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였다. 독수리 잡기를 좋아하는 아리타 비구는 나쁜 소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부처님이 언젠가 말씀한 〈장애(障碍)〉라는 법도 그걸 직접 실행해 보니 그렇게 장애가 되지 않더라고 말했다. 다른 비구들은 그릇된 그의 소견을 고쳐 주려고 토론도 하고 타이르기도 해보았지만 아무 보람이 없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부처님은 아리타를 불러 꾸짖으신 후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땅꾼이 큰 뱀을 보고 그 몸뚱이나 꼬리를 붙잡았다고 하자. 그때 뱀은 몸을 뒤틀어 붙잡은 손을 물 것이다. 그 때문에 그는 죽거나 죽을 만큼의 고통을 받을 것이다. 그것은 뱀 잡는 방법이 틀렸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여래의 교법을 배우면서도 가르침의 뜻을 잘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 진리를 분명하게 알지 못한다. 그런 사람은 토론할 때 말의 권위를 세우려고 곧잘 여래의 교법을 인용하지만 그 뜻을 몰라 난처하게 된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여래의 가르침을 들으면 그 뜻을 깊이 생각하여 진리를 바르게 알므로 항상 기쁨에 싸여 있다. 이를테면 어떤 땅꾼은 큰 뱀을 보면 곧 막대기로 뱀의 머리를 꼭 누른다. 그때 뱀은 자기를 누르는 손이나 팔을 감는다 할지라도
그 사람은 그 때문에 물려 죽거나 죽을 만큼의 고통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뱀 잡는 방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구들, 나는 또 너희들에게 집착을 버리도록 하기 위하여 뗏목의 비유를 들겠다.
어떤 나그네가 긴 여행 끝에 바닷가에 이르렀다. 그는 생각하기를 ‘바다 건너 저쪽은 평화로운 땅이다. 그러나 배가 없으니 어떻게 갈까? 갈대나 나무로 뗏목을 엮어 건너 가야겠군.’ 하고 뗏목을 만들어 무사히 바다를 건너갔다.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 뗏목이 아니었다면 바다를 건너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뗏목은 내게 큰 은혜가 있으니 메고 가야겠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가 그렇게 함으로써 그 뗏목에 대해 자기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느냐?”
비구들은 하나같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부처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그러면 그가 어떻게 해야 자기 할 일을 다하게 되겠는가. 그는 바다를 건너고 나서 이렇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 뗏목으로 인해 나는 바다를 무사히 건넜다. 다른 사람들도 이 뗏목을 이용할 수 있도록 물에 띄워 놓고 이제 나는 내 갈 길을 가자.’
이와 같이 하는 것이 그 뗏목에 대해서 할 일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뗏목의 비유로써, 교법(敎法)을 배워 그 뜻을 안 후에는 버려야 할 것인지 결코 거기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 뗏목처럼 내가 말한 교법까지도 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하물며 법 아닌 것이야 말할 것 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