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臺
새로 지은 높은 누대, 그 한 몸은 우뚝하나
고요하고 잠잠하여 도에서 멀지 않다
멀리 바라보이는 뭇산들은 모두 이리로 향해 오는데
가까이 보면 많은 숲들은 가지 늘이고 돌아온다
독한 짐승들 바라보고 마음으로 항복하고
자주 오는 한가한 새들은 구태여 부를 것 없네
만물은 원래부터 이미 성숙했거니
어찌 그리 쉽사리 공부를 잃게 하랴
만 겹의 산 속은 고요하고 잠잠한데
오똑이 앉아 구름과 솔에 만사를 쉬었노라
납자들은 한가하면 여기 와서 구경하고
속인들은 길 없으면 여기 와서 노닌다
누대 앞뒤에는 시원한 바람 불고
산 북쪽과 남쪽에는 푸른 물이 흐른다
뼛속까지 맑고 시원해 선미(禪味)가 족하거니
한여름 떠나지 않고 어느 새 가을이네
懶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