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언제 어디에 있던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분위기라는 말은 원래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기체 곧 대기, 공기를 말하는 것이나 어떤 곳에 조성되어 있는 일반적인 상태나 기분을 말하기도 하고 또 개인의 주위 형편이나 상황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분위기가 좋으면 우선 사람의 기분이 좋다. 뿐만 아니라, 분위기에 따라서 사람의 기분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분위기를 타고 감정이 흘러나온다. 찻집에 흘러나오는 노래 소리에 따라 음악적인 분위기가 달라지듯이 분위기에 따라서 사람의 감정이 다양하게 흘러나온다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분위기를 가지고 사는 것이다. 그런데 내 자신의 분위기를 나는 잘 모르는데 남이 잘 느끼는 특징이 있다. 물론 내 기분은 내가 아는 것이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내 기분과 상관없이 남은 나에게서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낀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 놀이를 하거나 어울려 일을 할 때 누군가 전체의 분위기를 잘 리드해 가는 사람이 꼭 있다. 말하자면 분위기 메이커이다.
개인이나 단체에 있어서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가는 것은 현대사회의 필수요건이라 할 수 있다. 분위기는 곧 환경과 같으므로 환경이 좋아야 사는 맛이 나는 것처럼 분위기에도 음식처럼 영양이 있는 것이다. 개인으로 말하면 내가 가진 분위기는 내 정신적 영양의 지수가 된다. 처음 보는 사람의 겉모습인 인상착의 등에서부터도 분위기를 느끼게 되지만 그러나 속에 있는 정신적 분위기는 오래 사귀어 보아야 알 수 있다. 옛말에 “말은 길을 멀리 달려보아야 그 힘을 알 수 있고 사람은 세월을 오래 사귀어보아야 그 마음을 알 수 있다.”(路遙見馬力 日久知人心)하였다. 사람 사이에 있어 오래된 인연일수록 서로 교감하는 정신적 분위기는 더욱 그윽한 법이다.
현대사회에 와서 사람들은 곧잘 감각적 분위기에 익숙해져 세련된 외모를 과시하거나 언술의 테크닉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몸 전체에서 풍겨져 나오는 평화롭고 안정된 분위기는 점점 부족해져 간다. 분위기도 인스턴트 분위기가 된다고 할까? 노래방에서 빙빙 돌아가는 오색조명처럼 관능을 방출하는 야한 분위기가 될 때가 많다. 때로는 고상하고 점잖은 분위기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그 사람 본래의 삶은 고상하고 점잖은 것이기 때문이다. 또 사람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는 누구에게나 그 사람 자신에게 있어서는 진신진미(盡善盡美)한 것이다. 때로는 화를 내어 험악한 표정을 짓고 노기를 띠고 있어도 그것이 그 사람의 본래 분위기는 아닌 것이다. 다만 우리는 본래의 내가 가지고 있던 분위기를 곧잘 깨뜨리고 사는, 자기 스스로에게 무법적 파괴를 자주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스스로 내가 있는 분위기를 부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이것은 마치 자연을 파괴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필요 이상의 오버 액션을 하거나 지나친 말을 자주하여 구습을 나쁘게 가지면 이것이 바로 내 분위기를 깨뜨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쁜 습관을 가지고 사는 것이 내가 있는 분위기를 해치는 것이 되는 것. 그러므로 사람은 분위기를 살리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분위기는 사람이 조성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여 그것을 잘 보호해 가야 한다.
중국 선종의 육조가 되는 혜능선사의 법문에 인생에 두 가지 분위기가 있다는 법문이 있다. 육체적 분위기와 정신적 분위기라 하였다. 육체적 분위기를 신토장엄(身土莊嚴)이라 하였고, 정신적 분위기를 심토장엄(心土莊嚴)이라 하였다. 장엄이란 아름답게 꾸민다는 말이다. 사람이 살면서 몸을 잘 꾸며야 하고 마음을 잘 꾸며야 한다는 말이다. 몸을 꾸민다는 것은 여성들이 화장을 하거나 복장을 단정히 하는 것 등과 더 나아가서 말하면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것 등을 말한다. 말하자면 신체적 건사가 잘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물론 신체적 행위의 습관 같은 것도 여기에 해당된다.
마음을 꾸민다는 것은 마음을 잘 쓰는 용심술(用心術)의 일단을 말하는 것이다. 예(禮)와 신의(信義)를 지키고 덕 있는 생활을 하는 것을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정신 위생을 좋게 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에도 정신적 박테리아가 침입하는 수가 있다. 요즈음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컴퓨터에서 바이러스가 생기는 경우와 매우 흡사하다. 이러한 병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마음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분위기 관리가 기실 인생의 승패를 좌우하게 된다. 육체적 건강을 잃어서도 안 되며 정신적 건강을 잃어서도 안 된다. 내가 있는 분위기는 내 존재의 실제 영역으로 내가 그린 내 자화상이 걸려 있는 곳이다.
지안 큰스님 글. 월간 반야 2009년 12월 10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