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힘은 불가사의

옛날에 어떤 노장님이 큰 산꼭대기의 암자에서 7·8세 되는 아이를 하나 데리고 있는데 하루는 김치가 떨어져서 마을에 김치거리를 좀 얻으러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아이에게 단지 몇 개를 잘 씻어서 뒤집어 놓으라고 시켰습니다.

노장님이 마을에 내려가서 먹을 것과 김치거리를 한 짐 잔뜩 얻어 걸머지고 올라와 보니 지금까지 보지 못하던 낯선 단지가 절에 있었습니다. 우그러지고 비뚤어진 것들이 대여섯 개나 뜰에 널려 있기 때문에 생각하기를 ‘아마 옹기 장수가 왔었구나.’하면서 “항아리를 사려면 돈을 주고 좋은 걸 사지 왜 이런 것을 샀느냐.” 고 나무랐습니다.

“사지 않았습니다. 옹기 장수는 지나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면 이 단지들은 어디서 난 것이냐, 모두 다 전에 없던 것들 아니냐.”

“아닙니다. 그전에 있던 단지들입니다. 스님이 시키는대로 했을 뿐입니다.”

“내가 뭐라 했더냐.”

“씻어서 뒤집어 엎으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스님 가신 뒤에 좀 놀다가 씻어서 무릎에 대고 뒤집어 놓았습니다.”

버선짝 뒤집듯 후딱 후딱 잘 뒤집어지더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 아이가 순진해서 뒤집으면 뒤집어지는 것으로만 알았던 때문입니다. 어려서부터 동문들도 없이 산에서만 자랐기 때문입니다.

“이놈 거짓말하지 마라. 너 그러면 한번 뒤집어 봐라.”

그래서 아이가 무릎을 대고 뒤집으려고 하니 이제는 무릎이 깨져도 안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의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고 나중에는 의심이 생겨서 안 됐던 것입니다.

요새 심리학자들도 그런 일을 혹 경험한다고 합니다.

중국에 이광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이광 사호라고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광은 본래 힘이 센 무사로서 중국 역사에 많은 공을 세운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젊었을 때 달밝은 밤에 활쏘는 연습을 하고 저물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동네 앞에 있는 남산 근처에 왔을 때인데 큰 호랑이가 자기가 타고 오는 말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광은 ‘저 놈이 배가 고픈 모양인데 나한테 달려들면 나도 죽고 말도 죽을 것이 틀림없다. 도망을 가자니 호랑이가 따라 올 것만 같고 죽으나 사나 저놈하고 싸움이나 해 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말등에 올라 앉아 활을 호랑이에게 겨누어 정면으로 쏘았습니다. 호랑이는 자기 몸에 활을 맞으면 막 달려들어서 원수를 죽여 놓고 나서 죽는 영특한 짐승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만일 자기가 소리를 한 번 지르면 자기가 탄 천리마가 단 걸음에 자기 집으로 달려나갈 것이니 동네 앞에 닿으면 큰 소리를 질러서 동네 사람들이 횃불과 몽둥이를 들고 나오면 호랑이가 도망갈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정신없이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집에 다 가도록 호랑이가 달려오는 소리는 나지 않았습 니다. 그래서 그는 호랑이가 정통으로 내 활을 맞고 직사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큰 백호 한 마리를 잡았다고 좋아서 밤새도록 잠도 한 숨 못자고 아침이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호랑이를 잡으면 껍데기는 임금한테 바쳐야지 그렇지 않으면 큰 벌을 받습니다. 그리고 고기나 뼈는 귀한 약으로 쓰이므로 큰 횡재가 되는 것입니다. 그는 새벽녘에 날이 새자마자 지게를 지고 호랑이가 죽은 근처에 가서 보니 호랑이는 꼼짝 않고 있습니다. 그는 ‘그러면 그렇지 내 활을 네가 피했겠느냐.’하고 가까이 가 보니 화살이 꽂힌 곳은 큰 바윗돌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놀라면서 한편으로는 내 활 앞에는 이 세상에 감당할 놈이 없겠다고 생각하면서 활을 겨누어 다시 한번 바위를 향해 쏘아봤습니다. 그러나 화살은 튀어 나왔습니다. 다시 어제 저녁의 그 자리에 가서 활을 쏘았으나 역시 맞지 않고 튀어 나왔습니다.

이것이 역시 불가사의인데 이것도 4차원 세계의 힘이 발동된 것입니다. 5관의 힘으로 화살이 아무리 세다 해도 불가능합니다.

호랑이 뼈가 아무리 단단하더라도 내 화살이 안 들어갈 수 없다고 자신한 때문이었고 ‘단지는 뒤집어 놓는 것이다. 아름드리 나무도 내가 던질 수 있는 나무다.’라고 아무 생각없이 확신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마음에 아무 사심없이 한 가지로만 생각하면 이 지구도 뚫고 나갑니다.

내가 경험한 일 한가지를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내가 전에 마산에 있을 때인데 밤중에 일어나 보니 우리 바로 앞집에 불이 났습니다. 그때는 상주일 땐데 상복을 벗어 놓고 불을 끄려고 나가니까 상주가 그런 짓 하면 안 된다고 말렸습니다. 그래도 나는 내가 먼저 보았으니 가야겠다고 달려가서 보니 큰집 한쪽에 불이 붙었는데 아무도 모르고 잠만 자고 있고 불은 곧 옆집으로 번지게 생겼습니다.

나는 옆집 지붕에 얼른 올라가서 ‘불이야!’하고 사방에다 대고 큰 소리를 질렀습니다. 내가 올라선 그 집은 큰 부자집이었는데, ‘이 집에 멍석 있으면 올리라’고 소리쳤습니다. 그 멍석이 어찌나 컸는지 약한 사람은 지지도 못합니다.

나는 발이 썩은 닢에 미끄러질까봐 한 손으로는 붙들고 내 몸뚱이도 거기 붙어 있을 수 없는 지경인데 한 짐이나 되는 멍석을 집어던졌습니다. 그래서 불붙는 집 건너 집에 멍석을 쭉 펴놓고 물가져 오라 해서 물을 끼얹어 불이 안붙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다 평소에는 할 수 없는 일인데, 급한 사정에 부딪쳐서 이것을 집어 던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안 된다는 생각없이 던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淸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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