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행원품 (5) – 광수공양원 (1)

<경문 1>

선남자여! 널리 공양을 닦으라는 것은 온 법계, 허공계, 시방 삼세의 모든 부처님 국토에 있는 작은 티끌 수만큼 많은 세계에 각각 일체세계의 작은 티끌 수만큼 많은 부처님이 계시며, 한 분 한 분 부처님 계신 곳마다 수 없는 보살들이 둘러싸고 계심에 내가 보현의 행원으로써 깊은 믿음을 일으켜 눈앞에 마주한 듯 알아보는 마음으로, 모두 최상의 미묘한 온갖 공양거리로 공양하는 것이니라. 이른바 꽃과 꽃타래, 가장 좋은 음악, 가장 좋은 산개, 가장 좋은 의복, 가장 좋은 여러 가지 향들, 바르는 향, 태우는 향, 가루 향이니, 이와 같은 낱낱의 양이 수미산 만하고, 가지가지 등을 켜되 우유등, 기름등, 향유등의 심지는 수미산 같고 낱낱의 등기름은 큰 바닷물과 같으니, 이러한 것들의 온갖 공양거리로써 언제나 한결같이 공양하는 것이니라.

<풀이>

세 번째 행원인 ꡐ광수공양원ꡑ은 부처님에 대한 예경과 찬탄의 정신을 일상의 생활 속에서 정성스러운 행동으로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부처님의 무한한 공덕을 계발하는 중생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탐심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기가 가진 것을 아낌없이, 정성과 기쁨으로 부처님이나 그 밖의 사람들에게 내어주는 것이 공양이다. ꡐ공양ꡑ이라는 말은 원래 범어 ꡐ푸자나(pujana)ꡑ를 번역한 말로 ꡐ공시(供施)ꡑ, ꡐ공급'(供給)ꡑ이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음식물이나 의복 등을 ꡐ불․법․승의 삼보와 부모, 스승, 또는 돌아간 이들에게 바친다ꡑ는 뜻이다. 이 공양을 공양물의 종류와 공양하는 방법, 그리고 공양하는 대상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하는데, 대체로 몸으로 하는 신체적 행위의 공양을 신분 공양(身分供養)이라 하고, 정신적인 마음의 공양을 심분 공양(心分供養)이라 하기도 한다.

또한 이 공양 정신은 육바라밀 중의 보시 정신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으로, 단지 용어를 달리 쓰고 있을 뿐이다. 이 공양의 본질은 인간의 마음이 무한한 공덕장을 가진 것으로 그것을 활동적으로 전개 응용하는 것이다. 사실 이 세상은 공양을 주고받는 교환에서 무한한 생명 공간의 순환이 이루어져 생명 자체가 활성화된다. 따라서 공양의 연속으로 인간과 세상이 번영되고 아울러 진리의 세계가 인간 자체 속에 체험된다.

불교 신도들이 부처님을 모신 법당에 들어가 불단에 공양물을 올리는 의례적인 불교 풍습을 통해, 공양을 신앙적인 차원에서 실천해 나가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물론 이것은 공양의 정신을 습득하는 단초요 그 시발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자면 우선 부처님을 만날 수 있는 마음이 준비되어야 한다. 부처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이 깨끗하여 탐욕과 증오의 마음이 사라져야 한다. 다시 말하면 중생의 죄악에 물든 마음으로는 부처님께 공양이 바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정한 마음 반야지혜의 눈을 가져야 부처님을 뵈올 수 있다. 이 반야지혜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이 부처님이요 부처님의 세계이다.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불보살이며, 내 형제, 내 가족, 내 이웃을 위시해서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공양의 대상인 부처님이 된다. 연기의 이법으로 살아가는 세상 만물은 인간뿐만 아니라, 산하대지의 무정물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서로서로 은혜를 베풀고 있는 존재들이다. 공양은 또한 은혜를 갚는 보은의 정신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온 세상, 온 국토에 충만해 있는 부처님께 공양한다는 서원이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나온 것이다. 원 경문에서 말한 천상의 공양물은 가장 좋은 물품을 상징하는 것으로 곧 정성의 지극함을 드러내는 말이다.

또 공양을 한다는 것은 재물을 헌납하는 물질 제공에 앞서 나를 바친다는 고도의 윤리 의식이 내재되어 있다. 법화문구에서는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을 삼업 공양으로 설명하고 있다. 예배와 공경은 신업공양, 칭찬은 구업 공양, 부처님의 상호를 생각하는 것은 의업 공양이다. 몸과 말과 뜻을 통해 부처님을 섬기는 정신이 공양으로, 내가 할 일은 부처님을 위하는 일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앞서 말한 부처님이 특정한 개체가 아닌 온 세상 전부가 부처님 속에 들어 있으므로, 부처님을 통해 일체 모든 것에 공양한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보현행원에서 실천되는 공양은 내가 얼마만큼 공양을 하였다든지, 공양한 공덕이 얼마만큼 될 것이라든지 하는 생각 없이, 오직 받들어 이바지하는 순수한 마음뿐인 상태이다.『금강경』에서 부처님은 무주상보시를 말씀하셨다. 보시를 하되 보시를 하였다는 생각이 없으면 그 공덕은 온 우주 허공을 헤아릴 수 없듯이, 상에 머물지 않는 보시 공덕이 무량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공양에도 공양하는 마음의 순수한 정성과 지극한 믿음 그리고 무주상만이 공양의 참된 조건이 된다.

지안스님 글. 월간반야 2004년 8월 제45호

보현행원품 (4) – 칭찬여래원(稱讚如來願)

<경문>

선남자여.

여래를 칭찬한다는 것은 온 법계, 허공계, 시방 삼세의 부처님 국토에 있는 작은 티끌의 하나하나 티끌 속에 모두 일체 세계의 가장 작은 먼지 수만큼의 부처님이 계시며 한 분 한 분 부처님 계신 곳에 모두 보살들이 모여 에워싸고 있으니, 내가 마땅히 깊고 뛰어난 지혜와 눈앞에 나타난 듯 알아보는 마음으로 각각 변재천녀보다 뛰어난 혀로 온갖 음성을 내고, 한 마디 한 마디 음성에 온갖 말을 다 내어 일체 여래의 공덕을 찬탄하되, 미래세가 다하도록 끊임없이 계속하며 온 법계에 두루 빠짐이 없게 하리라 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해서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며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면 나의 찬탄도 다하지만, 허공계 내지 중생의 번뇌가 다할 수 없는 까닭에 나의 찬탄도 다함이 없이 해서, 생각마다 계속하여 끊임없이 하여 몸과 말과 뜻으로 하는 일에 조금도 지치거나 싫증을 내지 않고 하는 것이니라.

<풀이>

두 번째 행원 ‘칭찬여래원’은 여래의 공덕을 찬탄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찬탄의 대상은 말할 것도 없이 부처님이다. 부처님의 공덕에 대하여 만세를 부르면서 내 자신의 원력이 부처님의 공덕에 의하여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청정한 구업을 닦아 나간다. 복덕과 지혜를 갖춘 부처님의 위대하고 거룩한 탁월성은 만 중생의 귀감이요 이상적인 선망의 대상이기에 수도상의 발심에서 볼 때 부처님은 언제나 나를 감동시켜 주고 있으므로 나는 그 감동의 감탄사를 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찰에서 기도를 할 때 불보살의 명호를 반복해 부르는 것을 정근(精勤)을 한다고 한다. 석가모니불이나 관세음보살 혹은 지장보살 등의 명호를 되풀이해 부르는데, 그 정근 속에는 찬탄의 뜻이 들어 있다. 사실 인간의 언어생활에 있어 서로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내가 너를 생각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이는 서로 아는 사이가 되어 사람관계가 맺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불교신행에 있어서 불보살을 부르는 것은 자신이 불보살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 관계가 더욱 좋아지도록 하는 것은 상대로부터 전달받는 감동에 의해 내가 그를 찬탄하는 것이다. 또한 칭찬이나 찬탄은 자기 구업의 악습을 사전에 방지하고 선업을 증대시키는 방편이기도 하다. 인과론적인 윤리에서 볼 때도 “말 한마디가 천량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좋은 말씨는 그대로 선종자(善種字)가 되어 선과보(善果報)를 가져온다. 덕담이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듯이 가장 이상적인 사회, 곧 불국토를 건설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구업의 악습이 벗겨져야 한다. 여래를 찬탄하고 사는 사회는 도(道)가 서는 사회이므로, 정의가 구현되고 자유와 평화가 보장되는 사회다. 왜냐하면 여래는 법(法dharma) 곧 진리이기 때문에 진리를 찬탄한다는 것은 진리를 실천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여래’는 범어 ‘타타가타(tathagata)’를 번역한 말로 ‘여여(如如)한 실상의 세계에서 왔다’는 뜻이다. ‘진여에서 출현한 이’라는 말로 부처님 열 가지 명호 중 맨 먼저 나오는 말이다. 그러니까 여래를 찬탄한다는 것은 진여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덕성을 찬탄하는 것이지, 중생세계의 망업으로 이루어진 어떤 한 속정(俗情)의 사물(私物)을 찬탄하는 것이 아니다. 본질적인 중생의 불성도 또한 여래이므로 여래를 찬탄하는 것은 당연히 중생을 찬탄하는 것으로 회향되어 돌아간다.

변재천여(辯才天女)는 음악을 관장하는 천상의 여신이다. 걸림이 없는 변재를 갖추어 사람을 능수능란하게 설복시킨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언어의 구사력이 탁월하여 감동적인 언변을 갖추었다는 말이다. 또한 그 위력이 영험이 있어 복덕과 지혜를 증장하고 수명을 늘이며 재보를 얻게 하고 원적(怨敵)을 이기게 한다고 한다.

이 변재천여 보다 나은 변재를 구사하여 여래의 공덕을 영원무궁토록 찬탄하겠다는 서원은 구업의 공덕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언제나 한결같이 여래의 공덕을 찬탄하면 결국 그 공덕이 자신의 공덕으로 전환된다. 현대의 사회적 심리가 칭찬에 인색하고 남의 허물을 들추고 약점을 잡는데 민첩하다. 이것이야 말로 덕을 쌓지 않고 남에게는 불이익을, 내게는 이익을 요구하는 반인륜적인 처사다. 이러한 시대에 여래를 칭찬하고 법을 칭찬하는 모범적인 언습을 보이는 원력자가 있어야 한다. 『아함경』에서 발췌해 모은 『찬승공덕경(讚僧功德經)』에 보면 “스님이 스님을 칭찬하면 불법이 일어난다(僧讚僧佛法興起)”는 말이 있다. 식물을 햇빛으로 자라고 사람은 칭찬으로 자란다는 말도 있다.

지안스님 글. 월간반야 2004년 7월 제44호

2015년 12월 03일 불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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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데이트 : 2015-12-03, 11:14:44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