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찬시제(自讚詩題)
쯧쯧, 이 촌뜨기 중이여, 하나도 봐줄 만한 것 없나니
자세히 살펴보면 털끝만한 행(行) 도 없다
얼굴은 자비스러운 듯하나 마음 속은 가장 독하여
부처와 법을 비방하니 그 허물 하늘에 찬다
너에게 보시하는 자 복밭이라 할 수 없고
너를 공양하는 사람 3악도에 떨어지리
가슴에 손을 대매 모양은 사람 같으나
뱃속에는 원래 조그만치 진실도 없네
부처와 스님을 비방하매 마음이 가장 독하거니
지금에는 온몸을 드러낼 수 없구나
아아, 이 널판자 짊어진 이[擔板漢]여
분노와 어리석음 버리지 못했으매
마음[心意心識]은 뒤바뀌었고
참선을 말하려 함부로 입을 열면
혀 끝이 잇따라 어수선하다
일찍 고요히 선정에 들지 못해
한종일 허덕이며 행랑으로 달리나니
남에게 코를 쥐여도 잘 웃으면서
남에게 입 열기를 용납하지 않으며
아무 때고 방망이를 함부로 쓰면서
옳거나 그르거나 척루(脊)를 물리친다
허공을 쳐부수어 뼈를 내고
번갯빛 속에 토굴 짓나니
내 집 가풍을 묻는 이 있으면
이 밖에 다른 물건 없다 하리라
지공(指空)을 찾아뵙고
내 종지(宗旨) 잃었나니
쯧쯧 이 눈먼 사람
도로 대롱 속에 들어갔구나
懶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