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걷힌 가을 하늘 달이

운권추공월인담 雲捲秋空月印潭 구름 걷힌 가을 하늘 달이 못에 도장을 찍었네

한광무제여수담 寒光無際與誰談 그지없는 물에 비친 달빛 누구에게 말해줄까

활개투지통천안 豁開透地通天眼 하늘과 땅을 뚫어 막힘 없는 눈을 뜨면

대도분명불용참 大道分明不用參 큰 도는 분명하여 참구할 필요 없네

사람이 도(道)를 멀리하지 도가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람 곁에 항상 진리가 그대로 있다는 뜻이다. 다만 눈먼 장님이 해를 못 보듯 미혹한 중생이 제 곁에 있는 도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핑게가 있다면 어두운 밤에 빛이 없으면 물체를 볼 수 없는 것처럼 어두워서 도가 안 보인다고 말할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한 일이 무엇이었나 하면 어둠 속에서 사람들이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횃불을 하나 만들어 놓고 이제 밝아졌으니 눈 있는 사람 와서 보시오! 보고 싶은 사람 와서 보시오 하고 외쳤다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바로 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나 있는 그대로를 바로 보기가 범부에게 있어서는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누가 달 밝은 밤에 호수에 나갔다. 물 속에 동그란 달 그림자가 도장을 찍어 놓은 듯 떠 있고 교교한 달빛 사이로 차가운 냉기 마저 감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가슴속의 회포 이건 정말 누구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천지만상을 비추고 있는 달빛의 무궁한 뜻을 누구에게 무어라고 말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정수리에 눈을 가진 사람은 여기에서 그윽한 종지(宗旨)를 바로 보아내는 것이다. 천지를 관통해 보는 지혜의 눈을 가진 사람에겐 언제 어디서나 대도가 분명히 나타나는 법이기 때문이다.

예장 종경(豫章 宗鏡)선사의 금강경 제송강요(提頌綱要) 속에 들어 있는 이 게송은 닦을 것도 없는 도(道)의 본체가 만상 속에 드러나 있음을 묘사해 놓은 명시(名詩)이다. 그는 사람이 삼라만상 차별의 본 뜻을 알려면 푸른 못에 떠 있는 달을 두 번 세 번 건져낼 수 있는 사람이라야 비로소 알 수 있다 하였다. 이른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하는 소식이 통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예 부처를 찾을 것조차 없다는 것이다. 결국 부처를 찾는다는 것은 제 곁에 있는 것을 있는 줄 모르기 때문에 찾는다는 역설이 나오며 나아가 이미 내가 부처라면 세상 모든 것이 다 부처이므로 특별히 찾을 것이 없다는 말이 된다.

지안스님 해설. 월간반야 2003년 12월 (제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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