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경계함

세상을 경계함

1.

백년이래야 그저 잠깐 동안이거니
광음(光陰)을 등한히 생각하지 말라
힘써 수행하면 성불하기 쉽지만
지금에 잘못되면 헤어나기 어려우리
죽음이 갑자기 닥치면 누구를 시켜 대신하랴
빚이 있으면 원래 남의 부림 오느니라
염라 늙은이의 신문을 받지 않으려거든
모름지기 바로 조사의 관문을 뚫어야 하리
해는 동쪽에서 오르고 달은 서쪽에 잠기는데
나고 죽는 인간의 일은 일정치 않네
입 속 세 치 혀의 기운을 토하다가
산꼭대기에 한 무더기의 흙을 보탤 뿐이네
티끌 인연이 시끄러운데 누가 먼저 깨달을까
업식(業識)이 아득하여 길은 더욱 어두워라
기어코 윤회를 벗으려면 다른 방법 없나니
조사님네들의 공안(公案)을 잘 참구하여라

2.

추위와 더위가 사람들을 재촉해 세월이 흐르나니
모두들 얼마나 기뻐하고 얼마나 근심하는가
마침내 흰 뼈다귀 되어 푸른 풀에 쌓이리니
황금으로도 젊음과는 바꾸기 어려워라

3.

죽은 뒤에 부질없이 천고의 한을 품으면서
살았을 때 한번 쉬기를 아무도 하려들지 않네
저 성현도 모두 범부가 그렇게 된 것이니
어찌 본받아 수행하지 않는가

4.

어제는 봄인가 했더니 오늘 벌써 가을이라
해마다 이 세월은 시냇물처럼 흘러가네
이름을 탐하고 이익을 좋아해 허덕이는 사람들
제 욕심을 채우지 못한 채 부질없이 백발일세

5.

한종일 허덕이며 티끌 세속 달리면서
머리 희어지니 이 몸 늙어질 줄 어찌 알았던가
명리는 문에 가득 사나운 불길되어
고금에 몇 천 사람을 불살라버렸던가
懶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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