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계이야기] 2. 불투도(不偸盜) – 투도의 여러 가지 유형

‘보살계’를 보면 투도의 유형으로 네 가지를 들고 있다.

그 첫 번째 유형은 스스로가 직접 훔치는 자도(自盜)이다. 자도는 주인이 주지 않는 물건을 직접적인 방법으로 자기의 소유가 되게 하는 것으로, 이를 일컬어 ‘도적(盜賊)’이라고 한다. 율문에서는 도적으로 규정되는 다섯 가지 법을 정하여 놓았다.

첫째, 대면해서 강제로 빼앗는 것(對面强取)
둘째, 가만히 몰래 훔치는 것
셋째, 조롱하여 사기로 빼앗는 것
넷째, 맡겨 둔 물건을 주지 않고 취하는 것
다섯째, 주었다가 다시 빼앗는 것(與更奪)등이다.

또한 이들 다섯 가지 가운데서 다섯째의 여갱탈을 뺀 다음, 세력을 가지고 강제로 빼앗는 것(勢力强取), 소송을 통해서 빼앗는 것(詞訟取), 부딪치며 속여서 소매치기하는 것( ), 마땅히 내어야 할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의 네 가지를 더하여 8종도적(八種盜賊)이라 칭하고 있다.

요컨대 자도(自盜)는 남을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직접 도둑질하는 일에 개입한 것을 가리킨다.

두 번째는 교인도(敎人盜)이다. 남을 시켜서 하는 도둑질, 곧 돈을 주고 사람을 매수하여 도둑질을 시키거나 말로 설득하여 도둑질하게 하는 것, 또는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일부러 소개하여 친하게 만든 다음 도둑질하게 하는 것 등을 가리킨다. 자신이 직접 절도행위를 하는 것이 자도와 다른 점일 뿐, 그 마음속에는 도심(盜心)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 교인도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첫째는 자기 자신을 위하여 도둑질을 시키는 것이고, 둘째는 도둑질을 하는 그 사람을 위하여 도둑질하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자신의 이득을 위한 도둑질의 죄가 훨씬 무거운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세 번째는 방편도(方便盜)로서, 상대방의 물건이 자연히 내게 돌아오도록 갖가지 방법을 꾸며 도둑질하는 경우이다. 곧 아첨·사기·위협등의 수단을 동원하여 도둑질하는 것으로, 외형상으로 볼 때는 결코 도둑질한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중국의 홍찬스님은 방편도를 다음과 같이 포괄적으로 설명하였다.

“갖가지 기교를 부리고 아첨을 하여 상대방을 속이고, 내지 무게와 분량을 틀리게 하거나 돈의 액수를 조작하는 등 일마다 사람들을 기만하는 것, 땅의 경계가 되는 표지를 상대방 모르게 가만히 이동시키는 것 등이 그것이다.”

홍찬스님의 말씀처럼, 스스로의 욕심과 이득을 위해 상대방의 재산을 은연중에 가로채는 것은 모두 방편도의 죄업이 되는 것이다. 비록 남을 속일 수 있다 하여도 스스로의 양심에는 앙금이 남지 않을 수가 없으니, 불자들은 무엇보다 스스로의 진실을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네 번째는 주도(呪盜)이다. 주문의 힘에 의지하여 도둑질을 하는 것이다. 주로 외도들이 행하는 사도(邪道)로서, 불살생계에서 살펴본 주살(呪殺)과 같이 주술(呪術)을 도둑질하는 데 이용하는 것이다. 곧 삿된 주술을 외워 남의 음식이나 물건이 오게 하는가 하면, 일단 주술로 귀신을 부른 다음 그 귀신으로 하여금 남의 물건을 가져오게 하는 경우 등이 있다. 부처님께서는 이상과 같은 네 도둑질뿐만 아니라 투도와 관련된 인(因)을 심지도 말고 연(緣)을 맺지도 말고 법(法)을 배우지도 말고 업(業)을 짓지도 말 것을 가르치셨다.

먼저 심지 말아야 할 도인(盜因)은 도둑질의 근본 원인, 최초의 씨앗이 무엇인가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럼 어떠한 마음이 도둑질을 하고자 하는 씨앗이 되는가? 때로는 아첨하는 마음이, 때로는 성내는 마음이, 때로는 두려워하는 마음이 도둑질의 씨[盜因]가 되기도 한다. 곧 중생들의 자기중심적인 욕심과 분노, 그리고 무지(無知)로 인한 공포심 등이 투도의 씨가 되는 것이다.

도연(盜緣)은 처음 일어난 도둑질할 생각을 거두기는커녕 갖가지 생각을 일으켜서 도둑질하는 것을 합리화 시켜가는 과정을 가리킨다. 바꾸어 말하면, 최초로 일어난 도둑질할 마음을 여러 가지로 도와 기르는 것을 도연이라고 하는 것이다.

도법(盜法)은 도둑질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가리킨다.

스스로 훔칠 것인가, 남을 시켜서 훔칠 것인가, 몰래 훔칠 것인가, 협박을 해서 빼앗을 것인가 등을 생각하여 그 방법을 확정짓는 것이다.

이렇게 일단 도법까지 정해지고 나면 스스로 반성하여 도심(盜心)을 거두지 않는 이상은 도업(盜業)을 짓게 되고 만다. 도업은 실제로 도둑질을 완료하여 죄업을 이루고 만 상태를 뜻한다. 이 도업 이전까지는 범행의 기획 단계이지만, 도업을 지은 이상은 ‘도둑놈’이라는 오명을 덮어쓰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행위까지를 도업이라 하는 것인가? 남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로 하기 위해 본래의 위치로 이동시키면 도업이 성립되는 것이다.

계를 받아지닌 불자라면 마땅히 도둑질하고자 하는 생각조차도 가지지 않아야 하겠지만, 만의 하나 부득이한 상황에 휩싸여 도둑질할 물건이 있는 곳에까지 갔을지라도 다시 한번 마음을 돌이켜 물건을 취하거나 자리를 이동시키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투도의 중죄를 범하지 않는 최후의 선이기 때문이다.

日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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