郎云月出來(낭운월출래) 달이 뜨면 온다고 해 놓고서
月出郞不來(월출랑불래) 달이 떠도 우리 님은 오시질 않네.
想應君在處(상응군재처) 아마도 우리 님이 계시는 곳엔
山高月上遲(산고월상지) 산이 높아 달뜨는 게 늦어지나 봐
낭군을 기다리는 여인의 심정을 읊어 놓은 이 시는 격조 높은 선시로도 볼 수 있겠다. ‘도둑선’ 이야기처럼 선의 맛이 진하게 들어 있는 이 시는 기다리는 마음을 달을 통해 너무나 극적으로 나타내었다. 가장 방대한 량의 한시를 수록하고 있는 [대동시선(大東詩選)]에 실려 있는 이 시의 작자는 생몰연대가 밝혀지지 않은 능운(凌雲)이란 여성이다. 조선조 후기의 기생이었다고 하는 능운이 ‘달을 기다린다.’는 대월(待月)이란 제목으로 지은 시이다.
인생에 있어서 기다림이란 어쩌면 삶의 의미를 부여해 주는 가장 확실한 자기 확인일 수도 있다. 굳이 연인이 아니더라도 남녀노소가 없이 기다림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해가 뜨고 달이 뜨는 아침을 기다리고 밤을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향수가 아닐 수 없다. 마음의 향수, 그것 없이는 내 가슴이 사막처럼 삭막해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