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는 만물은 오고 또 와도 다 오지를 못하니

유물래래부진래 有物來來不盡來 존재하는 만물은 오고 또 와도 다 오지를 못하니

래재진처우종래 來纔盡處又從來 다 왔는가 싶으면 또 다시 오네.

래래본자래무시 來來本自來無時 오고 또 오는 것은 시작이 없는 데서 오는 것

위문군초하소래 爲問君初何所來 그대에게 묻노니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이 시는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1489~1546)의 시이다. 매우 철학적인 내용이 들어있는 시이다. 만물이 생성되어 현상을 이루는 이치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화엄학에서는 법계무진연기라 한다. 와도 옴이 없고 가도 감이 없다는 것은 법성의 당체에서는 일체 내왕이 끊어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연 따라 왔으되 온 곳이 없다는 것. 이것을 깨닫게 하기 위하여 그대는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서경덕은 조선 초기 성종, 명종 때의 학자로 타고난 총명이 있어 학문적 자질이 출중하였으나 벼슬길에 들어가는 것을 마다하고 송도 화담에서 서재를 만들어 학문에만 몰두한 인물이었다. 송도삼절(松都三絶)의 한 주인공으로 박연폭포와 기생 황진이(黃眞伊)와 함께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다.

황진이의 유혹을 물리친 일화를 남겨 인품의 고매함이 알려졌으며, 학문에 있어서는 중국 송대의 주돈이(周敦頤), 소강절(邵康節), 장재(張載)의 철학사상을 조화시켜 독자적인 기일원론(氣一元論)의 학설을 제창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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