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求道)의 길을 찾아 왕궁을 뛰쳐나온 싯다르타는 우선 가까운 숲으로 들어갔다. 부처님은 어떤 나무 아래 단정히 앉아 정신을 한곳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싯다르타는 죽어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최초의 싸움에 임했다. 머리 위로 태양이 높이 솟아 올랐다. 싯다르타는 심한 갈증과 허기를 느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고 이따금 사나운 짐승들의 포효가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들려 왔다. 그러나 뜻을 굳게 세운 싯다르타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해가 기울고 어둔 밤이 되어도 그 곳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오로지 정신을 한곳에 집중시키려고 애썼다. 그러나 지나간 온갖 기억들이 되살아나 그의 머리속을 어지럽게 했다.
밤이 깊어갈수록 숲은 무거운 정적으로 가라앉았다. 그는 마음을 더욱 굳게 가다듬었다. 이렇게 하여 첫밤을 지새고 나자 싯다르타는 처음으로 자기 뜻대로 수행이 되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번거로운 기억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같은 상태가 계속 되었다.
허기가 져서 참을 수 없게 되면 가까이서 흐르는 개울물을 마실 뿐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서 싯다르타는 이 우주의 진리를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더욱 굳게 결심을 다졌다.
어떤 날 밤에는 비가 내렸고 비가 개고 나서는 쌀쌀한 바람이 숲을 몰아쳤다. 비에 흠뻑 젖은
싯다르타는 이가 딱딱 부딪치도록 추위에 떨었다. 더구나 속이 비어 추위를 이겨내기가 어려웠다.
순간 왕궁의 따듯한 방안 생각이 났다. 싯다르타는 부질없는 생각을 떨쳐 버렸다. 그리고 어떠한 유혹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상태로 꼬박 한 주일을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깨달음을 얻지는 못했다. 깨달음이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란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혼자서 진리를 구하는 것보다 수행의 힘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너무 조급하게 굴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닦아 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대로 같은 자리에만 앉아 있는 것이 아무런 소득도 없다고 생각한 싯다르타는 여드레만에 그 자리를 떨치고 일어났다. 그리고 숲에서 가까운 마을로 밥을 빌러 내려갔다. 싯다르타는 이제 완전한 수행승이 되어버린 것이다. 해진 옷을 걸치고 얼굴은 여위어 걸음걸이도 휘청거렸다.
그러나 그 눈은 빛나고 얼굴에는 맑고 깊은 의지의 빛이 배어 있었다. 목은 비록 참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었지만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아 새로운 희망을 지닐 수 있었다. 그는 괴로움을 하나하나 참고 견디는 일에 인내의 의미를 깨닫게 된 것이다. 의지가 약한 사람이었다면 그는 벌써 쓰러졌을 것이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도(道)를 찾는 싯다르타에게 그만한 고통은 장애가 될 수 없었다.
싯다르타는 가까이 있는 수행승한테서 박가바라는 선인(仙人)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고행하고 있다는 숲을 찾아갔다. 그 숲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들의 발걸음이 미치지 않는 한적한 곳이었다. 고요 속에 청정한 기운이 감도는 숲은 두려운 생각마저 들게 했다.
싯다르타는 처음으로 자신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박가바 선인의 제자들을 보고 선뜻 느낀 것은 실망이었다. 그들은 남이 흉내낼수 없는 어려운 고행을 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가시로 몸을 찔러 피가 흐르고, 흐른 피가 검붉게 굳어 있는데도 참고 누워 있었다.
몸무게에 눌리면 눌릴수록 더욱 가시는 살 속으로 파고 들었다. 또 어떤 고행자는 더러운 쓰레기 더미 속에 누워 있었다. 더럽고 냄새나는 것에 무관심한 듯했다. 혹은 타오르는 불꽃에 몸을 벌겋게 달구고 있는 사람도 보였다. 그리고 한쪽 발로 딛고 서 있는 사람, 물속에 들어가 숨을 죽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 가운데는 발가벗고 종일 물구나무를 서는 고행자도 있었다.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이도 있었고, 이틀에 한 끼, 사흘에 한 끼밖에 먹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수행승은 혹독한 고행을 하는 사람일수록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들은 고행을 참아내는 일로써 수행을 삼고 있는 듯 했다. 그 참을성에는 감동하지 않았다. 그 고행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어두운 그늘이 덮여 어쩐지 처첨하고 불결하게만 생각되었다.
싯다르타는 박가바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이 같은 고행을 합니까?” 선인은 이런 고행이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천상에 나기 위해서요.” 이 말을 듣고 싯다르타는 웃을 뻔했다.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모처럼 찾아간 스승이었으므로 여기에서 받은 실망은 클 수밖에 없었다.
‘즐거움을 얻기 위해 괴로움을 참는다고? 설사 천상에 태어난다 할지라도 천상의 즐거움이 다하면 다시 인간 세계에서 고통을 겪어야 하지 않는가. 게다가 천상에 태어난다는 것을 무엇으로 보장할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생각한 싯다르타는 그들이 고행이 더욱 어리석은 짓으로 보였다.
싯다르타가 묵묵히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을 본 박가바 선인은 입을 열었다.
“처음 고행은 참으로 괴롭고 어렵지만 차차 수행을 쌓으면 보기보다는 참아내기가 어렵지 않게 되오.”
선인은 싯다르타가 잠자코 잇는 것이 심한 고행에 놀라 의기가 죽은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싯다르타는 조용히 말했다.
“견딜 수 없는 고행에 대해서는 존경심이 갑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떤 보상을 바라고 한다면 괴로움은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영원히 되풀이될 고와 낙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선인은 무어라 대답할 말이 없었다. 하룻밤을 그 곳에서 머문 다음 싯다르타는 다시 길을 떠났다.
박가바의 제자들로부터 남쪽으로 가면 아라라 칼라마라는 훌륭한 선인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를 찾아가기로 했다. 싯다르타는 이곳에 온 것이 전혀 무익하지만은 않았다.
인간이 그러한 고행까지도 이겨낼 수 있따는 것은 분명히 새로운 발견이었다. 그러나 그 구하는 바가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다. 아라라 칼라마의 덕망은 싯다르타도 전부터 듣고 있었다.
그가 있는 곳까지는 길이 멀었다. 몇 개의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야 했다. 도중에 강가강을 건너 라자가하(王舍成)에 들르게 되었다. 라자가하는 마가다나라의 수도로 인구도 많고 집들이 카필라 보다도 훨씬 호화로왔다. 마가다는 빔비사라왕이 다스리고 있는 나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