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타파종의 전생 이야기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죽림정사에 계실 때, 제바달다가 살인을 꾀한 일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그 왕자로 태어났다.
그는 성장하자 득차시라에 가서 갖가지 학예를 배우고 또 모든 동물의 우는 소리를 알아듣는 주문(呪文)을 이해하였다.
그는 그 스승에 대한 봉사를 마치고 바라나시로 돌아왔다.
그 아버지는 그를 죽이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를 보기도 싫어했다.
그 때에 암승냥이 한 마리가 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사람들이 자고 있는 밤중에 도량을 통해 성내로 들어왔다.
그런데 보살이 있는 궁전에는 그 침실 가까이 방 하나가 있고, 거기에는 어떤 나그네 한 사람이 가죽신을 벗어 발치의 땅에 둔 채 찬간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아직 잠은 들지 않았다. 승냥이 새끼들은 배가 고파 울었다.
그러자 그 어미는 그들에게
「너희들, 떠들지 말라. 이 방에 어떤 사람이 신을 벗어 땅바닥에 두고 찬간에 누웠는데 아직 잠이 들지 않았다. 이 사람이 잠이 들면 그 신을 가져와서 너희들을 먹이리라.」
하며 그들의 말로 말하였다.
보살은 주문의 힘으로 그 말을 알아 들였기 때문에 침실에서 나와 창문을 열고
「거기 있는 이는 누구냐.」
「대왕님, 나는 지나가는 나그네입니다.」
「네 신발을 어디 두었느냐.」
「대왕님, 저 방바닥에 있습니다.」
「그것을 가져다 높은 곳에 달아 두어라.」
이 말을 듣고 승냥이는 그 거리로 돌아갔다.
그 때 술에 잔뜩 취한 어떤 사람이 물을 먹으려고 연못으로 내려가다가 잘못해 물에 빠져 숨을 쉴 수 없어 죽었다.
그런데 그는 두 벌 옷을 껴입었는데 속옷 속에는 천 카하바나가 있었고 손가락에는 가락지를 끼고 있었다, 그 때도 그 새끼들은 배가 고프다고 울었다.
그 어미는
「너희들, 떠들지 말라. 이 연못에는 사람이 죽어 있다. 그는 이러이러한 물건을 가졌다.
지금 그를 돌층계 위에 올려놓을 것이니, 그 때는 너희들에게 그 고기를 먹이리라.」
고 하였다.
보살은 또 이 말을 듣고 창문을 열고는
「그 창에 누가 있느냐.」
고 물었다. 그 때 어떤 사람이 일어나
「대왕님, 저올시다.」
고 하였다.
왕은
「너는 저 연못에 가서 죽은 사람의 옷과 천카하바나와 가락지를 챙기고, 그 시체가 떠오르지 않도록 물 속에 깊이 잠겨 두라.」
고 하였다. 그는 시키는 대로 하였다.
암승냥이는 또 화를 내어
「전날은 내 새끼들에게 신발을 먹이지 못하게 하더니 오늘은 죽은 사람 고기를 먹이지 못하게 했다.
두고 보자. 지금부터 사흘 만에 도적의 왕이 와서 이 성을 포위할 것이다.
그 때 네 아버지는 너를 싸움터로 보낼 것이다.
그리고 적군들은 네 목을 벨 것이니 나는 네 목의 피를 마시며 이 원한을 풀 것이다.
너는 내게 적의를 가지고 있다. 나는 그것을 잘 안다.」
하며 보살을 위협하고 떠났다.
과연 사흘 만에 적의 왕이 와서 성을 포위하였다. 그래서 보살에게
「아들아, 너는 나가 저들과 싸워라.」
고 하였다.
「대왕님, 나는 보는 점이 있습니다. 나는 갈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생명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내게 있어서 네가 죽고 안 죽는 것이 무슨 관계있느냐. 너는 가거라.」
보살은
「죄송합니다. 대왕님.」
하고는 부하를 데리고 적이 진치고 있는 문으로 나가지 않고 다른 문을 열고 나갔다.
그가 나가자 온 성내는 마치 허공처럼 비었다. 왜냐 하면 모두가 그를 따라 나갔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적당한 장소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왕은
「부왕은 성을 비운 채 군대를 데리고 도망갔다. 그러나 적은 여전히 이 성을 포위하고 있다.
이제 나는 그만이다.」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는 살려고 그 왕비와 사제관과 파란타파라는 한 사람 종을 데리고는 변장하고 도망쳐 숲 속으로 들어갔다.
보살은 왕이 도망했다는 말을 듣고 성으로 들어가 분전하여 적을 물리치고 왕위에 나아갔다.
그런데 그 왕은 어느 강가에 초막을 짓고 갖가지 열매를 먹으며 살고 있었다.
왕과 사제관은 늘 나무나 풀 열매를 구하러 나가기 때문에 파란타파는 언제나 왕비와 함께 초막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왕비는 아이를 배어 있는데 그녀는 파란타파와 불의의 짓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느 날 파란타파에게 말하였다.
「이 사실이 탄로되면 다 죽고 말 것이다. 너는 왕을 죽여 버려라.」
「어떻게 죽이리이까.」
「왕이 너에게 칼과 옷을 맡기고 목욕하다가 그 욕장에서 피로해 보이거든 칼로 그 목을 베고 몸은 산산조각을 내어 땅에 묻어버려라.」
그는 좋다 하고 동의하였다.
어느 날 사제관은 혼자서 나무나 풀 열매를 구하기 위해 나갔다가 왕의 욕장(浴場)결에 있는 나무에 올라가 열매를 따고 있었다. 왕은 목욕을 하려고 칼과 옷을 파란타파에게 말기고 강가로 왔다.
그래서 목욕하다가 피로해졌을 때, 왕을 죽이려고 파란타파는 왕의 목을 잡고 칼을 번쩍 쳐들었다.
왕은 두려워서 소리쳤다.
사제관은 그 소리를 듣고 밑으로 내려다보다가 왕을 죽이려는 파란타파를 보고 두려워 떨다가 손에 잡았던 나뭇가지를 떨어뜨리고 풀덤불 속에 들어가 앉아 있었다.
파란타파는 그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는 왕을 죽여 땅속에 묻고
「여기 무엇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있나.」
생각하고 둘러보았으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으므로 목욕하고 돌아갔다.
그가 떠난 뒤에 사제관은 앉았던 자리에서 나왔다.
그리하여 왕이 산산조각이 되어 땅 속에 묻힌 것을 알고는 목욕한 뒤에 제가 죽을까 두려워하여 장님으로 가장하고 초막으로 갔다. 파란타파는 그를 보자
「바라문님, 어찌 된 일입니까.」
고 물었다. 그는 아무 것도 모르는 체
「대왕님, 나는 눈이 멀어 돌아왔습니다.
나는 숲 속에서 독사가 많이 있는 어떤 개미들 곁에 서 있었습니다.
아마 나는 거기 서 독사 콧김에 쏘인 것 같습니다 」
고 말하였다 파란타파는
「저이는 나를 몰라보고 대왕님. 하고 부른다. 나는 이를 도와주자.」
하고
「바라문이여, 걱정 말라. 나는 너를 돌보아 주리라.」
하며 그를 위로하고 갖가지 과일을 주어 만족시켰다.
그 뒤로는 파란타파가 과일을 구해 왔다. 그런데 왕비는 아들을 낳았다.
그 아이가 성장한 어느 날 오전에 기분 좋게 앉아 있던 왕비는 천천히 파란타파에게 말하였다.
「네가 왕을 죽일 때 아무도 너를 보지 않았던가.」
「아무도 나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나뭇가지에서 무엇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것이 사람인지 다른 동물이었던지는 나는 모릅니다.
그런데 내게 어떤 무서운 일이 일어날 때에는 그것은 저 나뭇가지에서 올 것입니다.」
그들은 사제관이 자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자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다.
그 뒤 어느 날 파란타파가 과일을 구하러나간 뒤에 사제관은 그 아내를 생각하고 다음 게송을 읊었다.
「멀지도 않은 곳에서 사는
아내에 대한 나의 사모는
나를 창백하게 여위게 하네
파란타파에 대한 저 나뭇가지처럼.」
그 때에 왕비는 그에게 물었다.
「바라문님, 당신은 무어라고 했습니까.」
「나는 어떤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하고 어느 날 그는 또 다음 게송을 외웠다.
「아무 죄 없이 성 안에 사는
사모하는 사람은 나를 괴롭히나니
그는 나를 창백하게 여위게 하네
파란타파에 대한 저 나를 가지처럼.」
그 뒤에 그 왕자는 성장하여 16세가 되었다.
그 때에 그 바라문은 지팡이 한 끝을 그에게 잡게 하고 그 욕장으로 가서 눈을 뜨고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물었다.
「당신은 장님이 아닙니까.」
「나는 장님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방편으로 나는 목숨을 유지해 갑니다.」하고는 물었다.
「당신은 아버지를 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저이는 당신 아버지가 아닙니다. 당신 아버지는 바라나시의 왕입니다. 저이는 당신의 종입니다.
그런데 저이가 당신 어머니와 불의의 관계를 맺고는 당신 아버지를 죽여 여기 묻었습니다.」
하고 그 뼈를 파내어 보였다. 왕자는 몹시 화를 내었다. 그리하여 바라문에게 물었다.
「그런데 나는 어쩌면 좋겠습니까.」
「이 욕장에서 그가 당신 아버지에게 한 그대로 하십시오.」
하고 그 동안의 사실을 모두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일간에 칼을 잡도록 왕자에게 일러주었다.
그 뒤 어느 날 왕자는 칼과 목욕옷을 가지고
「아버지, 목욕하러 갑시다.」
고 하였다. 파란타파는 좋다 하고 왕자와 함께 나갔다.
그가 목욕하러 강가로 내려갔을 때, 왕자는 오른 손에 칼을 잡고 왼손으로 그 머리채를 쥐고는
「너는 이 욕장에서 목덜미를 잡힌 채 살려 달라 외치는 우리 아버지를 죽였다.
나는 지금 네가 한 그대로 하리라.」
고 하였다.
그는 죽음의 두려움에 떨면서 다음 게송을 읊었다.
「이제 왔구나 그 나뭇가지 소리
나는 지나간 일 다 말할 수 없나니
그러나 나뭇가지 흔든 그 사람
너에게 모든 일 다 말했구나.」
「이제야말로 이렇게 왔구나.
실로 그 나뭇가지 흔들던 그것
사람이었던가 짐승이었던가.
어리석은 나는 생각했나니.」
그 때 왕자는 다음 게송으로 답하였다.
「너는 이런 줄 다 알았던가.
우리 아버지를 너는 속이어
땅에 묻고 나뭇가지로 덮었나니
그 때문에 죽음의 두려움 닥쳐왔네.」
이렇게 말하고 그는 그 자리에서 그를 죽여 땅에 묻고 나뭇가지로 그 위를 덮었다.
그리고 칼을 깨끗이 씻고 목욕한 뒤에 초막으로 돌아갔다.
그리하여 사제괌(바라문)에게 그를 죽인 사실을 말하고 그 어머니를 꾸짖은 뒤에, 그들 세 사람은 바라나시로갔다.
보살은 나이 젊은 그 아우에게 부왕(副王)의 지위를 주고는 보시 등 깨끗한 업을 닦아 죽어서는 천상에 났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고
『그 때의 그 부왕은 저 제바달다요, 그 젊은 왕은 곧 나였다.』
고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