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원숭이 왕의 전생이야기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친족에 대한 선행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원숭이로 태어나 성장해서는 키가 크고 몸이 굵으며 힘이 세어, 8만 원숭이들에 둘러 쌓여 설산 지방에 살고 있었다.
그 때 항하가에는, 가지는 우거지고 그늘은 짙으며 잎이 풍부하여 마치 산 고개처럼 높이 솟아 서 있는 알라나무가 있었는데, 그것을 니구율나무라고도 했다.
그 맛난 열매는 고상한 향기와 맛을 갖추었고 크기는 큰 물병과 같았다.
한쪽 가지 열매는 땅에 떨어지고 다른 쪽 가지 열매는 물에 떨어지며 중간 가지 열매는 나무 밀에 떨어졌다.
보살은 다른 원숭이들과 함께 거기서 그 나무 열매를 먹다가
「언젠가는 이 나무 열매가 물에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에게 큰 두려움이 닥쳐 올 것이다.」
생각하고 꽃 피는 철에 그 열매가 산려두(山黎豆)만큼 굵어 졌을 때, 물 위에 있는 가지 열매는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거나 또 떨어뜨려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라나시왕이 물가의 아래 위에 그물을 치고 거기서 목욕하며 즐기고 있을 때,
8만의 원숭이들에게도 발견되지 않고 개미들에 덮이어 잘 익은 열매가 강물에 떨어져 그 그물에 걸렸다.
왕이 그날을 즐겁게 지내고 저녁나절에 돌아가려할 때, 그물을 걷어 올리던 어부들이 그 열매를 발견하고, 그것이 암라나무 열매인 줄을 모르고 왕에게 보였다. 왕은 물었다.
「이것은 무슨 나무 열매냐.」
「저희들은 모르겠습니다.」
고 어부들은 답하였다.
「누가 아느냐.」
「대왕님, 그것은 저 산림관(山林官)이 알 것입니다.」
왕은 산림관을 불러 그것이 알라나무 열매임을 알고는 칼로 쪼개어 먼저 그 산림관을 먹게 하고 또 자신도 먹었다. 그리고 궁녀들과 대신들에게도 주었다.
그 열매의 맛난 맛이 왕의 전신에 스며들었다.
왕은 그 맛에 혹해 그 나무가 있는 곳을 산림관에게 물었다.
「그것은 설산 지방의 강가에 있습니다.」
고 산림관은 답하였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많은 떼배를 연결시켜 산림관의 지시를 따라 물을 거슬러 올라갔다.
며칠이 걸린 지는 정확히 몰랐다. 겨우 거기 도착하여 산림관은
「이것이 그 나무입니다.」
하고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배를 매어 두고는 많은 종자를 데리고 그 장소까지 걸어가서 나무 밑에 평상을 벌려 놓고 거기 앉아 그 열매와 또 갖가지 맛난 음식을 먹고 거기 누웠다.
그리고 사방에 망지기를 두고 불을 켰다. 보살은 사람들이 잠에 떨어진 밤중에 종자들과 함께 거기 왔다. 8만 원숭이들은 가지에서 가지로 뛰어다니면서 그 열매를 따먹고 있었다.
왕은 눈을 떠 그 원숭이들을 보고 시신을 깨워 활꾼을 불러와
「저 열매를 따먹는 원숭이들을 달아나지 못하게 포위하여 그들을 모두 쏘아 죽여라.
나는 내일 저 열매와 원숭이 고기를 먹으리라.」
고 하였다.
활꾼들은 명령대로 나무를 포위하고 화살을 겨누고 서 있었다.
이 광경을 보자 원숭이들은 죽음의 두려움에 떨면서 달아나지도 못하고 보살에게 가서
「활꾼들이 왕의 명령을 받아 우리를 쏘아 죽이려고 나무를 포위하고 서 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좋겠습니까.」
하고 떨면서 서 있었다.보살은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너희들을 구원해주리라.」
하고 그들을 위안시켰다.
그리고 곧은 높은 가지에 올라가 항하 쪽으로 뻗은 가지로 옮겨가 그 끝에서 뛰어 백 개 화살의 거리에 있는 곳을 뛰어넘어 항하 가의 어떤 숲에 내려 장소를 정하고
「내가 온 장소는 틀림없이 저기서는 매우 멀다.」
생각하였다.
그리고 대나무 하나를 밑둥에서 끊어 잘 다듬은 뒤에 그것을 몇 겹이고 나무에 붙들어 매어 공중 높이 뻗쳐 놓았다.
그리고 그 양쪽 장소의 거리를 측량했으나 그 대나무를 자기 허리에 붙들어 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그 대나무의 한쪽 끝을 항하 가에 나있는 나무에 붙들어 매고 다른 한 끝을 자기 허리에 매고는, 바람에 휘몰리는 구름과 같은 속도로, 화살 백 개 거리에 있는 장소로 뛰어넘었으나, 허리가 묶여 있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나무에까지는 이르지 못하였다.
그래서 두 손으로 알라나무 가지를 꼭 붙들고 원숭이들에게-
「빨리 내 허리를 밟고 넘어 대나무를 조심해 건너가라.」
고 신호했다.
8만 원숭이들은 보발에게 인사하고 그 허락을 얻은 뒤에 시키는 대로 건너갔다.
그 때 제바달다도 원숭이들 그들 속에 있었다.
「이제 나는 내 것의 최후를 볼 때가 왔다.」
하고 맨 위의 가지에 올라가 잔뜩 힘을 주어 보살 등에 뛰어내렸다. 보살은 심장이 찢어지는 듯 큰 고통을 느꼈다.
제바달다는 거기서 떠나고 보살은 매우 외롭게 되었다.
왕은 자지 않고 있다가 원숭이들과 보살의 한 일들을 모두 보고는
「저것은 동물이면서도 제 생명을 돌아보지 않고 그 무리들을 안전하게 해 주었다.」
고 생각하면서 누워 있었다.
날이 샌 뒤에 왕은 보살의 행위에 만족 하는
「저 원숭이의 왕을 죽이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이다. 방편으로 끌어내려 돌봐 주리라.」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항하의 하류에 기둥을 세우고 거기에 떼배를 보는 보살을 천천히 끌어내렸다.
그리고 그를 목욕시키고 가사를 입히고는 사탕 물을 먹였다.
그 깨끗해진 몸에 천 번이나 정화(淨化)한 기름을 바르고 기름을 먹인 가죽을 평상 위에 펴서 그를 거기 눕힌 위에 자신은 낮은 자리에 앉아 다음 게송을 외웠다.
「너는 너 자신을 다리로 만들어
저 이들을 안전히 건너게 했다.
너와 저이들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가, 큰 원숭이여,」
이 말을 듣고 보살은 다음 게송으로 답하였다.
「나는 저이들의 임금이요.
또 나는 짐승들의 목사(牧師)이네.
조어자(調御師)여, 당신을 두려워해
그들은 슬퍼하고 괴로워했네.
시울 없는 활 백 개의
그 공간을 나는 뛰어 건넜네.
그 곧고 긴 대나무를
내 뒷발에 꽉 붙들어 매고
바람에 휘몰린 구름과 같이
나는 빨리 나무에 가까이 갔네.
그러나 거기까지 이르지 못한 나는
손으로 그 가지를 꽉 붙잡아
나뭇가지와 대나무 중간에서
쪽 뻗어 걸쳐 있는 이 나를
저들은 발로써 밟고 넘어갔나니
그리하여 그들은 무사히 건너왔네.
칡넝쿨의 질곡도 괴롭히지 못했고
또 죽음도 나를 괴롭히지 못했네.
그리하여 내가 다스리는 저 백성들에게
그런 행복이 찾아온 것이니라.
이것은 대왕이여, 당신을 위한
참 이치를 가르친 비유이거니
나라와 군사
도시와 촌
그 모두에 행복 오기 원하여라.
당신의 참 통치 얻기 위하여」
보살은 이렇게 왕을 훈계한 뒤에 그 자리에서 죽었다 .
왕은 대신들을 불러
「이 원숭이의 왕을 사람의 왕처럼 그 장례를 치러라.」
명령하고 다시 후궁의 궁녀들에게도
「너희들은 붉은 옷을 입고 머리를 풀어 흐트리고 횃불을 들고 이 원숭이 왕을 둘러싸고 화장장까지 가라.」
하고 명령 했다.
대신들은 백대 수레에 섶을 싣고 가서 화장장에 쌓았다. 그리고 모든 왕의 의식에 따라 장례를 치르고 그 두개골을 가지고 왕의 앞으로 갔다.
왕은 그 화장장에 사당을 세워 등불을 켜고 향·화환 등을 공양하였다.
그리고 그 두개골에 황금을 칠해 창끝에 꽂아 앞세우고는, 향과 화환을 받들고 바라나시로 가서 성문 안에 세웠다.
그리고 온 시내를 장식하고 이렛 동안 공양하였다.
그 때 왕은 그 두개골을 사리로 받들어 사당에 안치하고 일생 동안 향과 화환을 바쳤다.
그리고는 보살의 교훈을 따라 보시 등 선행을 닦고 정의로 나라를 다스려 천상에 날 몸이 되었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고
『그 때의 그 왕은 저 아난다요, 그 종자들은 내 권속이며, 그 원숭이의 왕은 바로 나였다.』
고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