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경 독송의 공덕
중국 동진시대에 법지(法志)라는 스님이 있었다.
스님은 여항산에 암자를 짓고 매일같이 아침저녁으로 <법화경>을 수지독송했다. 암자 옆에는 꿩 한 마리가 살았는데 스님이 경을 읽을 때면 마치 알아듣기라고 하듯 항상 그옆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었다.
몇년이 지난 어느날이었다.
그날따라 꿩은 매우 초췌한 모습이었다. 스님은 측은한 마음이 들어 꿩에게 말했다. “너는 비록 날개 달린 짐승이지만 7년이나 <법화경>을 들었다. 그 공덕으로 내생에는 인간으로 태어날 것이다”
공교롭게도 꿩은 그 다음날 죽었다.
그날 밤 스님 꿈속에 어린 동자가 나와 스님에게 두 번 절하곤 이렇게 말했다. “스님 곁에서 경을 듣던 꿩입니다.
그 인연 공덕으로 왕씨 집의 아들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혹여 저를 알아 보려거든 오른쪽 겨드랑이 새털을 보십시오” 스님은 얼마후 왕씨네 집을 찾아 오른쪽 겨드랑이를 살펴보니 과연 꿩의 털이 있었다.
스님은 저간의 일을 일러주며 나중에 출가시킬 것을 권했다. 7살이 되던해 아이는 출가, 곧바로 산으로 들어가 16살에 계를 받았다.
법명은 겨드랑이에 털이 있다 하여 담익(曇翼)이었다. 담익은 출가후 신기하게도 <법화경>을 한자로 빼놓지 않고 줄줄 외는 것이었다.
그는 장년이 되자 회계지방의 진망산으로 들어가 암자를 짓고 <법화경>공부에 전력했다. 하루는 날이 어둑어둑 저무는데 절색의 여인이 찾아왔다.
그녀는 흰 돼지 한 마리와 마늘 두통이 든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산에서 나물을 뜯다가 호랑이를 만나 여기까지 쫓겨 왔습니다. 날이 어두웠으니 하룻밤만 재워 주십시오.” 담익은 난감했다.
그렇다고 짐승이 우글거리는 산길로 여인을 내려보낼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풀로 거적을 만들어 여인을 쉬게 하고 자신은 돌아앉아 <법화경>을 읽었다. 새벽녘이었다. 여인은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나뒹굴었다.
스님은 가지고 있던 비상약을 꺼내 주었으나 쉽게 낫지 않았다. 여인은 담익에게 배를 좀 문질러 달라고 했다.
스님은 계를 받은 몸이라며 이를 거절했다. “불법은 자비와 방편을 근본으로 삼는다는데 스님은 어찌 그리 냉정합니까. 계를 지키기 위해 죽어 가는 사람을 감히 내버려두는 것도 부처님의 가르침이란 말입니까” 스님은 여인의 간곡한 청을 물리칠 수 없어 석장의 머리를 수건으로 싸서 멀찌감치 앉아 배를 문질렀다.
그랬더니 여인은 조금씩 괜찮아지는지 이내 잠들었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스님은 여인이 걱정돼 초막으로 가보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여인은 깨끗한 얼굴에, 입고 있던 채색옷은 상서로운 구름으로 넘실거리고, 돼지는 흰 코끼리로, 마늘은 두송이 연꽃으로 변 한게 아닌가. 그녀는 연꽃을 손에 들고 코끼리 등에 앉아 허공으로 올라가며 이렇게 말했다.
“착하도다. 담익이여, 나는 보현보살이다. 네가 머지 않아 내게 올 것이므로 특별히 너를 시험해 본 것이다.
네 마음은 물 속의 달과 같아서 더럽혀지지 않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