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암스님─ 왜 사람은 늘 같은 마음일 수 없을까요

왜 사람은 늘 같은 마음일 수 없을까요?

-서암스님-

사람의 마음은 시시각각으로 변합니다.

한동안은 좋게 생각을 냈다가도 조그만 어긋나면 서로 갈라지고 항상 마음이 변합니다.

그게 바로 중생심이지요.

그러나 우리가 수행을 잘 쌓으면 항상 하는 마음을 씁니다.

수행하지 않는 사람은 자기한테 이익이오면 좋은 마음을 쓰다가도 조금만 그사람이 해를 끼치면 변심해서 그 항상심이 없어져 버립니다.

우리는 항상심, 한결같은 마음이 정돈되어야 그 생활이 행복해 집니다.

수행이라는 것은 한결같은 마음, 그 사람이 나를 해칠 때나 나를 도와 줄 때나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그마음을 닦는 것입니다.

수행하는 마음이 없으면 항상 이해관계나 차별심이 생겨서 변동이 많습니다.

아침에 생각했던 마음이 저녁에 변하고 저녁에 생각 한 마음이 그 이튿날 또 마음이 변하고 자꾸 변합니다.

요새 모든 사람들이 친한 사람과 원수맺고 하는것도 그 변하는 마음때문입니다.

이 변하는 마음은 쓰지말고,한결같은 그 마음을 써보십시오.

그것이 생사를 초월하는 마음입니다.

우리가 온갖 망상과 사랑분별을 떨치고 정진에 들어가면 기멸이 없는 마음, 근본 마음을 보게 됩니다.

근본 마음을 놓쳐버리고 사는 중생들은 항상 그런 차별 속에서 시시각각으로 마음이 변합니다.

친한이가 원수로 변하고 원수가 또 친한 이로 변하는 이러한 것은 중생사회입니다.

그래서 중생사회가 혼탁해지고 투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남이 하는 일은 좋아보이는데 자기가 하는 일은 불만스러워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왜 그런지요? 중생사회가.

다 그렇지요.

자기 앞의 콩보다 남의 앞에 있는 콩이 더 곱게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남 하는 것은 다 좋아보입니다.

그러나 불법을 알고 보면 모든 이웃과 내가 둘이 아닙니다.

이웃이 잘되는 것이 내가 잘되는 것이고, 이웃의 불행을 볼 때 내 마음이 괴로운 것입니다.

전체를 하나로 보게 되면 내것이고 네것이고 나눔이 떠나서 내가 하는 일에 행복을 느끼고 그일을 천직으로 충실히 하게 되어 그런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항상 자기 자리와 남을 갈라놓고 보기 때문에 그런 피상적인 인생관을 갖게 됩니다.

근본적인 원리에서 자타가 없는 진리의 눈이 떠 질때 남이 하는 것이 좋아보이고 자기처하는 곳을 불쾌하게 여기는 생각이 사라집니다.

모든것은 우리 마음가짐에 있습니다.

자기 마음의 좋아하고 싫어 하는 그 초점을 돌이켜 보십시오.

어디서 미워하는 생각, 불만스런 생각, 그런생각이 일어났는가? 그것을 돌이켜보면 그런 생각이 사라집니다.

이것이 수행하는 방법입니다.

혜국스님─ 자신의 벽을 허물어라

자신의 벽을 허물어라

-혜국스님-

그럼 나 자신의 벽을 허물어버리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내가 누구인가’를 돌아 보아야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나로 알고 있는 내 몸과 마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정녕 진짜는 무엇이란 말인가? 먼저 부처님의 몸부터 이야기해 봅시다.

우리 중생들이 부처님의 몸을 볼 때에는 반드시 육신(肉身)과 법신(法身)의 두 가지 측면에서 보아야 합니다.

29세에 출가하셔서 80세에 열반에 드신 석가모니 부처님은 눈에 보이는 역사적인 부처님이요 육신불입니다.

그리고 말로 전하지 못하고 글로 기록하지 못하는 대우주 진리 그 자체인 부처님을 우리는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이라고 합니다.

이 비로자나불이 바로 석가모니불의 법신입니다.

우리 중생들 또한 육신과 법신이 있습니다.

업을 따라 태어났다가 얼마동안의 삶이 끝나면 죽는 몸이 육신이며, 이 육신을 끌고 다니는 주인공이 법신이요 비로자나불입니다.

자연 법신의 측면에서 보면 부처와 중생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으며, 내가 곧 그대로 부처입니다.

그런데 중생은 법신이 아니라 육신인 이 몸뚱이를 ‘진짜 나’라고 고집하며 살아갑니다.

내 자신의 몸뚱이를 내 것이라고 착각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몸이 내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이라고 하면,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싣고 가서 누구에겐가 팔아버리기도 하고, 어느 곳으로 데려가서 노예처럼 부려먹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의 몸은 남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나의 몸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 마음대로도 할 수 없지만 내 마음대로도 할 수가 없습니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나는 13세 되던해인 1961년에 해인사에 들어왔습니다.

그때는 모두들 나를 보고 귀엽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많이도 늙었습니다.

내 몸인지라 늙지말라고 했는데도 이렇게 늙었습니다.

아프지 말라고 했는데도 때때로 아픕니다.

가끔씩 법문을 할 때에는 목이 좀 시원하게 터져주길 바라는데도 목이 잠겨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죽지 말라고 그래도 언젠가는 죽게 됩니다.

내 몸뚱이는 내 것인지라 내 마음대로 되어야 하는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내 몸뚱이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데, 어찌 이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겠습니까? 내 몸뚱이라고 하는 ‘나’도 내 마음대로 못하는데, 어떻게 가족이 내 마음대로 되겠습니까? 만약에 가족이 내 마음대로 되기를 바란다면, 나 자신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상들을 내 마음대로 천도시키고자 한다면, 나 자신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내가 내 마음을 길들여서, 나 자신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때, 이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고 어떤 천도든 저절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과연 어떠한 원리에 의해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인가? 우주 자연의 진리 쪽에서 보면, 앞뒤가 어긋나지 않고 딱 들어맞게 되어 있습니다.

한 번 살펴보십시오.

이 한반도에는 경기도 쪽으로 흘러가는 한강이 있고, 전라도 쪽으로 흘거가는 섬진강, 경상도 쪽으로 흘러가는 낙동강이 있습니다.

이 세 강 중, 한강은 경기도를 흘러가는 동안 ‘한강’이라는 이름과 함께 나름대로의 흐름과 물맛을 지니 며, 섬진강은 전라도를 흘러가는 동안은 ‘섬진강’이라는 이름과 함께 독특한 흐름과 물맛을 지닙니다.

또 낙동강은 경상도를 흘러가는 동안 ‘낙동강’이라는 이름과 함께 나름대로의 흐름과 물맛을 지닙니다.

그러나 한강이든 섬진강이든 낙동강이든, 일단 바다에 흘러들어가고 나면 그 이름도 없어지고 고유한 흐름도 사라지며, 물맛 또한 짠맛이라고 하는 한 가지 맛[一味]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 마음의 문을 열어 바다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면, 받아들인 모든 것이 바다라고 하는 하나의 이름 속에서 한 맛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어느 아들이 애를 먹인다한들 받아들이지 못할것이 무엇이며, 어느 조상에게 서운한 마음이 있었다 한들 녹여버리지 못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내 마음 바다가 넓어진 만큼, 보리심(菩提心)을 발한 만큼, 우리의 잠들어있는 영혼이 깨어나는 만큼,가정의 평화가 더 크게 찾아들고 조상 천도가 이루어 지게 되는 것입니다.

조상의 천도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는 불자들은, ‘내가 지금까지 얼마만큼 나 자신을 천도했는가’를 다시 한번 돌아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저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에 사는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일으킬 수 있겠습니까? 없습니다.

왜 입니까? 너무 멀리 있고 나와 인연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까운 우리 가족에게는 서운한 마음도 갖게되고, 좋고 미운 생각들을 합니다.

왜 입니까? 너무가깝고 인연이 지중하기 때문입니다.

이 지구상의 같은 나라에 태어나 같은 성을 가지고 한 집안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이 되었다는 것은 보통의 인연이 아닙니다.

이것을 확률적으로 따질 때는 정말 엄청난 사건입니다.

또 한 생명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를 생각해 보십시오.

아버지의 몸에서 나온 2억의 정충 중에 어머니 자궁 속으로 들어가는 정충은 오직 하나의 생명입니다.

내가 잘났든 못났든 크든 작든, 2억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태어난 소중한 생명입니다.

만약 우리가 내 생명의 소중함과 인연의 소중함을 분명하게 안다면 영가들 또한 ‘아, 내가 정말 소중한 생명이요 소중한 인연 속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됩니다.

또 내가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 결코 행동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됩니다.

나쁜 짓은 자연히 멀리하게 되며, 착하고 보람된 일을 즐겨 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절에서 조상들을 위한 기도를 드릴 때에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아! 조상들이 그때 당시에 나에게 이러저러한 일을 해주셨는데, 나는 과연 조상들을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저 조상들은 형제간에 정말 화목하기를 바라는데,나는 이 집안의 일원이 되어 형제의 화목을 위해서 얼마만큼 마음을 쓰고 있는가? 내아들딸만을 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주법계가 환경오염에서 벗어나게 하여 저 맑은 물을 자자손손 먹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말 내 영혼을 깨우는 일인데, 나는 눈앞의 내 이익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게 될 때 저절로 다음과 같은 발원을 하게 됩니다.

‘아버지 어머니, 참으로 당신께서 바라시던 것을 내가 오늘 마음에 깊이 새겼습니다.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한 이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마음의 문을 열어 발원을 하고 보살행을 하게 되면, ‘나’라는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하고, ‘나’의 벽이 허물어지면 조상의 벽도 허물어집니다.

한 허공이 되고 하나의 바다가 되는 것입니다.

월간 [법공양]10월호에서

2016년 04월 19일 불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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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데이트 : 2016-04-19, 11:32:30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