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라카 사공의 전생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최상의 지혜에 대해서 하신 말씀이다.
어느 날 황혼에서 부처님이 설법하러 나오시기를 기다리고 있던 비구들이 법당에 모여
『여러분, 진실로 부처님은 큰 지혜·넓은 지혜·밝은 지혜·날카로운 지혜·또 날랜 지혜를 가지고 계신다. 그리고 때를 자유로이 변화하는 방편 지혜를 가지고 계신다.
그 지혜는 넓고 크기가 대지와 같고, 깊기는 바다와 같으며, 넓이는 허공과 같다.
온 세계의 모든 지혜를 모아도 부처님을 뛰어넘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마치 바다에서 일어난 물결이 언덕을 넘지 못하고, 언덕에 이르면 곧 부처님을 뛰어넘지 못하고 또 부처님에게 오면 그것은 곧 부숴지고 마는 것처럼.』
서로 부처님의 지혜를 찬탄하자 부처님은 다음과 같은 일을 말씀하셨다.
『그 옛날 바루국의 바루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바루의 물가>라는 항구 마을이 있었다.
그 때에 보살은 그 마을의 사공의 아들로 태어나, 사랑스럽고 또 황금빛이었다.
그 이름은 습파라카라고 했다. 그는 16세 때에 벌써 배에 대한 모든 학술을 익히 알았다.
그 아버지가 죽은 뒤, 그는 뱃사공의 우두머리가 되어 배를 타면서 살았다.
그 뒤에 그는 소금물에 눈을 다쳐 장님이 되었다.
그는 배 타기를 그만두고, 왕에게 가서 자기를 소개했다.
왕은 그에게 코끼리와 말과 진주와 보석 따위의 감정(鑑定)하는 일을 맡겼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은
「이것은 왕이 쓰실 코끼리가 될 것이다.」
하면서, 검은 코끼리 한 마리를 몰고 왔다.
왕은 그것을 파리카 현자에게 보였다. 그는 손으로 코끼리의 몸을 쭉 훑어보고 아뢰었다.
「이것은 왕이 쓰실 코끼리가 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뒷발이 병신입니다.
그 어미가 이것을 낳을 때, 어깨로서 받아 주지 못했기 때문에, 땅에 떨어져 발을 다쳤습니다.」
사람들은 그 코끼리 주인에게 물어 보았다. 주인은 현자의 말이 옳다고 대답했다.
왕은 매우 만족해 그에게 동전 8매를 주었다.
또 어느 날
「이것은 왕이 쓰실 말이 될 것이다.」
하면서, 어떤 사람이 말 한 마리를 몰고 왔다. 왕은 이것을 현자에게 보였다. 그는 손으로 만져 보고
「이것은 왕이 쓰시기에 적당하지 못합니다. 왜냐 하면 이것이 난 날에 그 어미가 죽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어미젖을 먹지 못해 충분히 발육되지 못했습니다.」
라고 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왕은 만족해 또 동전 8매를 주었다.
또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이것은 왕이 쓰실 수레가 될 것이다.」
하면서, 수레를 가지고 왔다. 왕은 또 보살에게 보였다. 그는 손으로 수레를 만져 보고
「이 수레는 구멍이 뚫린 나무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므로 왕에게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라고 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왕은 동전 8매를 주었다.
그때에 어떤 사람은 왕에게 값진 털 담요를 가지고 왔다.
왕은 그것을 보살에게 보였다. 보살은 손으로 그것을 만져 보고,
「이것은 쥐가 먹어 상한 곳이 한 군데 있습니다.」
고 했다. 사람들은 조사해 보고 그것이 사실임을 알았다. 왕은 또 동전 8매를 그에게 주었다. 그는
「이 왕은 이런 신통한 일을 보고 또 동전 8매밖에 주지 않는다.
이런 선물은 이발사에게 주는 정도다. 이 왕은 아마 이발사의 아들인가봐.
이런 왕은 섬길 필요가 없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자.」
하고, <바루의 물가>로 돌아갔다.
그가 거기 살고 있을 때, 상인들은 배 탈 준비를 한 뒤 뱃사공을 구했다. 그래서
「습파라카가 탄 배는 결코 해를 보지 않는다.
그는 현자로 방편이 훌륭하다.
그는 비록 장님이지만 그를 따를 사람이 없다」하고, 그를 찾아가 선장이 되기를 청했다.
「여러분, 나는 장님입니다. 장님이 어떻게 선장이 됩니까.」
하고 거절했다. 그러나 그들은 못견디게 졸랐다.
「그러면 좋습니다. 여러분의 말을 듣고 판단해 나는 배질을 하겠습니다.」
하고 승낙했다.
그들의 배는 7일 동안 무사히 나아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큰 바람을 만나, 배는 4개월 동안 바다를 떠돌다가 쿠라마라라는 바다로 갔다.
거기에는 사람과 같은 몸을 가지고 면도칼 같은 주둥이를 가진 고기들이 물 속에 있었다.
상인들은 그것을 보고, 보살에게 바다 이름을 물으면서 다음 시를 노래했다.
「면도칼 같은 주둥이 가진
사람들이 나타났다 숨었다 하네
습파라카여. 네게 묻노니
이 바다는 무어라 이름하는가.」
보살은 선장의 경전을 생각하면서 다음 시로 대답했다.
「바루 강가에서 돛을 올려
보물을 구하는 많은 상인들
그들의 탄 배가 바다를 만나 떠온 곳
여기는 쿠라마라라 바다라 한다.」
그리고 이 바다에서는 금강석이 났다.
보살은
「만일 내가 이 바다는 금강석의 바다라고 일러 주면 저들은 탐욕으로 금강석을 많이 캐어 이 배를 가라앉힐 것이다.」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말하지 않고 닻을 놓아 배를 세웠다.
그래서 한 방편으로 밧줄을 잡아 고기를 잡는 것처럼 그물을 던져 금강석을 끌어 올려 배에 싣고, 다른 헐한 물건은 바다에 버리게 했다.
배는 그 바다를 지나 악기마라라는 곳으로 갔다.
그 바다는 타는 불더미처럼 또 하늘의 태양처럼 광명을 놓고 있었다.
상민들은 다음 시로 보살에게 물었다.
「태양처럼, 또 타는 불더미처럼
이 바다는 광명을 놓네
습파라카여, 네게 묻노니
이 바다는 무어라 이름하는가.」
보살은 다음 노래로 대답했다.
「<바루 강가>에서 돛을 올려
보물을 구하는 많은 상인들
그들의 탄 배가 바람 만나 떠온 곳
여기는 악기마리 바다라 한다.」
그리고 이 바다에 황금이 많이 있었다.
보살은 먼저와 같이 황금을 캐었다.
배는 다시 그곳을 지나 우유나 타락처럼 빛나는 다디마라라는 바다로 갔다.
상인들은 다음 노래로 보살에게 물었다.
「우유나 타락처럼
이 바다는 빛나 보이네
습파라카여, 네게 묻노니
이 바다는 무어라 이름하는가.」
보살은 다음 시로 대답했다.
「<바루 강가>에서 돛을 올려
보물을 구하는 많은 상인들
그들의 탄 배가 바람 만나 떠온 곳
여기는 다디마라 바다라 한다.」
그리고 그 바다에는 은이 많이 났다.
보살은 먼저와 같이 또 은을 캐었다.
배는 그곳을 지나 파란 곡물이 가득한 밭처럼 빛나는 니라반나쿠사마라라는 바다로 갔다.
상인들은 다시 다음 노래를 보살에게 물었다.
「물처럼 곡물처럼
이 바다는 빛나 보이네
습파라카여, 내게 묻노니
이 바다 무어라 이름하는가.」
보살은 다음 시로 대답했다.
「<바루 강가>에서 돛을 올려
보물을 구하는 많은 상인들
그들의 탄배가 바람 만나 떠온 곳
여기는 쿠사마라 바다라 한다.」
그리고 그 바다에는 푸른 보석이 많이 있었다.
보살은 먼저와 같이 보석을 캐었다.
배는 다시 그곳을 지나, 마치 갈대가 대나무 숲처럼 보이는 나라마라라는 바다로 갔다.
상인들이 또 다음 시로 보살에게 물었다.
「갈대처럼 또 대나무처럼
이 바다는 빛나 보이네
습파라카여, 네게 묻노니
이 바다는 무어라 이름하는가.」
보살은 다음 노래로 대답했다.
「<바루 강가>에서 돛을 올려
보물을 구하는 많은 상인들
그들의 탄 배가 바람 만나 떠온 곳
여기는 나라마라 바다라 한다.」
그리고 그 바다에는 대나무 빛 유리가 많이 있었다.보살은 또 그것을 캐었다.
상인들은 그곳을 지나 봐라바무카라는 바다로 갔다.
거기는 바닷물이 몰아치면서 4방 8방으로 감아 올라 그것은 마치 4방에 벼랑이 있는 큰 구멍처럼 보였다. 감아 오른 물줄기는 절벽처럼 되어 그 무서운 소리를 귀를 찢는 듯, 또는 심장이 터지는 것 같았다. 상인들은 두려워 떨면서 다음 노래로 보살에게 물었다.
「이 바다는 이 세상 것 아닌 것 같아
무서운 큰 소리 울부짖나니
마치 큰 구멍과 절벽과 같이
바다는 무섭게 보이네
습파라카여, 네게 묻노니
이 바다는 무어라 이름하는가.」
보살은 다음 노래로 대답했다.
「<바루 강가>에서 돛을 올려
보물을 구하는 많은 상인들
그들의 탄 배가 바람 만나 떠온 곳
여기는 봐라바무카 바다라 한다.」
보살은 다시
「여러분, 한번 이 바다에 들면 돌아오는 배는 절대로 없다.
이 바다는 거기에 든 배를 파선시킬 것이다.」
라고 했다. 그런데 그 배에는 7백명 사람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죽음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마치 무간지옥에 떨어져 고통을 받는 중생들처럼 구슬픈 소리를 꼭 같이 질렀다. 보살은
내가 아니고는 아무도 저들을 구원할 수 없다. 나는 큰 원을 세워 저들을 안전하게 해 주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나를 향수로 목욕시키고 새 옷을 입히고 바루에 음식을 담아 뱃머리에 두어두시오.」
그들은 시키는 대로 했다.
보살은 두 손으로 비루를 받들고 뱃머리에 서서, 원을 세우면서 다음 시를 노래했다.
「내 스스로 기억하는 한
지각이 생긴 뒤 지금까지
나는 아직 한 생물도
일부러 해친 일 생각할 수 없나니
이 진실한 말의 힘으로
이 배는 안전하게 돌아가기를.」
4개월 동안을 떠돌던 배는 큰 신통의 위력으로 말미암아, 겨우 하룻만에<바루강가>의 항구에 대었다.
이 배는 또 육지로 나아가, 8우사바나 되는 장소를 지나 자기 집 앞에 와서 섰다.
보살은 상인들에게 여러 가지 보물을 나누어 가지게 했다.
「여러분, 그만한 보물이면 이제 충분합니다. 다시는 바다로 나가지 마십시오.」
하고 그들을 훈계했다.
보살은 일생 동안 착한 일을 행하다가 죽은 뒤에는 천상에 태어났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신 뒤,
『그 때의 그 무리들은 지금의 내 무리들이요, 그 습파라카 현자는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본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