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스님, 티벳엔 달라이라마와 같은 큰스님들이 많이 계시는데 그 나라는 지금 중국의 발굽 아래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또 한일합방 당시 우리나라에도 도인스님이 많았을텐데 나라를 잃고 오랜동안 잔학한 압제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런 일을 막을 힘은 없었던 것인가요?
大行) 세상을 바라보되 밝게 넓게 보시기 바랍니다. 뭔가 사물의 가치를 판단한다는 것은 상대적인 안목입니다. 그것은 세상 일을 좁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가령 나라에 무슨 일이 생기면 누구나, 도인이든 아니든 ‘이렇게 안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겠지요. 그러나 그런 바람에도 불구하고 안되었다 하는 것은 중생의 마음입니다. 대승적 차원에서 보면 됐다가 안됐다일 수 있고 안됐다가 됐다일 수 있습니다. 방편이라는 점에서 보면 그 시절엔 그쯤밖에 할 수 없었는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바르게 닦고 바르게 수행하라는 것입니다. 세상이 온통 기복에 매달려 남보다 더 가질려 하고 욕심이나 충족시키려 한다면 그게 삼독심인데 삼독심의 결과가 어떻다는 것은 다 아시지 않습니까? 좀 다른 얘기일지는 모르지만 공산주의는 원래 콩 한조각이라도 나눠먹자는 불교적 정신에서 출발한 것인데 본뜻에서 빗나간 결과로 진짜 맛을 보지도 못하고 쇠락했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느냐 하면 근본을 놓쳤기 때문이지요. 나라가 잘되고 못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들이, 아니 불자들만이라도 바른 수행을 한다면 결과도 달라지게 되겠지요. 일본사람들, 우리 역사를 짓밟았지만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면 기특한데가 많습니다. 사찰의 발우공양을 본떠서 공기밥을 먹는 것만 보아도 그 문화가 제법 반듯하지 않던가요? 환경문제로 야단들인데 밥알 한톨 흘리지 않으니 그것 하나만으로도 가르침을 잘 지키는 셈이 되겠지요. 우리나라는 조선조 5백년만하더라도 얼마나 부끄러운 일을 많이 했습니까? 진리의 가르침을 묵살했지요. 그나마 반쪽이 되어 이 고생들인데 서로 양보하고 이해할 줄을 모르니 걱정이지요. 아무튼 사람들이 깨이지 못한만큼 그에 따른 방편은 여러가지일 것입니다. 달라이라마가 있는데, 큰스님이 많은데 티벳이 왜 저 모양인가 하고 의아해 하시기 전에 저건 무슨 방편일까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니다, 그렇다 하지 말고 나름대로 굴려 놓고 지켜보면 느끼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