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스님─우리는 행복 속에 있다

우리는 행복 속에 있다

-지명스님-

사람들은 행복해지고 싶어한다.

육체적인 면이나 정신적인 면을 막론하고 괴로움보다는 즐거움을 누리려고 한다.

그러나 행복을 찾아헤매는 인간에게는 행복을 계속해서 느낄 수 없는 마취성이라는 것이 있다.

향내음은 처음 맡을 때만 느낄 수 있다.

계속해서 동일한 냄새와 같이 있으면 그 냄새에 마취되어서 느낄 수 없게 된다.

얼마 전에 오대산에 사는 도반스님 한 분이 산더덕 수십 뿌리를 선사했다.

한 개를 꺼내어 껍질을 벗기니 그 향기가 방 뿐만 아니라 마당까지 진동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그 향기를 맡을 수 있었지만 몇 분 지나서는 향기를 알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향기를 계속 해서 맛보려면 방 밖에 나가서 한참 지난 후에 다시 들어와야만 했다.

사람은 향기에만 마취되지 않는다.

모든 면에서 마취된다.

돈에도 마취되고 사랑에도 마취된다.

감옥에서 나온 장영자씨가 생활비가 부족해서 다시 감옥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

돈에 마취되어서 이미 가진 것에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연애시절에는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던져버릴 듯하던 사람들이 결혼 후에 성격이나 이상의 차이 등을 내세워서 이혼하는 것은 그들에게 사랑이 없어서 가 아니다.

사랑에 마취되어서 사랑을 맛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행복, 기쁨, 즐거움 등을 누리기 위해서 불행, 슬픔, 괴로움 등에 계속해서 드나들어야 하는 역설적인 운명에 처해 있다.

행복에 젖는 순간 행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행복감과 불행감 사이를 왕복해야 한다.

괴로움 속에서 다듬어진 사람이 아니면 즐거움을 알아볼 수 없다.

“당신은 행복합니까?” 하고 물을 경우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있게 “예”라고 대답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완전히 행복 하기보다는 비교적 행복하거나 비교적 불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제로 불행한가.

그러지 않다.

우리는 행복 속에 있다.

단지 그것에 마취되어서 알아보지 못할 뿐이다.

유마경의 서두는 이 문제를 이렇게 다룬다.

불타가 제자들에게 “마음이 청정하면 온 세계가 청정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제자가 불타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일찍부터 마음이 청정하셨을 터인데 어째서 이 세계가 청정하지 못합니까?” 그러자 불타는 대답했다.

“해가 떠 있는데도 소경이 해를 보지 못한다면 그것은 해의 허물이 아니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단지 그 행복을 알아보지 못할 따름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행복을 알아볼 수 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행복해지려면 불행을 피하지 않아야 한다.

기쁨을 얻으려면 슬픔에 잠겨야 한다.

즐거움을 얻으려고 고통을 곁에 두어야 한다.

그래서 석가는 왕궁을 떠났고 예수는 십자가를 짊어졌다.

평범한 시민인 우리가 그들의 길을 그대로 답습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나름대로 행복해지는 비결은 실천해야 하지 않겠는가.

2016년 05월 26일 불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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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데이트 : 2016-05-26, 11:24:13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