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뜨면 온다고 해 놓고서

郎云月出來(낭운월출래) 달이 뜨면 온다고 해 놓고서

月出郞不來(월출랑불래) 달이 떠도 우리 님은 오시질 않네.

想應君在處(상응군재처) 아마도 우리 님이 계시는 곳엔

山高月上遲(산고월상지) 산이 높아 달뜨는 게 늦어지나 봐

낭군을 기다리는 여인의 심정을 읊어 놓은 이 시는 격조 높은 선시로도 볼 수 있겠다. ‘도둑선’ 이야기처럼 선의 맛이 진하게 들어 있는 이 시는 기다리는 마음을 달을 통해 너무나 극적으로 나타내었다. 가장 방대한 량의 한시를 수록하고 있는 [대동시선(大東詩選)]에 실려 있는 이 시의 작자는 생몰연대가 밝혀지지 않은 능운(凌雲)이란 여성이다. 조선조 후기의 기생이었다고 하는 능운이 ‘달을 기다린다.’는 대월(待月)이란 제목으로 지은 시이다.

인생에 있어서 기다림이란 어쩌면 삶의 의미를 부여해 주는 가장 확실한 자기 확인일 수도 있다. 굳이 연인이 아니더라도 남녀노소가 없이 기다림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해가 뜨고 달이 뜨는 아침을 기다리고 밤을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향수가 아닐 수 없다. 마음의 향수, 그것 없이는 내 가슴이 사막처럼 삭막해질 테니까.

달은 물 속에 잠기고

강정월재수 江靜月在水 달은 물 속에 잠기고

산공추만정 山空秋滿亭 가을빛은 정자에 가득하다.

자탄환자파 自彈還自罷 스스로 뜯다마는 내 즐겨하는 가락을

초불요인청 初不要人聽 남이야 듣거나 말거나.

가을 시 한편을 소개한다. 만해 한용운스님(1879~1944)의 시이다. 정갈하고 맑은 가을 기운이 이 시에 흠뻑 담겨 있음을 느낀다. 계절을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곳은 역시 산이다. 산가을의 풍치가 무척 고요하고 아름답다. 가을 달밤 정자에 올라 산천을 감상한다. 물 속에 있는 달이 먼저 보이고 아무도 없는 빈 산에 가을 기운만 가득 정자로 몰려온다. 시심이 우러나 한 구절 읊었던가, 아니면 정묵 속에 들리는 산의 숨소리가 거문고 소리로 들렸을는지 모른다. 어떻든 이 곡을 좋아하며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때때로 마음의 거문고가 울린다. 아무도 들어주는 이 없는 내 가락을 내가 좋아 그저 뜯다가 말다가 하는 것이다.

한국의 타고르라고 불리던 만해스님은 시인이면서도 독립운동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3.1운동 당시 민족 대표 33인중 하나였고 독립선언서 말미의 공약3장을 직접 썼다. 처음에는 설악산 오세암에 들어가 일을 해주고 지내다가 출가 스님이 되었다. 그 후 세상의 견문을 넓혀야겠다고 블라디보스토크와 시베리아 만주 등을 순력하다가 27세에 다시 입산 백담사에서 연곡스님을 은사로 하여 정식으로 스님이 되었다. 대장경을 열람하고 『불교대전』을 지었으며, 불교혁신을 주장하여 『조선불교유신론』을 지었다. 유명한 『님의 침묵』이 그의 대표 시집이지만 한 때 소설을 쓰기도 하였다. 57세 때 장편소설 『흑풍(黑風)』을 조선일보에 연재하였고 이듬해에는 『후회(後悔)』를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하기도 하였다. 민족사상과 민중사상을 일깨우며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그는 만년에 불우한 생활을 하다 해방되기 전해인 1944년 5월 9일 서울 성북동의 심우장에서 생애를 마쳤다.

지안스님 해설. 월간반야 2003년 10월 (제35호)

2016년 01월 24일 불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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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데이트 : 2016-01-24, 10:53:47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