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熊)행자 이야기
옛날 경상도의 김용사라는 절 뒷산에 곰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이 곰은 가끔 절 마당으로 내려와 스님들이 주는 누룽지와 과일껍질을 즐겨 얻어 먹기도 하고 절 마당을 어슬렁거리면서 걸어다녔다.
스님들은 이 곰을 쫓아 보내지 않고 한 식구처럼 잘 보살펴 주었다.
원래 사람흉내를 잘 내는 짐승인 곰은 참선을 하는 스님들을 보면마루에 올라앉아 의젓한 모습으로 참선하는 흉내를 내곤 했다.
어느덧 곰은 수명이 다하여 죽고 인연의 힘으로 사람의 몸을 받아다시 그 절에 와서 살게 되었다.
전생의 곰이었던 탓인지 생김새가 꼭 곰과 닮아서 스님들은 그를웅(熊)행자라고 불렀다.
웅행자는 비록 사람의 몸을 받긴 했지만 미련하고 눈치가 없어서매일 야단을 맞곤 했다.
그러나 웅행자는 심성이 착하고 기운도 세어서 절의 허드렛 일을 도맡아 했다.
어느날 밥을 짓고 있던 웅행자는 자신의 발에 아궁이의 불이 옮겨 붙는지도 모르고 깊은 염불삼매에 들어 있었다.
이때 부엌 앞을 지나던 한 스님이
“아휴, 이 미련한 곰아. 네 발이 타는 줄도 모르느냐” 라고 소리치며부지깽이로 웅행자의 머리를 내리쳤다.
순간 웅행자는 자신의 전생과 불법의 큰 공덕을 깨닫고 법당을 향해절을 올리며 기쁨에 넘쳐서 노래했다.
천 번 나고 만 법 죽음이여
이 일을 언제야 다할 것인가
오가는 길마다 무거운 짐만 더하더니
오늘 아침 비로소 대장부의 일을 마쳤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