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명 (3) 털끝만큼이라도

호리유차(毫釐有差)하면 천지현격(天地懸隔)하나니

털끝만큼이라도 차이가 있으면 하늘과 땅 사이로 벌어지나니

간택과 증애를 용납하지 않은 도에 있어서 만약 조금이라도 취하고 버리는 마음이나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개재된다면 도와의 거리는 하늘과 땅 사이처럼 멀어진다는 것으로, 이것 때문에 도는 어려운 것이 된다. 지극히 쉬운 도, 즉 오직 간택하고 증애하는 마음만 버리면 얻게 되는 도는 매우 간단한 것이지만, 실은 취하고 버리며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버리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한 생각이 일어나면 이로써 미혹의 구름이 되어 도를 보지 못하게 하니, 한 생각의 오차는 하늘과 땅의 차이보다 먼 것이다.

욕득현전(欲得現前)이어든 막존역순(莫存順逆)하라

도가 앞에 나타나기를 바라려거든 따르고 거슬리는 것을 두지 말라

도를 깨닫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대로 버리고 취하는 간택과 좋아하고 싫어하는 증애를 떠나야 하는데, 사람의 마음은 경계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것에는 애착을 내고 싫은 것에는 거부를 한다.

이른바 순경계와 역경계의 상대적인 객관환경이 주관의 심리에 의해서 나눠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처럼 따르고 거슬리는 순역(順逆)이 마음에 생기면 도가 나타나지 않으므로 순역을 두지 말라고 한 것이다. 선수행(禪修行)에서 무심의 경계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치인 것이다.

요산 지안 큰스님 글. 월간반야 2008년 5월 제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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