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목숨을 구하고 천상에 나게하다
당나라 무주땅에 살던 조씨 소녀는 부처님께 귀의하여 지장보살 앞에 지극 정성으로 염불하였다.
소녀는 무주 자사의 며느리가 되면서 지장보살을 향한 공경심은 더욱 더 간절하였으나, 그의 시부모들은 전혀 신심이 없었다. 조씨는 부모님 등을 위하여 자기가 가진 패물이며, 피륙을 팔아서 지장보살 존상을 조성하기에 이르렀다.
높이는 석 자이고, 금빛이 찬란한 금옷으로 모셔놓고 조석으로 지성을 바쳐 예배 공양하고 또한 염불하였다. 그 후 얼마 지나 그의 아버지는 일이 있어 외출하였는데 그의 집에 밤중에 도적이 들어와 집안을 엿보았다. 도적이 내실 문틈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니, 금빛이 찬란한 지장보살이 앉아 계셨다.
도적은 이를 보자 감히 도적질할 생각을 내지 못하고 담을 넘어 돌아갔다.
그 이튿날 도적은 의관을 점잖게 차리고 그 집에 다시 가보았으나, 안주인 혼자 있을 뿐 밤에 본 지장보살의 성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도적은 더욱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기필 이 댁은 성인이 가호하시는 댁이라는 것을 느끼고 이제까지의 자기 과거를 다 털어놓으며 진정으로 참회하고 공경스런 인사를 드러며 물러갔다.
그 일이 있은 뒤에 조씨 아버지가 먼 길을 가던 도중에서 우연히 과거의 원적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원한이 아직도 풀리지 않은 듯, 다짜고짜 칼을 빼어 들고 “잘 만났다.”하면서 덤볐다.
조씨의 아버지는 당황하며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갑자기 그 앞에 금빛 옷을 입은 스님 한 분이 나타나 원수가 내려치는 칼을 막았다.
원수는 몇 번이고 칼을 휘두르면서 그 스님을 치더니 스님이 머리에 칼을 맞아 땅에 쓰러지자 원한이 풀린 듯 가 버렸다.
원수의 눈에는 스님이 아버지로 보이는 듯 했다.
그의 아버지는 그 도적이 떠난 다음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정신을 차려 살펴보았지만, 쓰러져 죽은 스님도 보이지 않았고 피 한 방울 찾아볼 수 없었다.
하도 놀랍고 기이하여 그의 아버지는 가던 길을 멈추고 곧바로 염불 잘하는 자기 딸의 집으로 찾아가서 그날 당한 일의 자초지종을 딸에게 말하였다.
부녀가 지장보살 앞에 나아가 존상을 가만히 살펴보니, 지장보살 머리에는 세 군데나 칼맞은 것 같은 흔적이 보였고, 금빛도 변해 보였다. 부녀는 지장보살앞에 엎드려 지장보살님이 급할 때 나타나시어 대신 목숨을 구해주고, 묵은 원수의 원한을 풀어준 것을 깊이 감사하면서 머리를 조아렸다.
이 일이 있은 다음부터 그의 부모님은 신심이 생기어 열심히 염불하는 지장보살 신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 다음 조씨 아버지는 79세에 세상을 떠났다.
죽은 지 35일이 지나서 딸의 꿈에 아버지의 몸에서는 금빛 광명이 나며, 허공을 평지와 같이 자유자재하게 날으듯이 다니는 것이 었다.
하도 반갑고 신기하여 조씨는 아버지를 향하여 소리쳤다.
“아버지, 어디로 가십니까?” 그의 아버지가 가까이 오면서 딸에게 자상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제4천의 동사보처(同事補處)로 가는 길이다.
나뿐만 아니라 천상에 나는 사람들은 모두 지장보살님의 인도를 받아 가느니라. 너도 지장보살님을 더욱 잘 공경하라.
너의 어머니는 13년 뒤에 오며, 너는 25년 뒤에 오고, 너의 남편은 28년 뒤에 올 것이다.
다들 잘 있거라.”이 말을 마치자 아버지의 자취는 알 수 없었다.
과연 그 뒤에 조씨의 어머니나 조씨 자신, 그리고, 조씨 남편은 아버지 말과 같이 세상을 떠났다.
그 뒤로부터 무주 고을 안에 지장보살의 등상이나 화상을 조성하여 예배 공양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며, 감응을 받은 사람도 또한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