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고통

교회나 절에 와서 기도하는 사람들은 뭔가를 구하는 마음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명예, 돈, 아이들 장래, 더 좋은 연인, 집, 직업…

하지만 실제 이런 것들은 기도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우주가 그런 식으로 운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총선거는 한 선거구에 적게는 2~3명, 많게는 7~8명씩 나온다. 그 중 당선되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나머지 후보자들은 몇 년 동안 열심히 벌어서 모은 돈을 한꺼번에 투자하고 가족들까지 선거운동에 동원하지만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게 된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고통이 찾아오는 것이다.

몇 년 전에 돈 한푼 없으면서도 높은 이자의 돈을 빌려 친인척들까지 동원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는 그만 1등과 다섯 표 차이로 떨어지고 말았다. 채무자들과 친인척들이 몰려와 그에게 빚 갚으라고 아우성을 쳐댔다.

그는 자살하고 싶었지만 약 살 돈조차 없었고, 결국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렸다. 돈 들이지 않고 죽고 싶다는 소원을 실현한 셈이었다.

시험에 떨어진 사람, 경기에 진 사람, 사업에 실패한 사람의 고통이 어찌 이보다 못할 것인가. 자살할 용기가 없으니 죽지 못해 사는 것이다.

고통 그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고통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어떤 고통은 우리에게 상처를 주지만 강하게 노력하는 마음이 있으면 도움을 주는 고통도 있다.

언젠가 한 미국인 학생이 나에게 상담을 해왔다.

“선사님, 괴로움이 있는데요.”

“무엇입니까?”

“저는 멋있는 여자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돈도 많이 벌고, 좋은 직업도 갖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제 능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참선한다고 앉아 있으면 저는 계속 이런 생각만 들어요. 여자 친구, 돈, 직장, 여자 친구, 돈, 직장…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겉으로는 불경을 외면서도 속으로는 계속 여자 친구, 돈, 직장만을 되뇝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더 크게 내가 원하는 것들이 내 안에서 울려 퍼집니다. 고통스러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사실 참선 수행이 잘 먹혀들지 않는다. 마음속에 집착이 보물처럼 들어 있어서 다른 아무 것도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게 오히려 이렇게 조언했다.

“지금보다 더한 고통이 필요합니다.”

그러자 학생은 당혹스런 표정이 되었다.

“더 많은 고통을 겪으라니요. 저는 이미 무척 힘듭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더 많은 고통을 겪으면 여자 친구도 생기고 돈도 벌고 좋은 직장도 생길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매일 1천 배를 하고 관세음보살을 5천 번씩 외세요.”

“과연 그렇게 하면 제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을까요?”

“중국 속담에 이열치열, 이한치한이라는 말이 있지요. 고통은 고통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지금 힘들어 하고 있지만 그 고통은 깨끗하지 않은 것입니다. 1천 배를 하고 관세음보살을 외는 것도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깨끗한 고통입니다. 고통을 다른 고통으로 치료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본래 당신의 고통은 사라지고 지혜가 생길 것입니다.”

그 학생은 내 말을 따라 1백 일 동안 열심히 절과 염불 수행을 했다. 결국 그는 나중에 거짓말처럼 훌륭한 여자 친구와 새로운 일자리가 나타났고, 돈도 많이 벌게 되었다.그 학생은 뭔가를 ‘구하기’ 위해 열심히 수행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수행의 본질, 생각의 본질, 고통에 신음하는 마음을 본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일단 수행이라는 약을 먹으면 올바른 수행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는 그의 병을 고치기 위해 그의 병을 ‘이용한’ 것이다. 이것을 ‘법 사탕’(Dharma candy)이라고 부르고 싶다.

1백 일 수행이 끝난 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수행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수행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바로 당신의 참 자아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일단 그가 수행을 시작했기 때문에 한 단계 높은 가르침이 가능해진 것이다.

사실 이 학생에게 준 가르침은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8만 4천 가지 각각의 고통마다 모두 다른 약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여러분들 중에도 뭔가 얻거나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열심히 절을 하고 염불을 하고 참선 수행하라. 그렇게 하면 다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은 얻고 싶은 것을 얻지 못하면 상심한다.

그러나 실제로 무엇을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저 바라기만 할 뿐이고, 언제나 현실을 고통스러워하면서 정처 없이 방황하기만 한다.

그러나 참선 수행하는 사람들은 결국 그들의 참 자아를 발견해 완벽하게 다른 생명들과 일치되는 삶을 살 수 있다. 참 자아를 얻는다면 모든 것을 얻는 것이다.

자! 여러분은 어느 길을 택하겠는가?

우리는 스스로 만든 작은 세계에 갇혀 산다. 마치 모기가 작은 병 속에 들어가 ‘앵앵’ 탈출구를 찾듯, 모든 인생은 이 고통의 연옥(煉獄)에서 헤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자기 마음속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들이 자유로운 인생을 사는 데 방해가 된다. 연옥에서 빠져 나오려고 발버둥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감각에 더욱 집착한다. 무상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고통은 스스로 만든 것이다.

“늙는 게 싫어.”

“그와의 관계는 끝났어. 너무 비참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니 믿어지지 않아.”

이 세상이 결국 무상하다는 것을 알면 고통에서 헤어나올 수 있지만 모르면 집착하게 된다. 그 결과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계속 고통을 만들어가면서 살 뿐이다.

崇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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