늘 아래

기축년 윤오월,

황포돛배 타고 낙화암 간다

마음 급한 코스모스 앞세우고

틈새마다 끼어 있을 부여융의 허리끈 찾으러 간다

고란수 한 잔 청해, 달게 마시고

말없는 백마강, 말없이 내려다본다

의자왕도 태자 융도 일만여 명의 백성과 소정방도

아득한 저쪽 세월로 봉인된 시간 속에

말없이 묻히고

흔적 또한 찾을 길 없다

황포돛배에 몸 싣고 구드래 나루터로 돌아오는 길

온갖 설움들 모여

향기롭게 꽃을 띄운 강물 위에

햇빛이 마른자리를 내어준다

그 옛날 그분이 다자탑전(多子塔前)에서

흔쾌히 자리를 내어주시듯

그리움의 발자국 수없이 난 길을 걸어

궁남지 연밭길 에돌아 나오니

하얀 꽃잎마다 인욕선인이 가부좌 틀고 앉아 계신다

그분이 내어주신 분반좌(分半座) 그늘 아래

안타까운 마음길만 내려놓은

기축년 윤오월.

文殊華 하영 시인 글. 월간 반야 2009년 11월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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