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법어 중에서

옛 사람이 말씀하시기를 “도(道)는 하나의 태극을 낳고 하나의 태극이 두 개의 음양을 낳고 두 개의 음양이 삼재(三才)을 낳고 삼재가 만물을 낳았다”라고 하니, 이는 하나의 도(道)의 정온(精蘊)이 발산하지 않고는 쉬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

이것이 우주(宇宙) 발생 차례의 법칙이라면 여기서 다시 미루어서 만물을 셋으로, 셋을 둘로, 둘을 하나로 소급하면 하나란 원래 낳은 곳이 없다. 하나가 원래 낳은 곳이 없다면 천지 만물인들 어찌 낳은 곳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로 보면 생(生)과 무생(無生)이 둘이 아니며 이(理)와 사(事)가 둘이 아니며 공(空)과 색(色)이 둘이 아니다. 이처럼 낳은 곳 없는 것을 도(道)라 잠시 이름 붙인 것이니, 이는 일체 성인의 학문적인 종지이다.

보조국사(普照國師)는 일정한 스승이 없이 태어나면서부터 깨달은 성인으로서 평소에 『단경(壇經)』을 스승으로 삼고 『서장(書狀)』을 벗으로 삼았다는 사화(史話)도 있거니와 원래 송광사에 가서 종(宗)을 세울 때 조계(曹溪)라 명명한 것은 육조(六祖)께서 조계산(曹溪山)에 계셨으므로 그를 사모하고 추앙하여 이름 붙인 것이다. 오종가풍(五宗家風)이 모두 육조의 아래에서 나누어진 것으로 보아 우리 조계종은 오종(五宗)의 통일종(統一宗)이라 하여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이로 보면 『육조단경(六祖壇經)』과 이 법어는 우리 수백만 불교도의 필수적 교전(敎典)이라 하여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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