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록(不可錄 : 차마 기록할 수 없는 글)’ 중판 서문
여색(女色)의 화(禍)는 지극히 혹독하고 심하나니, 예로부터 지금까지 여색으로 말미암아 패가망신하거나 민심을 잃고 나라를 망칠 자들을 어찌 이루 다 헤아릴 수 있으리오? 설사 이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다고 할지라도, 강건한 육신을 손상시키고 청명한 의지를 흐릿하게 약화시키거나, 땅을 박차고 하늘을 떠받쳐 성현이 되겠다던 서원과 기개가 슬그머니 수그러져 아무런 성취도 없는 평범한 졸부로 전락한 자들은 또한 얼마나 되겠소?
하물며 천리(天理)를 거역하고 인륜을 파괴하여, 살아 생전에는 사람 탈을 쓴 짐승 노릇하다가 죽은 뒤 삼악도에 타락한 자들은 또 어떻게 다 알아 볼 수 있으리오? 오호라! 여색의 화가 어찌 이다지도 지극히 혹독하고 심하단 말인고?
이러한 까닭에 옛부터 뭇 성현께서 특별한 자비와 연민을 베푸사, 더러는 법언(法言)으로 설하시고 더러는 좋은 말로 권하시어, 착한 이에게 복을 내리고 음란한 자에게 화(禍)를 내리는 하늘(자연)의 인과 원리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알도록 간절히 바라고 힘쓰셨다오. 게다가 많은 구체적인 사안과 실례를 들어 정법(진리)의 증거로 경고하셨으니, 이는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 이 글을 보면 반드시 섬뜯 놀라고 확연히 깨달아 욕정의 거센 물살을 미리 막고 선량한 천성을 회복하리라고 기대하셨기 때문이오.
이렇게 되면 모든 동포들이 건강 장수와 부귀 복록을 누리고 빈곤 비천과 질병 요절의 화근을 영원히 벗어날 수 있겠지요. 이상이 ‘불가록(不可錄)’의 편집 연유라오.
장서증(張瑞曾) 거사가 이 책을 중판 인쇄하여 법보시하고자 나에게 서문을 써달라고 요청하기에, 욕정을 막는 요체나 간단명료하게 써보려고 하오. 미색이 눈앞에 있어 욕심이 치성하게 일어나면, 제아무리 훌륭한 법문이나 격언 또는 인과응보의 법칙이라도 모두 그 애욕의 마음을 완전히 끊어버리기는 어려운 줄 모름지기 알아야 한다오. 그러나 만약 부정관(不淨觀)을 행한다면, 한바탕 치성한 욕망의 불길도 즉각 식어 사라질 것이오.
장안(長安)의 젊은이들은 귀뚜라미를 가지고 놀기 좋아하는데, 한번은 어떤 청소년 삼형제가 달밤에 무덤 사이에서 귀뚜라미를 잡다가 문득 미색과 자태가 아주 빼어난 한 젊은 여인을 보았다오. 그래 셋이 함께 가서 그 여자를 잡으려고 했더니, 갑자기 그 여자의 얼굴이 확 변하면서 일곱 구멍에 피를 흘리고 혀를 한 자(尺) 남짓 늘어 뜨려, 세 사람이 동시에 놀라 기절해 버렸소. 이튿날 그 집안에서 그들을 찾아내었는데 겨우 한 아들밖에 살려내지 못하였다오. 그래서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는데, 살아난 아들도 심하게 앓다가 몇 달 만에 비로소 나았고, 그 집 자손들은 다시는 밤에 귀뚜라미를 잡지 못하게 금했다는 구료. 이 젊은 여인이 얼굴을 표변하지 않았을 때는 애욕이 뼛속까지 사무쳐 욕망을 따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겠지만, 얼굴이 확 바뀐 다음에는 단박에 놀라 기절해 죽고 말았으니 애욕의 마음이 이내 온 데 간 데 없고 만 것이오. 그런데 그들이 함께 쫓아갈 때도 본디 피와 혀가 없었던 것은 아닐텐데, 어찌하여 보이지 않게 감춘 모습에는 애욕의 마음을 내고 이를 흘리고 늘어뜨리자 두려운 마음이 생긴단 말이오?
이러한 이치를 깨닫는다면, 그 어떤 천하 절색미인을 본다고 할지라도 모두 일곱 구멍에 피를 흘리고 혀를 한 자 남짓 늘어뜨려 사람 목숨 노릴 귀신으로 생각하여야 하리다. 그러니 어찌 미색에 미혹되어 살아 생전에는 타고난 수명을 다 누리지 못하고 죽어서는 기어이 삼악도에 오랫토록 떨어지려 한단 말이오?
그래서 여래께서 탐욕이 많은 자는 부정관(不淨觀)을 행하도록 가르치신게오. 부정관을 오래오래 지속하다 보면 미혹을 끊어 버리고 진리(도)를 증득하며[斷惑證眞] 평범을 초월하고 성현의 경지에 이를[超凡入聖] 수 있나니, 어찌 사음을 범하지 않고 욕망을 억제하여 목숨을 보호하는 정도에 그치겠는가?
여자가 요염하고 애교스런 자태로 사람들에게 애욕의 마음을 일으키고 욕정을 쏟도록 유혹하는 것은, 단지 바깥의 얇은 껍질(피부) 한 장이 현란하고 윤택하게 빛나기 때문일 따름이오. 만약 그 얇은 껍질 한 켠을 벗겨낸다면, 단지 껍질 속의 물건들만 연연해 할 만한 것이 못될 뿐 아니라, 그 껍질 자체도 더 이상 애착할 만한 게 결코 못되지 않겠소?
더 나아가 그 육신을 해부해 본다면, 오직 피고름 흥건하고 뼈와 살이 뒤엉긴 채 오장 육부와 똥오줌만 낭자하게 쏟아질 것이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더러움과 코막고도 맡기 어려운 피비린내는 앞서 젊은 여자가 표변한 얼굴 모습에 비하면, 그 두려움과 역겨움이 백천 배는 훨씬 넘겠소. 제아무리 나라와 천하를 뒤엎을 절세 가인이라도 얇은 껍질로 싸고 있는 속 물건들은 그 어느 하나 이와 같지 않은 자가 있겠소? 그런데 사람들은 어찌하여 단지 그 겉모습만 보고 그 속 알맹이는 살피지 못하며, 그 알량한 아름다움에 애착하여 그 엄청난 추악함을 헤아리지 않는단 말이오? 나는 세상 사람들이 겉모습을 내버리고 속알맹이를 살피며, 엄청난 추악함을 혐오하여 알량한 아름다움을 내버려, 모두 함께 욕망의 바다를 벗어나 깨달음의 언덕에 올라가기를 간절히 기원하오.
또 음욕이 치성하여 스스로 억제할 수 없는 때에는, 여자의 음문을 독사의 입으로 여기고 자기의 양근을 독사의 입 속에 집어넣는다는 생각을 해 보시오. 그러면 정신이 번쩍 들고 마음이 섬뜯하며 털끝과 뼛속까지 오싹 소름이 끼치면서, 끝없이 치열한 번뇌 욕정도 금방 시원히 가라앉을 것이오. 이 또한 욕정을 억누르는 간단한 방편법이라오.
‘불가록(不可錄)’ 추가 서문 : 인륜을 돈독히 다지세
하늘은 가장 위대한 아버지요, 땅은 가장 위대한 어머니이니, 모든 남녀가 다 하늘과 땅의 자녀이며, 또한 나의 형제자매라오. 모두가 형제자매라면 마땅히 서로 우애하고 보호하며 도와주어 각자 제자리를 찾도록 힘써야 할 것이오. 이렇듯 하늘과 땅의 자녀들을 보호하고 도와준다면, 하늘과 땅도 반드시 그 사람을 늘 보호하고 도와주어, 그 복록과 수명이 크게 늘어나고 모든 일이 뜻대로 된다오.
그러나 혹시라도 제멋대로 날뛰며 하늘과 땅의 자녀들을 업신여기고 괴롭힌다면, 그 복록과 수명이 훨씬 줄어들고 집안 후손이 끊기며 숨 한번 멈춘 뒤 길이 삼악도에 떨어져 백천겁이 지나도록 사람 몸 다시 받지 못할 것이오. 이는 스스로 지은 화근일 뿐, 결코 하늘과 땅이 자비롭지 못한 까닭이 아니라오.
다른 것은 그만 두고라도, 사람마다 있기 마련인 아내와 딸, 누이만 보세. 남들이 행여 자기 아내나 딸, 누이를 응시만 해도 자신은 분노와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두 눈을 부릅떠 주먹다짐을 하려고 들텐데, 어찌하여 남의 아내와 딸, 누이들은 조금만 예뻐 보여도 마음에 금새 음탕한 생각을 일으키고 감히 욕보일 뜻까지 품는단 말이오?
다같이 하늘과 땅의 자녀인 형제자매끼리 부정한 생각을 일으킨다면, 이는 하늘과 땅의 자녀를 욕보이고 형제자매를 모독하는 것이니, 그런 자가 어떻게 하늘과 땅 사이에 우뚝 서서 사람 행세를 할 수 있겠소? 하물며 부부간의 도리가 삼강오륜(三綱五倫)에 속하는 중대한 규범이 아니오?
인간이 짐승과 다른 까닭은 인륜이 있기 때문이오. 그런데 인간이 만약 인륜을 어지럽히고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행한다면, 이는 인간의 몸으로 짐승의 짓을 하는 게 되오. 몸은 비록 사람이지만 실제로는 짐승만도 못하오. 왜냐하면 짐승은 윤리를 모르지만 사람은 윤리를 알기 때문이오. 윤리를 알면서도 이를 어기고 어지럽히기에 바로 짐승보다 아래에 있는 게 되오.
그러나 사바 세속의 모든 중생은 음욕으로 말미암아 생겨나기 때문에, 그 업습(業習)이 상당히 두텁게 되쏠리는 게 사실이오. 그래서 단단히 경계하고 예방해야 하는데, 친족으로 보거나 원수로 여기거나 또는 부정관(不淨觀)으로 생각하면 아마도 사악한 염두를 사그러뜨리고 올바른 염두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오. 원수와 부정관의 방법은 이전의 서문에서 이미 밝힌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특별히 친족의 방법으로 천륜(天倫)을 돈독히 지키고 사악한 염두를 품지 않도록 권장하는 거라오.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에 뭇 여자들을 보는 방법이 잘 나와 있지 않소? 늙은 여자는 어머니로 보고, 지긋한 여자는 누나로 보며, 젊은 여자는 누이동생으로 보고, 어린 여자는 딸로 보아 사악한 염두를 가라앉히고 제도 해탈의 마음을 내라는 거요.
또 『범망경(梵網經)』에는, 모든 남자는 나의 아버지이고 모든 여자는 나의 어머니이나니, 나는 전생에 대대로 이들로부터 태어났으므로 마땅히 효성심과 자비심을 내어야 한다고 적혀 있소. 이렇게 생각한다면 모든 이를 보호하고 도와주기도 정신없이 바쁠테거늘, 어느 겨를에 사악한 마음을 일으켜 욕보일 수 있단 말이오?
명(明) 나라 때 어떤 사람이 치성한 음욕을 자제할 수 없어 왕용계(王龍溪)에게 치유법을 청했다오. 그러자 용계가 이렇게 말하였소.
“가령 어떤 사람이 그대에게 ‘여기 유명한 기생이 있으니 그대가 휘장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 함께 해도 좋다’고 말하기에, 그대가 그의 말대로 방 안에 들어가 보았더니 바로 그대의 어머니나 딸 또는 누이였다면, 이때 그대의 마음 속에 들끓던 한바탕 음욕이 여전하겠는가? 아니면 수그러지겠는가?”
이에 그 사람이 “사라질 것이다.”고 대답하자, 용계가 다시 말하기를, “그렇다면 음욕이 본디 텅빈[空] 것인데, 단지 그대가 스스로 진짜〔眞〕라고 착각하는 것 아닌가?”라고 일깨워 주었다오.
사람들이 정말로 모든 여인들을 어머니나 딸이나 누이로만 본다면, 단지 음욕과 사악한 염두가 일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생사윤회도 단박에 벗어날 게 틀림없소.
‘불가록(不可錄)’은 진리의 가르침과 선량한 말씀, 그리고 착한 이를 복 주고 악한 자를 벌 준 실제 사안과 음욕을 피해야 할 때와 장소 등을 하나하나 상세히 밝히고 있어, 세상 사람들의 미혹을 일깨워 주려는 마음이 너무도 지성스럽고 진지하오.
유양(維揚:揚州府)의 장서증(張瑞曾) 거사가 사람들을 이롭게 도와 주려는 마음이 간절하여 이 책을 인쇄 보시하고자 나에게 음욕을 절제하는 요체 좀 써달라고 부탁하기에, 내가 원수로 보고 부정관을 행하라는 요지를 적어 준 바 있었소.
그 뒤 그의 집안 형님 정훈(正勛)이 별세하자, 이 책의 법보시 공덕으로 그의 영혼의식(靈識)의 죄악업장이 소멸되고 복과 지혜가 크게 늘어나서 오탁악세(五濁惡世)의 욕계(欲界)를 벗어나 극락정토 구품연화(九品蓮華) 세계에 왕생하도록 회향기도한다고 발원하였소. 이에 장거사의 효성스럽고 우애하는 마음을 생각하여 다시 인륜을 돈독히 다지자는 뜻의 서문을 덧붙이게 되었소. 보고 듣는 이들이 잘 살펴준다면 더할 나위없이 다행이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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