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주운 지장보살의 영험
당나라 간주(簡州) 금수현(金水縣)에 살던 등시랑(鄧侍郞)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사람 은 본래부터 부처님을 믿어왔다.
그는 어느날 길가에서 지팡이 머리 같은 것을 주웠는데 거기에는 스님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등시랑은 그것을 주어서 집에 가지고 와 벽에 꼿아 두고, 二, 三년이 지나서 등시랑은 병 이 들어 죽었다.
염라청에 끌려간 그에게 염라대왕은 매우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보았는 데 그때에 한 스님이 홀연히 나타나니, 형용이 매우 누추했으나, 대왕은 벌떡 일어나 자리에서 내려와 공경스러이 합장하며 그 앞에 꿇어앉아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하더라.
스님이 답하기를 “이 사람은 나의 신도이니, 꼭 죄를 사하여 주기를 바라오.” 하시는 것이었다. 대왕은 대답하기를 “이 사람은 죄업이 이미 결정되었고, 또한 수명과 식록까지 모두 다하였으므로 죄를 사해 주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했다.
스님이 다시 말하시기를 ” 내가 옛적에 삼십삼천 선법당(善法堂)에 있을 때, 부처님께서 나에게 부촉하시기를 <죄업이 정해진 모든 유정 중생들도 구제하라>고 하셨으며, 내가 죄업 중생들을 제도코자 하는 것은 오늘 처음 시작하는 일도 아니니 이 사람은 그다지 중한 죄를 범한 것도 없는데 어찌 구제 하지 못한단 말이오?” 하셨다.
대왕이 이 말을 듣고 나더니, 공손스러운 말로 여쭙기를 ” 대사님 원력이 크고 견고하여 흔들리지 않으시니 마치 금강산과 같습니다.
대사님의 뜻이 그러하시니 이 사람을 곧 인간으로 내보내겠습니다.” 하더라.
이 말을 들은 스님은 매우 기뻐하시면서 나의 손목을 잡고 오던 길로 다시 인도해 주셨다.
우리 마을 가까이 와서 헤어질 때 스님께 법호를 여쭈니,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지장보살이니라. 네가 인간에 있을 때에 길가에서 나의 형상을 보고 잘 알지 못하면서도 소중하게 주어다 너의 집 벽에 꽂아둔 일이 있지 않느냐? 그것은 아이들이 장난으로 지팡이 머리에 내 얼굴만 새겨두고 그 밖의 나머지는 새기지 못한 것이니라.그래서 나의 형상이 이렇게 추하니라. 네가 나를 소중히 한 마음씨가 갸륵하다.” 이 말을 마치다 문득 스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더라.
그리고 그는 이제 다시 살아날 수 있 게 되었다.
시랑이 깨어난 뒤에 생각이 나서 자기 집 벽에 꼿아둔 지팡이를 다시 보니, 과연 그 말씀과 같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팡이 가운데가 갈라졌으므로 전단향목을 구하여 다시 五촌 가량 크기를 보충하여 조성하였다.
시랑이 죽을 곳에서 살려준 지장보살의 은공을 생각하고 정성을 다하여 조성하였던 것 이다.
그 뒤로부터는 지장보살 형상이 때때로 광명을 놓아 집안을 밝게 비쳤다.
시랑은 크게 환희심이 나서 이번에는 아주 새로이 지장보살을 크게 조성해 모시고 자기집을 절로 만들었으며, 절 이름을 지장대(地藏臺)라 하고 작은 지팡이 등상까지 함께 모시고 예배 공양하며 염불 기도하기를 쉬지 않았다.
이 소문은 원근에 곧 퍼져서 예배 공양하러 오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지장대는 마침내 큰 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