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을 위하여 법문

하루는 천장사(天藏寺)에서 경허 스님이 그 모친을 위하여 법문(法門)을 한다고 대중을 모아 놓은 뒤 “우리 어머님을 모셔 오도록 하라.”

하고 시자(侍者)에게 분부하였다.

시자는 그 뜻을 연만한 할머니께 전하며, 큰스님으로 존경받는 아드님의 법회(法會)에 가시기를 권하였고, 그 모친 되시는 할머니 또한 희색이 만면하여 옷을 갈아입고 대중이 모여 있는 큰방에 들어가 향을 피우며 정성을 다하여 경의를 표하고, 자리에 앉으면서 “우리 경허가 나를 위해 법문을 설한다 하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구나.”

하고 특별 법문을 청하였다.

그 때 스님은 잠자코 앉아 있다가 어찌된 셈인지 어머니를 맞이하여 부시럭부시럭 옷을 벗고, 완전히 벌거벗은 알몸이 되자 “어머니, 저를 보십시오.”

하고 그대로의 나신(裸身)을 보였다.

그 어머니는 무슨 심오한 설법(說法)을 자기를 위해 해줄 줄로만 알고 크게 기대하고 있다가 이 해괴한 것을 보고 “대체 무슨 법문이 이럴 수가 있단 말이냐?”

하고 크게 노하였다.

“별 발칙한 짓도 다하는구나!”

하고 크게 노하여 법석(法席)을 박차고 나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좀처럼 나오려 하지 않았다.

이에 스님이

“저래가지고 어찌 남의 어머니 노릇을 한단 말인가.

내가 아주 어려서는 이 몸을 벌거벗겨 씻기며 안고 빨고 하시더니, 지금은 왜 그렇게 못하실까. 세상 풍속 참으로 한심한 일이로군.” 하고 짐짓 쓴웃음을 금치 못하였다.

그러나, 스님의 모친은 노발대발하여

“그래, 나를 위해 법을 설한다고 하더니, 그게 무슨 짓이냐?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하고 탄식하며 좀처럼 노기를 풀지 않았다. 대중이 몰려가서 “할머니, 그게 바로 스님의 큰 법문이고 특별 설법입니다.

그러니, 어서 노여움을 푸십시오.”

하며 거듭 빌어야 했다

경허스님께서 천장사(天藏寺)에 계실 때 어떤 사람이 선사께 찾아와서 불법(佛法)의 도리를 물으면 종일 그대로 앉아 계시며 일체 말씀이 없으시다가,

누구든지 곡차를 갖다 올리면 그 곡차를 자시고 난 후 법문을 종일이라도 하시었다.

만공(滿空) 스님이 그 손님들이 다 간 후 스님께 불평하시기를 “스님께서는 만인 앞에 평등하셔야 할 도인(道人)이신데 어째서 그렇게 편벽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스님의 대답은 간단 명료하였다.

“이 사람아, 법문(法門)이라는 것은 술김에나 할 것이지 맑은 정신으로는 할 게 못돼.” 하고 한 마디로 잘라 대답하시니, 만공 스님은 이 법문에서 법의 깊이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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