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문>
선남자여, 업장을 참회하여 제거한다는 것은 보살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과거의 시작을 알 수 없는 오랜 겁 동안 탐내는 마음과 성내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으로 말미암아 몸과 말과 뜻으로 온갖 악업을 지은 것이 한량없고 가이 없어, 만약 이 악업이 형체가 있다면 허공 속에 다 들어갈 수가 없으리라. 내가 이제 모두 청정한 삼업으로 법계 작은 티끌 수 국토의 일체 부처님과 보살님 앞에 빠짐없이 성심으로 참회하되 다시는 나쁜 업을 짓지 아니하고 항상 청정한 계행의 일체 공덕에 머물러 있으리라” 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하여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면, 나의 참회도 이에 다하거니와, 허공계나 중생의 번뇌가 다할 수 없는 까닭에 나의 참회도 다함없이 생각마다 계속하여 끊임이 없되 몸과 말과 뜻으로 하는 일에 조금도 지치거나 싫증을 내지 않느니라.
<풀이>
인간의 행위를 업이라 일컫는데, 이 업은 깨닫지 못한 불각의 상태에서 야기되어, 자기의 청정한 본래 마음인 진심을 어기고 나타나는 행동이다. 때문에 업이 지어지면 생명을 손상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잘못된 행위가 어떤 잠재적인 충동력을 만들어 생명의 발전을 장애하는 요인이 될 때, 이것을 업의 장애라 하여 ‘업장’이라 부른다. 중생을 업보중생이라 하기도 하며, 또는 업장을 쌓아 놓은 존재로 본다. 무시이래로 쌓아온 업장이 만약에 형상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면 온 우주 허공 속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그 부피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표현은 매우 회화적이다. 업장은 부처님의 공덕을 성취하는 데 장애가 되며, 또한 인간의 가치를 몰락시키는 장본인으로, 그것의 소멸을 위한 행원을 닦는다.
‘참회’란 범어 ‘크사마’(ksama)를 ‘참마’라 음역하고, 이를 다시 줄여 참(懺)이라 한다. ‘회’(悔)란 의역된 말로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청한다는 뜻이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도덕적으로 그릇된 행위를 범하였을 때 참회를 하도록 가르쳤다. 계율을 어겼을 때 반드시 참회를 해야 하며 이 참법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보름마다 실시하는 포살과 안거가 끝날 때 자자(自恣)를 실시하도록 한 예가 바로 그것이다. 율문의 주석에 명시된 참회법에는 5가지의 조건을 갖추어 참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째, 시방의 불보살을 영접하고 둘째, 경이나 다라니를 암송하고 셋째, 자기의 죄명을 말하고 넷째, 서원을 세우며 다섯째, 가르침대로 증명을 받는다.
불교 수행에 있어서 참회는 수행에 대한 의지를 키우는 일임과 동시에 자기 자신을 스스로 정화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참회하는 마음을 통해 일체 악업을 떠나게 되고 청정한 본성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장경》에는 중생을 죄업을 짓는 존재로 인식하여, 중생은 자꾸자꾸 죄를 짓는다고 밝히고 있다. 죄를 지으면 다음의 과보가 점점 더 나빠져 더 큰 불행을 자초하므로, 반드시 지은 죄를 참회해야 한다. 그것은 인간이 본래 갖추고 있는 덕성이 올바로 발휘되지 못하는 상태를 올바르게 발휘되도록 한다는 뜻이다. 인간의 본성이 부처의 공덕을 구족한 불성임에도 불구하고, 이 불성을 외면하고 그릇된 악업을 저지르는 것이 마치 밝은 태양을 등지고 어둠을 붙잡고 있는 상태와 같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도덕적 불감증에 걸려 부패로 얼룩지고 있다는 탄식은 바로 ‘참회 정신’이 실종되었음이다. 모든 인간의 사회적 불행이 모두 인간의 죄업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 생활 주변에 불행이 오고 고난이 닥쳐오고 궂은 일이 생기는 것 등은 그 원인이 자기 자신의 안에 있다는 사실을 착안하여 스스로 마음을 돌이켜 참회를 닦아 나가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판의 대상이 될 요소들을 진리의 광명이신 부처님 앞에 폭로시켜야 한다. 내 결점을 고백하면서 부처님에게 드러내 참회를 구하면 끓는 물에 얼음이 녹듯이 죄업이 녹아 없어지게 되고 청정한 부처님의 지혜광명이 내 마음에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참회기도를 할 때 상․중․하의 ‘삼품 참회’의 이야기가 있다. 온몸에 열이 오르고 눈물이 나오는 참회가 하품 참회요, 털구멍에서 뜨거운 땀과 눈에서 피가 나오는 참회가 중품 참회며, 상품 참회는 온몸의 털구멍에서 땀이 나와 옷이 모두 젖고 눈에서 피가 나오는 참회를 상품 참회라 했다. 참회에 어느 정도 정성을 기울이느냐로 구분한 말들이다.
지안스님 글. 월간반야 2004년 11월 제4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