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파에게
이렇게 한 번 만남도 하늘이 정해 준 인연인 듯
향기로운 머릿결에 장식 또한 아름답네
양대의 구름비는 조석으로 뿌리고
낙포의 기러기 용처럼 날으네
잎이 누렇게 되고 숲이 황폐하니 여름도 늦었고
맑은 연기는 물 파란 옛 성터 옆을 흐르네
이별이 너무나 아쉬워 술잔을 비웠네
뜬세상이지만 이 자리가 두고두고 여운을 남기리
‘운파’라는 기생의 별장을 찾아가서 쓴 시다.
연대는 분명치 않으나 세수 30대 후반인 듯 싶다.
특별히 운파라는 기생과 연(緣)을 맺은 것 같지는 않다.
스님이라고 해서 굳이 연을 맺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기생과의 이별에 대한 여운은 매우 짙다.
이미 스님에게 이 세상은 ‘뜬세상’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스님은 더욱 자신을 다스렸는지도 모른다.
가히 경허스님의 풍류는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