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고최이명 擊鼓催人命 북을 쳐 사람의 목숨 재촉하는데
회두일욕사 回頭日欲斜 돌아보니 해가 서산에 지려한다.
황천무일점 黃泉無一店 황천에는 주막도 하나 없다 하는데
금야숙수가 今夜宿誰家 오늘 밤엔 뉘 집에서 잠을 잘까나
이 시는 사육신의 대표적 인물인 성삼문(成三問1418~1456)의 수형시(受刑詩)이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 죽음에 임하는 담담한 심정을 읊어 놓았다. 형 집행의 카운터다운이 시작되어 북소리가 울리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해도 서산에 기울여 사양(斜陽)이 형장까지 쏟아지는데, 속절없이 황천객이 될 자신의 신세를 두고 오늘 밤 뉘 집에서 자고 갈까하는 어이없는 독백이 읽는 이의 마음마저 쓸쓸하게 만든다.
성삼문은 대의명분을 위해 죽음을 무릅쓴 만고의 절사(節士)로 숭앙을 받는 인물이 되었다. 일찍이 과거에 응시 장원급제를 한 적이 있는 그는 세종의 특별한 총애를 받으며 집현전 학사로 뽑혀 정인지 신숙주 등과 훈민정음 창제를 도왔으며, 학문에 깊은 연구를 하였다.
나중에 세조가 단종을 폐위 왕위를 찬탈하자 도총관을 지냈던 아버지 성승(成勝)과 함께 단종 복위를 위해 거사를 도모하다 밀고로 발각되어 나머지 사육신과 함께 처참한 참형을 당한다. 39세를 일기로 생애를 마친 그는 형제와 아들들마저 몰살을 당하는 멸족의 화를 입고도 만고의 지조 있는 절사로 우뚝 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