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티 바라문의 전생 이야기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사위성에 사는 어떤 시주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그는 부처님을 그 집으로 초대하여 이레 동안 부처님을 비롯해 그 승단에 막대한 보시를 행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그 성스러운 승단에 일체의 필수품을 보시했다.
부처님은 대중 앞에서 감사하다 말하고 이어 그에게
『우바새여, 그대의 보시는 실로 성대하였다. 사람들의 하기 어려운 일을 그대는 했다.』
실로 이 보시란 옛날 현인들이 계속해 내려온 습관으로 보시행이야말로 재가인이나 출가인이나 자진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하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 수도에서 그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80구지의 재산을 가진 어떤 부호의 바라문 집에 태어나 그 이름을 아키티라 하였다.
그가 걸어 다니게 되었을 때, 그 여동생이 태어났는데 이름을 야사바티라 하였다.
보살은 열여섯 살이 되자 득차시라로 가서 일체의 학예를 배우고 돌아왔다.
그 때 그 양친은 죽었다. 그는 그 장례를 마치고 집의 재산을 조사해 보았다.
「아무는 이러 이러한 재산을 쌓고 죽었고 아무는 이러 이러한 재산을 두고 죽었다.」
이런 말을 들을 때 그는 마음속으로 큰 느낌을 받았다.
「쌓여진 이 재물은 현재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쌓아둔 사람들은 이제 볼 수 없다.
그 사람들은 다 이제 재보를 남겨 둔 채 죽어 갔다. 그러나 나는 이 재보와 동행하리라.」
이렇게 생각한 그는 그 여동생을 불러
「이 재보는 모두 네가 상속해 가져라.」하였다.
「그러면 오빠는 어찌하시렵니까.」
「나는 출가하고 싶다.」
「오빠, 나는 오빠가 뱉어 버린 가래를 내 머리로 받는 일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그런 재보을 가진들 무엇합니까.」
그리하여 보살은 왕의 허가를 얻어
「재보를 가지고 싶은 이는 저 현자의 집으로 가라.」
하고 북을 치면서 온 시내에 알렸다. 이렇게 그는 이레 동안 큰 보시를 행하였다.
그러나 그래도 그 재보는 끝장나지 않았다. 그는
「내 생명은 시시각각으로 죽음으로 가까이 간다. 그런데 이런 재보 놀이로 어름어름하고 있을 것이 아니다. 가지고 싶은 사람은 얼마든지 마음대로 가져가라.」
하고 창고 문을 열어 재치고 말했다.
「모두 드리겠습니다. 다 가져가십시오.」
그리하여 그는 황금이 가득 찬 집을 뒤로 두고 그 여동생과 함께, 친척들이 둘러싸고 슬피 우는 속을 빠져나와 바라나시를 떠났다.
그가 나온 문을(아키티 문)이라 하고 그가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간 나루터를(아카리 나루터)라 하였다.
2, 3 유순쯤 왔을 때 그는 한 유쾌한 장소를 발견하고 거기에 나뭇잎으로 암자를 지어 여동생과 함께 출가하였다.
그가 출가한 뒤로 그 마을과 거리와 왕성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라 계속 출가해 그 무리는 매우 많았다.
따라서 사람들로부터 얻은 물건도 막대하였고 또 그 받은 존경도 절대적이었으므로 마치 부처님의 세상에 나오신 때와 같았다. 그러나 보살은 생각하였다.
「여기 있으면 얻은 물건도 막대하고 받는 존경도 절대적이다.
그리고 따르는 사람도 매우 많다 그러나 나는 혼자 있고 싶다.」
이렇게 생각한 그는 아무에게도 더구나 그 여동생에게까지도 알리지 않고 혼자 거기서 떠났다.
그리하여 차츰 멀리 간 곳이 다미라 왕국이었다.
그는 카비라항 가까운 어떤 공원에 자리 잡고 거기서 선정과 신통을 수행하고 있었다.
거기서도 사람들로부터 얻은 물건은 막대하였고 받는 존경도 절대적이었다. 그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곳을 버리고 허공을 날아 나가(용) 섬에 가까운 카라섬에 내렸다.
그 때 그 카라섬은 아이(뱀) 섬이라 불리었다.
그는 그 섬에서 큰 카라나무 바로 가까이 나뭇잎 암자를 짓고 살았는데, 그가 거기 산다는 것은 아무도 몰랐다.
그런데 그 여동생은 오빠를 찾아 겨우 다미라국에 도착했으나 거기서는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오빠가 머물던 그 자리에서 선정을 닦고 있었다. 도저히 잘 되지 않았다.
한편 보살은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혼자서 만족하며 살았다.
나무 열매가 익을 때에는 그 열매를 먹어 배를 채우고, 나뭇잎이 움터 나올 때에는 그 잎에 물을 끼얹어먹었다.
그의 이 덕의 불 때문에 신들의 왕인 제석천왕의 깨끗한 흰 돌 자리에 열(熱)의 징후가 나타났다. 그는
「누가 나를 이 자리에서 떨어뜨리려 하고 있구나.」
생각하고 잘 관찰하다가 이 현자(보살)를 발견했다.
「무엇 때문에 저 고행자는 계율을 지키고 있는가. 제석의 지위를 바라고 있는가.
그렇잖으면 다른 것을 바라고 있는가. 나는 잘 조사해 보리라.
왜냐 하면 저 사내는 자진해서 고통을 구해 생활하고 있지 않는가. 물을 끼얹은 카라 나뭇잎만을 먹으면서, 만일 저 사내가 제석의 자리를 바라고 있다면 반드시 물을 끼얹은 저 나뭇잎을 내게 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면 저것을 내게 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한 바라문으로 변장하고 보살에게 갔다.
보살은 암자 입구에 앉아 카라나뭇잎에 물을 끼얹어 땅에 떨어뜨리고는 그것이 차지면 먹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보살은 그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가만히 기뻐하였다.
「됐다. 내 앞에 걸인이 서 있다. 오늘이야말로 내 소원이 이루어진다. 나는 보시하자.」
그는 먹을 것이 준비되자 그것을 바루에 담아 그 앞으로 다가가서
「이것이 내 시물(施物)입니다. 이것이 일체의 지혜를 얻는 인연이 되었으면.」
하면서 자기 몫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그것을 전부 그 바루에 담아 주었다.
바라문은 그 시물을 얻어 조금 가다가는 사라져버렸다.
보살은 그에게 먹을 것을 다 주고 다시 아무 준비는 없었으나 기쁨과 안온한 마음으로 그날을 지낼 수 있었다. 이튿날도 그는 먹을 것을 준비하여 전날처럼 암자 입구에 앉아 있었다.
제석은 바라문의 보습으로 찾아왔다. 보살도 먼저처럼 그에게 보시했다.
그리하여 그 날도 전날처럼 지냈다. 사흘째도 또 보살은 보시하고
「잘됐다. 카라나뭇잎에서 훌륭한 복을 나는 만들어 낸다.」
하면서 기쁨이 마음에 넘쳐 사흘 동안이나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완전히 시들어 있었지마는, 점심때가 되자 암자에서 나와 그 보시에 대해 생각하면서 암자 입구에 앉아 있었다.
그것을 보고 제석은 놀라면서 생각했다.
「저 바라문은 사흘 동안이나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저처럼 쇠약해 있다.그런데도 보시한 것을 저처럼 기뻐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마음에는 아무런 들뜬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
대체 저이는 무엇을 바라고 있기에 저처럼 보시하는지 전혀 알 수 없구나.
나는 저이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물어보아 그가 보시하는 이유를 듣자.」
그리하여 그는 정오가 지나기를 기다려, 뛰어난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치 젊은 태양신(太陽神)처럼 빛나면서 다가왔다. 그리하여 보살 앞에 서서
「오오, 고행자님, 당신은 이런 뜨거운 바람이 불고 찝질한 바닷물에 둘러싸인 곳에서 무엇을 구해 고행하고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이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부처님은 다음 게송을 읊었다.
「존경할 만한 아키티를 보고
중생의 주인, 제석은 물었나니
<큰 바라문이여, 당신은 왜 혼자서
이처럼 더운 이런 곳에 사는가>」
보살은 이 말을 듣고 그가 제석임을 알고는
「나는 결코 성취법(成就法)을 바라고 있지 않습니다.
나는 일체의 지혜를 얻기를 원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고는 다시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다음 게송을 외웠다.
「제석님, 다시 남은 괴로운 것
그리고 이 몸이 파괴되는 것도
미망(迷妄)도 죽음도 괴로운 것
그러므로 바사바여, 나는 여기 있노라」
이 말을 듣고 제석은 매우 기뻐하였다.그리하여
「이 사내는 실로 일체에 대해 불만을 품고 지금 이렇게 숲 속에 살면서 열반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말로 그가 구하는 것이면 무엇이나 이루게 해 주리라.」
생각하고 부르면서 다음 게송을 외웠다.
「실로 그대 말은 아름답구나!
그러나 그 좋은 말, 적당한 말이
그러면 가섭이여, 나는 은혜 베푸니
그대 소원대로 무엇이나 가져라.」
보살은 그 보시를 선택하면서 다음 게송을 읊었다.
「모든 중생의 주인 제석님
만일 나에게 은혜를 베풀려면
아내를, 자식을, 금은 보화를
그 밖에도 친한 인연 있는 이들을
그러나 그런 것은 얻어도 만족할 수 없나니
그런 탐심이여, 내게 머물지 말라.
만일 나에게 은혜를 베풀려면
현자를 나는 보고 또 나는 듣고
다시 그 현자와 함께 있으며
또 그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또 그런 사람을 좋아하기를
현자는 너에게 어찌했는가
말하라 가섭이여, 그 이유를
가섭이여, 너는 무엇 때문에
그 현자 보기를 좋아하는가.
현자의 하는 일은 모두 알맞고 또 뛰어나
착하지 않은 일에 마음을 두지 않고
일이 알맞은 것을 좋다고 하며
바른 말 들어도 성내지 않는다
그의 사람됨은 계율을 아니니
그러므로 현자와 함께 있는 것 좋다.
실로 그대 말은 아름답구나……
일체 중생의 주인이신 제석님
만일 나에게 은혜를 베풀려면
밤이 새어 먼동이 트고
아침 해가 떠오를 그 때에
천상의 음식이 여기에 나타나고
계율 지닌 거지가 여기 오기를
또는 내가 보시해도 끝남이 없고
보시한 뒤에는 후회 남기지 않고
마음은 보시한 것 기뻐하기를
제석님, 이것이 은혜 중에 내 바라는 은혜이네.
실로 그대 말은 아름답구나
그러나 그 좋은 말, 적당한 말이거니
가섭아, 나는 은혜를 베풀려는
그 마음의 소원대로 무엇이나 가져라 .
일체 중생의 주인이신 제석님
만일 나에게 은혜를 베풀려면
다시는 내게 가까이 하지 말라
제석님, 이것이 은혜 중에 내 바라는 은예
그러자 제석은 매우 기뻐하면서 다시 보시를 약속했다.
보살은 그것을 받아들이니, 여기 다음과 같은 게송의 문답이 있었다.
「참으로 그대 말은 아름답구나
그러나 그 좋은 말 적당한 말이거니
그러면 가섭이여, 나는 보시하리니
그대 소원대로 무엇이나 가져라.
일체 중생의 주인 제석이여
만일 나에게 은혜 베풀려면
밭을, 재산을, 또 황금을
그리고 소와 말과 또 노예를.
그러나 생긴 그것은 다 늙는 것
저 분노여, 내게 머물지 말라
실로 그대 말은 아름답구나……
일체 중생의 주인 제석님
만일 나에게 은혜를 베풀려면
나는 우치한 이를 보고 듣지도 않고
다시 우치한 이와 함께 있지도 않고
또 그와 이야기도 나누지 않고
또 그런 이를 좋아하지 않기를.
우치한 그이 네게 어찌하던가
말하라 가섭이여, 그 까닭을
가섭이여, 너는 무엇 때문에
우치한 이 보기를 좋아 않는가.
그의 하는 일 모두가 빗나가고 또 우둔하여
집착하지 않을 일에 마음을 두며
일이 빗나가는 것을 좋다고 하고
바른 말을 들으면 그는 성낸다.
그의 사람됨은 계율을 모르나니
그러므로 그런 자 안 보는 것이 좋다.
진실로 그대 말 아름답구나‥‥‥
일체 중생의 주인이신 제석님
지혜이네.
어떤 사내 또 여자들
갖가지 신성한 행실을 닦아
나를 보려고 그들은 원하나니
나를 보는데 무슨 공포 있으리.
그런 천상의 장엄으로 꾸미고
온갖 즐거움을 다 받아 누린
그대 보면 내 행은 타락하리니
이것이 그대 보는 두려움이다.」
「존자님, 잘 알았습니다. 지금부터는 결코 당신에게 와서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제석은 이렇게 말하고는 하직 인사를 하고 거기서 떠났다.
보살은 목숨이 다하기까지 거기 살면서 범행을 닦다가 죽어서는 범천세계에 다시 났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시고 다시 전생과 금생을 결부시켜
『그 때의 그 제석은 지금의 저 아나율이요, 그 현자는 아키티는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본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