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원리가 있는데, 이는 선조의 죄과(罪過)를 후대의 자손들이 떠맡아야하는 원리입니다. 이것은 유교의 권선징악(勸善懲惡) 원리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동양사상에 있어서 대표적인 세 가지 사상인 유교(儒敎)․불교(佛敎)․선교(仙敎)는 이런 점에서 공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역사발전을 유․불․선의 동양사상을 중심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일반 역사학자들과는 달리 과거의 역사보다는 역사의 미래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학자들에 의해 정사(正史)로 밝혀진 대로 이야기하자면 동아시아의 문화문명은 중국에서 발생해 한국으로 전파되었고, 여기에서 다시 일본으로 전달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이 제일 늦게 동양의 전통문화권에 들어갔지만 현실적으로는 동양문화의 세계성(世界性)을 실현할 수 있는 기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처지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의 역사에 관한 한 일본은 가장 불행한 나라임에 틀림없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의 선조들이 저지른 죄악에 대한 미래의 업보(業報)가 분명히 작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본과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지난 500년 동안 무려 49차례에 달하는 침략행위를 일삼았습니다. 임진왜란 때만 하더라도 천운(天運)이 우리를 도운 것이지 세력으로 봐서는 열 번도 더 빼앗겼을 것입니다. 삼남(三南)은 쑥대밭이요, 함경도까지 먹혔는데 나라를 완전히 빼앗기지 않았던 것은 당시 우리나라의 국운(國運)이었습니다.
반면 우리 선조들은 두들겨 맞고만 살았지 남을 해칠 줄 모르고, 동양의 전통적 가치관을 그대로 지키면서 살아 왔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장래를 밝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관건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동양사상의 근본원리인 인과의 법칙이요, 우주의 법칙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것을 역학의 원리로 풀이해 보기로 합시다. 역학의 팔괘(八卦)로 놓고 볼 때 우리나라는 ‘간방(艮方)’입니다. 역(易)에서 ‘간(艮)’은 사람으로 치면 ‘소남(小男)’입니다. 이것을 다시 나무에 비유하면 열매[果實]입니다. 열매는 ‘시종(始終)’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남을 풀이하면 ‘소년(少年)’인데, 소년은 시종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소년은 청산이면서 아버지의 결실이기 때문입니다. 소년이 다시 시작이 되어 아버지가 됩니다. 열매는 결실이 되기 전에 뿌리에 거름을 주어야 효과가 있고, 열매가 일단 결실되면 자기를 시작시켜 준 다시 말해 열매를 만들어 준 뿌리와 가지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오히려 열매는 뿌리를 향하여 자기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이 바로 ‘간(艮)’의 원리이며 소남의 해석이고 시종의 논리입니다.
역을 지리상학(地理相學)으로 전개할 때 우리나라는 ‘간방(艮方)’에 해당되는데 지금 역의 진행원리로 보아 이 간방의 위치에 ‘간도수(艮度數)’가 비치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4ㆍ19혁명이 청년학도들의 궐기로 이승만 정권을 타도했는데 이렇게 청년학생의 힘으로 정권이 붕괴된 일은 세계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4․19혁명 이후 세계 도처로 학생들의 봉기 현상이 유행처럼 번져나가 선진제국에서 “스튜던트 파워”를 형성하기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간방에 간도수가 왔고 간방을 소남으로 푼다면, 이 소남인 우리나라의 청년학도들이 자유당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었다는 것은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소남은 시종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간방에 간도수가 접합됨으로써 어두운 역사는 끝나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수밖에 없으며, 또한 인류역사의 시종이 다 같이 이 땅에서 이루어진다고 할 것입니다. 여기에서 인류역사의 종결이라고 말함은 또한 새로운 인류역사의 시작을 그 속에 포함하고 있는 것을 말함은 물론입니다. 이러한 현상으로 보더라도 이미 80년 전부터 하나의 결실시대(結實時代)가 시작되었으며, 역학의 원리는 오래 전부터 이것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시종을 함께 포함한 간방의 소남인 우리나라에 이미 간도수가 와 있기 때문에 모든 세계의 문제가 우리나라를 초점으로 시작하고 종결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남북분단 문제와 통일 문제가 전체 인류적 차원에서 보면 아주 작은 문제 같지만 이 문제야말로 오늘날 국제정치의 가장 큰 쟁점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 한국 문제의 해결은 곧 세계 문제의 해결과 직결된다고 나는 보고 있습니다.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현상에 관하여 말하자면 이는 곧 지구의 남극 북극의 상대적인 현상을 표상한다 하겠습니다. 지구에는 남극과 북극은 있지만 서극(西極)과 동극(東極)은 없지 않습니까! 이는 지난 세기에 있었던 동서의 문제가 바로 역사의 결실기를 맞아 남북의 문제, 곧 지구의 표상인 남극·북극의 상대현상으로 닮아가고 있음을 뜻합니다.
간방인 우리나라에 간방의 구실을 할 수 있는 간도수가 와서 소남인 청년학도들의 역사적인 출발점이 열렸던 15년 전부터 세계의 전세기적인 유산들이 서서히 청산되어 가고 있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는 서광과 밝은 희망의 미래를 약속받았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나는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어려운 현실들 남북분단, 경제적 후진성, 세대간의 갈등, 가치관의 충돌 등 수많은 문제들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지만 5천년 동안 고난과 역경 속에서 살아온 우리민족의 불행한 역사는 머지않아 종결될 것이고, 희망과 서광에 찬 새로운 민족사가 전개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역학의 원리를 통해 보면 오늘날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은 일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36년 동안 일본이 식민지 통치를 하면서 자기네 황궁(皇宮)을 우리 한반도로 옮기려고 궁터까지 마련하고, 영구히 자기네 본토로 만들려고 우리민족을 만주 등지으로 소개․이전시킬 계획까지 세웠던 사실만 보아도 미루어 짐작이 가고 남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36년이라는 일시적 식민지 시대는 뜻하지 않은 2차대전의 결과로 끝이 났습니다.
그러면 이제 미국과 우리나라의 관계에 대해 말해봅시다. 우리나라의 해방에 미국의 힘이 크게 작용했는데 이것은 일본의 진주만 공격, 미국의 2차대전 참전 등 여러 각도에서 분석이 되겠지만, 미국이 우리를 해방시킨 것은 우리만을 위해서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일본을 항복시키고 대한민국의 독립을 도왔다는 것은 역학으로 풀이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일뿐더러 우주의 필연적인 원리이기도 합니다. 역학에서 ‘소남’과 ‘소녀(小女)’ ‘장남(長男)’과 ‘장녀(長女)’ ‘중남(中男)’과 ‘중녀(中女)’는 서로 음양(陰陽)이 딱 배합(配合)되게 되어 있습니다. 역학으로 풀면 미국은 ‘태방(兌方)’이고 ‘소녀’입니다. 이 소녀는 소남인 우리나라와 가까워질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해방 이후 정통적인 합법정부를 세운 우리나라가 미국을 제일의 우방으로 삼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우리를 해방시켜 주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건국을 도왔고, 6ㆍ25 때에는 우리와 함께 대공전선(對共戰線)에 피를 흘린 맹방(盟邦)이 되었으며, 전후에는 수많은 원조를 아끼지 않았지만 그 도움 속에는 미국의 국가이익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소녀인 미국은 부인(婦人)으로 풀 수 있는데, 이런 점에서 미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도움은 마치 아내가 남편을 내조하는 것과 같아서 그 결과는 남편의 성공을 드러내게 되는 것입니다.
말이 좀 빗나갔지만, 위에서 말한 우리의 남북분단 문제도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지 통치가 36년이라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났듯이 일시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위정자들이나 학자들이 분단을 극복하고 민주적 통일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아무리 노력을 경주해도 천륜(天倫)의 법칙을 당할 수는 없습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도전이 아무리 강력해도 결코 모든 자연을 완전히 정복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추세입니다. 그래서 서구의 몰락이라는 표현 등으로 그들 문명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고 있으며, 동양사상과 동양문화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 가고 더욱이 그 필요성까지 역설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통일을 위한 우리 자신의 모든 노력에 하늘의 섭리가 또한 필연적으로 작용해 줄 것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呑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