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

귀뚜라미 우는 벽산루의 비 오는 밤
은근히 고향 생각 머리를 쳐드네

세상만사 뜬구름인데 무엇이 참됨이며
백년이 흐르는 물 부평 같은 삶일세

억지로 모이기 힘들어 오늘도 늦었고
무단히 모였다 헤어진 지 몇 해나 되었던고

백발도 슬프거니 이별 또한 어이 하며
그대 가고 나면 나 혼자 어이 하리

청암사 조실 만우당 스님과 작별하며 쓴 전별송이다.

그때 경허스님은 헤어지고 만나는 것이
인간에게 있어 필요악임을 깨달았다.

세상만사가 그냥 띁구름이며 인생이란 부평초와 같은 것,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세월 때문에
늙고 병들고 만나지 못할 날이 있음이 슬프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 혼자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와로운 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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