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예전엔 국사*왕사가 있어서 국정에 큰 힘이 되었다고 합니다. 요즘엔 그런 제도가 없지만 스님들 나름대로 그런 소임을 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스님께서는 그같은 일을 자임하실 수는 없는지요.
大行) 부처님께서는 국사니 왕사니 그런 이름을 갖지 않으셨어도 전 세계뿐만아니라 삼천대천세계 우주 전체를 한 손아귀에 넣고 중용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세상사람들이 부처님께 열가지 명호를 붙여 드리면서 따르지 않았습니까? 지금도 스님들이 깨달았다 깨닫지 못했다를 떠나서 여러방면으로 능력을 발휘해서 나라 일을 돕고 있다고 봅니다. 어떤 스님이 어떤 일을 했다는 식으로 딱 부러지게 답이 나와야 뭔가 일을 했구나 하시겠지만 스님들이 마음속으로 ‘이건 이렇게 되어야 하겠구나’ 하시면 그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부처님법은 그래서 묘법입니다. 그리고 거기엔 이유가 붙질 않습니다. 원력이 있다, 없다 할 것도 없고 내가 했다, 네가 했다 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한마음으로 슬기롭게 굴렸을 뿐인 것입니다. 태양이 내리쪼이는데 각자 알아서 볕을 쬐기도 하고 가리기도 하고 내다 말릴 것은 내다 말리고 그늘에 둘 것은 그늘에 두듯이 세상 일도 그렇게 돌아가지 않습니까? 그와 마찬가지로 부처님법은 여여합니다. 문제는 형상에 얽매여 좋다, 나쁘다 하면서 자꾸 기복으로 흐르는 일이지요. 사람들이 자꾸 그런 쪽으로 치우치니까 세상이 귀신들로 꽉 차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