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불자들이 즐겨 받는 ‘보살계’를 보면, 부처님께서는 살생의 범주를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너희 불자들이여, 만일 스스로 죽이거나[自殺] 남을 시켜 죽이거나[敎人殺] 방편을 써서 죽이거나[方便殺] 찬탄하여 죽게 하거나[讚歎殺] 죽이는 것을 보고 기뻐하거나[見作隨喜] 주문으로 죽이는[呪殺] 그 모든 짓을 하지 말지니라.”
부처님께서는 보살계에서 여섯 가지 살생의 유형을 밝혀 놓으셨다.
그 첫번째의 자살(自殺)은 스스로 죽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남을 직접 죽이는 살생행위(殺생行爲)를 가리킨다. 즉, 친신행살(親身行殺), 일반용어로 바꾼다면 ‘직접살인’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 될 것이다.
두번째의 교인살(敎人殺)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여 자신을 위해서나 그 사람 또는 제 3자를 위해 살인행위를 하게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의 홍찬스님은 “말로 다른 사람을 시켜 살해하는 것(口敎他人殺害)”이라 하였다.
<대지도론 大智度論>에서는 “입으로 설득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살인하게 하는 것을 가리키며, 상처를 입히는 정도를 일컫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으며, 율부(律部)에서는 사람을 시켜서 자객을 보내는 등을 예로 들고 있다. 곧 교인살은 사람을 대면하여 살인하도록 가르치거나, 사람을 보내 살인하도록 시키거나, 글을 써서 설득하여 살생을 하게 하는 등의 경우를 지칭한다.
세번째의 방편살(方便殺)은 어떤 방법을 동원하여 간접적으로 살생을 하는 것을 가리킨다. 곧 자객을 숨겨놓은 길로 가게 한 다음 죽이거나 약을 먹여 태아가 죽도록 만드는 것, 음식물 등에 독약을 넣어 먹는 사람이 죽도록 하는 것 등이 여기에 속한다.
네번째의 찬탄살(讚歎殺)은 죽을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죽는 것을 좋아하게 만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하는 것이다. 죽음이 아름다운 덕이 됨을 역설하고, 만일 죽음을 실천하면 많은 선공덕(善功德)을 성취하게 된다고 부추겨 죽음의 길로 들어서게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만약, 어떤 사람에게 “산다는 것 자체가 괴로움을 뜻하는 것이다. 신을 위해 죽는다면 하늘에 태어나 한량없는 즐거움을 받을 것이다.”라고 설득하여 그로 하여금 스스로 죽게 한다면 곧 찬탈살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죽음을 찬탄하고 설득하는 방법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입으로 말하는 것은 물론, 몸으로 찬탄하여 모습을 지어보이는 경우, 사람을 보내어 찬탄의 말을 전하거나 글을 전달함으로써 스스로 죽도록 만드는 경우 등이 있다.
다섯째의 견작수희(見昨隨喜)는 다른 이가 죽으는 것을 보고 따라서 기뻐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 죽은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이거나 미워하는 이거나를 막론하고, 죽음 그 자체를 기뻐하면 견작수희가 되고 만다.
여섯번째의 주살(呪殺)은 주문을 외워서 귀신으로 하여금 사람을 죽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옛날 인도에는 죽은 시체를 일으켜 움직이게 하는 귀주(鬼呪)가 있었는데, 이것을 ‘비다라(毘陀羅)’라고 하였다. 아직 다 부패하지 않은 시체 앞에서 귀신을 부르는 주문을 29일 동안 외워, 귀신으로 하여금 시체를 일으키게 한 다음 물로 목욕을 시키고 옷을 입힌다. 그리고 칼을 그에게 주고 수레에 태워 지정하는 사람에게 가서 죽이도록 가르치는 주살법이 있었던 것이다 또 중국에도 나쁜 주문을 외워 사람을 죽이는 술법이 있었다고 한다. 이와같이 주살인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상과 같은 여섯 가지 살생행위뿐만이 아니라, 살생과 관련된 인(因)과 연(緣)과 법(法)과 업(業)을 모두 짓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이 네가지 가운데, 살인(殺因)은 곧 죽이고자 하는 한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최초로 일어나는 살심(殺心)이 바로 인이 됨을 가리키는 말이다. 살연(殺緣)은 죽이려는 마음을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으면서 살생할 수 있는 구실이나 여건을 조성하는 것을 가리키며, 살법(殺法)은 살생할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하고 도구 등을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이와같이 살인과 살연과 살법이 무르익으면 마침내 살업(殺業)을 짓게 되는데, 살업은 상대의 목숨을 완전히 끊어서 생명이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된 상태, 곧 살생의 행위를 다 마친 것을 가리킨다. ‘마침내 명을 끊어 업을 이루고 만 것(命斷成業)’이 살업인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살생의 인,연,법,업을 짓지 말 것을 당부하신 다음, 거듭 “일체 생명이 있는 것을 짐짓 죽이지 말아야 한다.”고 하셨다.
‘짐짓 죽인다’는 것은 남을 상해할 마음을 가지고 죽으는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죽일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잘못하여 살생을 저지르고 만 사람에 대해서는 ‘짐짓 죽인 자’라고 하지 않는다.
이상과 같이 부처님께서는 불살생계를 받아 지니는 이들의 마음으로부터 일어나는 살심까지도 근원적으로 막아 참된 불자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신 것이다.
日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