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속의 섬

하동포구 모퉁이를 돌아 19번 국도,

섬진강 모래톱에 서면

나는 문득 바다가 된다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섬 하나 꺼내놓으면

바라만 보아도 가슴 아려 눈물 나는 윤슬,

함께 어울려 반짝이는

가리비 조가비 매생이들이 너나들이 하며

물보라꽃 높이높이 피워 올린다

이윽고 마흔아홉의 아버지

향기로운 윤슬 밟으며 나타나신다

사랑에도

발효의 시간과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고,

잊는 것에도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시던

아버지,

환하게 웃으며 등 내미신다

가까이 다가오는 수평선 자락 들어 올리면

작은 섬들이 파도소리를 내며 줄줄이 올라오고

누군가를 위해

따뜻한 등 내어주고 싶은 낮은 산들도

졸망졸망 뒤따라온다

文殊華 하영 시인 글. 월간 반야 2010년 5월 114호

존재하는 만물은 오고 또 와도 다 오지를 못하니

유물래래부진래 有物來來不盡來 존재하는 만물은 오고 또 와도 다 오지를 못하니

래재진처우종래 來纔盡處又從來 다 왔는가 싶으면 또 다시 오네.

래래본자래무시 來來本自來無時 오고 또 오는 것은 시작이 없는 데서 오는 것

위문군초하소래 爲問君初何所來 그대에게 묻노니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이 시는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1489~1546)의 시이다. 매우 철학적인 내용이 들어있는 시이다. 만물이 생성되어 현상을 이루는 이치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화엄학에서는 법계무진연기라 한다. 와도 옴이 없고 가도 감이 없다는 것은 법성의 당체에서는 일체 내왕이 끊어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연 따라 왔으되 온 곳이 없다는 것. 이것을 깨닫게 하기 위하여 그대는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서경덕은 조선 초기 성종, 명종 때의 학자로 타고난 총명이 있어 학문적 자질이 출중하였으나 벼슬길에 들어가는 것을 마다하고 송도 화담에서 서재를 만들어 학문에만 몰두한 인물이었다. 송도삼절(松都三絶)의 한 주인공으로 박연폭포와 기생 황진이(黃眞伊)와 함께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다.

황진이의 유혹을 물리친 일화를 남겨 인품의 고매함이 알려졌으며, 학문에 있어서는 중국 송대의 주돈이(周敦頤), 소강절(邵康節), 장재(張載)의 철학사상을 조화시켜 독자적인 기일원론(氣一元論)의 학설을 제창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불교용어사전]내의

속옷을 말한다. 부처님 당시에 비구는 승가리(僧伽梨)율다라승, 안타회의 삼의를 입도록 비구니 는 삼의외에 승지지, 궐소락가를 더하여 오의를 입도록 정해져 있었다. 승가리는 마을이나 궁중에 들어갈 때 덧입는 옷으로 중의 혹은 대의라고 부르는데 9조이상 25조까지의 가사를 말한다. 율다 라승은 예불이나 독경. 법문을 할 때의 의식복으로 상의라고 하며 7조가사를 뜻한다. 안타회는 일 상의 작업이나 잠자리에서 입는 평상복으로 이것을 내의(內衣)라고 하며 5조 가사이다. 승지지는 삼의속에 입고 왼쪽어깨와 겨드랑이를 덮는 가사로 비구니가 입는 옷이지만 비구도 입을 수가 있 었다. 궐소락가는 장방형의 천 양쪽 끝을 꿰매어 겹쳐서 허리에 치마모양으로 입어 허리띠를 묶는 옷으로 비구니만의 옷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