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제왕의 전생이야기

지제왕의 전생이야기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제바달다가 땅 속으로 빠져 들어간 일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옛날 세계가 성립하던 최초의 겁에 마하삼마다라는 그 수명을 셀 수 없는 왕이 있었다.

그 아들은 로쟈라 하고 로쟈의 아들은 바라로쟈라 하며, 바라로쟈의 아들을 카루야나라 하고 카루야나의 아들을 바라카루야나라 하며 바라카루야나의 아들을 우포사타카 하고 우포사타의 아들을 만다투라 하며, 만다투라의 아들을 바라만다투라 하고 바라만다투라의 아들을 챠라라 하였다.

그의 아들 우파챠라를 또 아파자라라고도 하였는데 그는 지제왕국의 소티바티라는 성에서 행정권을 잡고 있으면서 네 가지 신통을 갖추고 있었다.

즉 허공을 날아다닐 때는 네 천자(天子)들이 사방에서 칼을 들고 그를 지키며 그 몸에서는 전단향 냄새가 나고 입에서는 청련화(靑蓮華)의 향기가 났다.

그에게는 가비라라는 바라문의 사제관(司祭官)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아우 코라카란바 이는 왕과 같은 선생 집에서 공부한 어릴 때의 친우였다.

그가 왕자로 있을 때

「내가 왕위에 오르면 그대에게는 사제관의 지위를 주리라.」

고 약속하였었다.

그는 왕위에 나아갔으나 그 아버지의 사제관인 가비라바라문을 사제관의 지위에서 파면시킬 수 없었다. 그리하여 사제관이 왕에게 문안하러 올 때에는 그에 대해 은근히 경계하고 조심스레 행동하였다.

바라문은 그것을 눈치채고

「왕에게는 같은 연배의 사람이라야 마음이 맞을 것이다. 나는 왕에게 허락을 얻어 출가하리라.」

생각하고

「대왕님, 나는 이제 늙었습니다. 집에 내 아들이 있으니까, 그를 사제관으로 삼아 주십시오.

나는 출가하고 싶습니다.」

고 왕에게 아뢰고 그 아들을 사제관의 자리에 앉히고는 곧 동산에 들어가 선인(仙人)이 되어 선정과 지혜의 힘을 얻은 뒤에도 그 아들을 의지해 거기서 그대로 살았다.

코라카는

「그는 출가하면서 내게는 사제관의 지위도 주지 않는다.」

하고 왕에게 원한을 품었다.

어느 날 왕과 기분 좋게 이야기하다가

「코라카란바여, 너는 사제관의 지위도 얻지 못하지 않았는가.」

고 물었다.

「그렇습니다. 대왕님, 왜 형님이 하고 있습니까.」

「그러나 그대 형은 출가하지 않았는가.」

「그렇습니다. 출가는 했습니다마는 지위는 그 아들에게 물려주었습니다.」

「그러거든 그대가 하려무나.」

「그러나 대왕님, 역대로 전해 오는 지위를 형에게서 빼앗아 스스로 나아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내가 그대를 형으로 만들고 그를 아우로 하리라.」

「무슨 말씀입니까, 대왕님.」

「거짓말을 해야 되겠다.」

「대왕님, 왜 모르십니까. 내 형은 위대하게도 견줄 데 없는 법을 성취하여 밝은 지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비할 데 없는 법으로 대왕을 속일 수 있습니다.

대왕님의 사천왕(四天王)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왕님의 몸이나 입에서 나는 향내를 나쁜 냄새로도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왕님을 허공에서 떨어뜨려 땅바닥에서 있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왕님을 땅속에 빠지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 말씀대로 되지 않을 것이 아닙니까.」

「그대는 그런 걱정일랑 그만두게, 나는 할 수 있네.」

「언제쯤 하시겠습니까. 대왕님.」

「지금부터 이레 동안에.」

이 이야기는 성내에 꼭 펴졌다.

「듣건대 왕은 거짓말을 하여 늙은이로 만들어 그 지위를 젊은이에게 주리라 한다.

대체 그 거짓말이란 어떤 것일까. 푸르거나 아니면 누런 중간 빛일까.」

이렇게 대중은 그것이 알고 싶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그 때 사람들은 모두 진실만 말하는 때이었기 때문에 거짓말이란 어떤 것인지 아무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제관의 아들도 이 말을 듣고 그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왕은 거짓말을 하여 아버지를 젊게 하고 우리 지위를 작은 아버지에게 주신다고 합니다.」

「왕은 거짓말을 하더라도 우리 지위를 빼앗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대체 언제 한다더냐.」

「지금부터 이레 안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그 때 내게 알려라.」

이레째 되는 날에 백성들은 왕의 거짓말하는 것을 보려고 왕궁 앞 광장에 모여 서로 비비대고 있었다. 그 아들은 아버지에게 가서 알렸다.

왕은 화려하게 꾸미고 나와 대중 복판 광장의 허공에 서 있었다.

그 수행자(본래의 사제관)는 허공을 타고 거기 와서 왕의 앞에 가죽 방석을 펴고 공중에서 가부하고 앉아서는

「들으니 대왕님은 진실을 거짓으로 만들고 젊은이를 늙은이로 만들어 그 지위를 주려 하신다는데.」

하며 말하였다.

「그렇소. 스승. 나는 그런 말을 했소.」

그 때 그는 왕에게 충고하되

「대왕님, 거짓말이란 공덕을 파괴하는 무서운 것입니다.

그것은 사람을 네 가지 나쁜 곳에 떨어뜨릴 것입니다.

대체 왕으로서 거짓말한다는 것은 법을 죽이는 것입니다.」

하며 다음 게송을 읊었다.

「실로 법이 죽여지는 것이라면 잘 죽으리

그러나 죽여지지 않는 것이면 결코 죽지않으리

그러므로 그 법을 죽이지 말라

죽여진 법이 그대를 죽이게 하지 말라.」

그리고 그는 계속 왕을 충고하되

「대왕님, 만일 당신이 거짓말을 한다면 당신의 그 네 가지 신통은 사라질 것입니다.」

하며 다음 게송을 읊었다.

「천자(天子)들은 그에게서 떠나가리라

그 입으로는 더러운 숨을 쉬고

천상의 지위도 빼앗기리라

사람이 만일 알면서 짐짓

질문을 받고 다른 것 대답하면.」

이 말을 듣고 왕은 두려워하여 코라카란바를 바라보았다.

그 때 그는 왕에게

「그러나 대왕님, 두려워하지 마시오. 내가 최초에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고 하였다.

왕은 그의 말을 듣고도 여전히 자기 말을 그대로 믿고 나갔다.

「존자여 그대가 아우요, 저 코라카란바가 형이다.」

하였다.

그렇게 말하자 동시에 사 천자(四天子)는 <이런 거짓말장이는 보호할 수 없다> 하며 칼을 발밑에 던지고 사라졌다. 그리고 왕의 입에서는 썩은 암탉알과 같은 냄새가 났고 그 몸에서는 뚜껑을 열어 놓은 변소처럼 악취가 풍겨 나왔으며, 그는 공중에서 떨어져 땅바닥에 서 있는 등, 네 가지 신통력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사제관은 그에게

「대왕님, 두려워하실 것 없습니다.

당신이 진실을 말한다면 그 모든 것이 당신에게 돌아가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하며 다음 게송을 읊었다.

「만일 참으로 진실을 말한다면

왕이여, 당신은 본래처럼 되리라.

그러나 만일 거짓말하면

제지왕이여, 당신은 땅에 서리.」

그러나 왕은

「그대는 그렇게 하여 나를 속이려는 것이지」

하고 또 거짓말하다가 복사뼈까지 땅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러나 그는 또 왕에게

「잘 생각하시오, 대왕님.」

하며 다음 게송을 읊었다.」

「그에게는 비 안 올 때 비가 내리고

비가 와야 할 때는 비오지 않네

스스로 알면서 짐짓 남의 물음에

다른 거짓말로 대답할 때는.」

이렇게 그는 또 왕에게

「거짓말의 과보로 복사뼈까지 땅 속에 빠져들지 않았습니까. 잘 생각하시오.」

하고 다시 다음 게송을 읊었다.

「만일 참으로 진실을 말한다면

왕이여, 당신은 본래처럼 되리라

만일 당신이 거짓을 말하면

제지왕이여, 당신은 땅속에 떨어지리.」

그러나 왕은 세 번째에도

「존자여, 그대는 아우요, 저 코라카란바가 형이다.」

하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리하여 왕은 무릎까지 땅 속에 빠져 들었다.

그래서 그는 왕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대왕님.」

하고 다음 게송을 읊었다.

「남의 질문을 받은 사람으로서

일부러 거짓으로 대답하는 이

그는 그 혀가 저 뱀처럼

대가 있나니 대왕님이여,

만일 대왕이 진실을 말하면

대왕이여, 당신은 본래처럼 되리라

그러나 만일 거짓말하면

지제왕 당신은 다시 깊이 떨어지리.」

그리고 그는 왕에게

「대왕님, 지금이라도 다시 돌이킬 수 있습니다.」

고 하였다.

「그대가 아우요, 코라카란바가 형이다 」

하며 네 번째로 또 거짓말을 하여 허리까지 땅속에 빠졌다.

그 때 그는 또

「대왕님,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하며 다음 게송을 읊었다.

「남의 질문을 받은 사람으로서

일부러 거짓으로 대답하는 이

그는 바로 저 물고기처럼

혀가 없나니 대왕님이여.

당신이 실로 진실을 말한다면

대왕님, 당신은 본래처럼 되리라

그러나 만일 거짓말하면

지제왕이여, 다시 깊이 떨어지리.」

왕은 다섯 번째에도,

「존자여. 그대가 아우요, 코라카란바가 형이다.」

하고 거짓말을 하여 그 배꼽까지 땅속에 빠져들었다.

그는 또

「대왕님,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하고 다음 게송을 외웠다.

「남의 질문을 받은 사람으로서

일부러 거짓으로 대답하는 이

그 집에는 그 딸은 남을 수 있으나

그 아들은 남지 못하리.

당신이 실로 진실을 말한다면

대왕님 당신은 본래처럼 되리라

그러나 만일 거짓말하면

제지왕이여, 다시 깊이 떨어지리.」

그러나 왕은 그 말을 믿지 않고 여섯 번째에도 먼저처럼 거짓말하여 그 가슴까지 땅 속에 빠져 들었다. 그는 또

「잘 생각하시오. 대왕님.」

하고 다음 게송을 읊었다.

「남의 질문을 받은 사람으로서

일부러 거짓으로 대답하는 이

그 자식은 그의 곁에 안 붙어 있고

사방을 향해 모두 떠나가리라.

당신이 실로 진실을 말한다면

대왕님, 당신은 본래처럼 되리라.

그러나 당신이 거짓말하면

지제왕 당신은 더 깊이 떨어지리.」

왕은 나쁜 벗과 사귄 잘못으로 여전히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일곱 번째에도 입 벌리고 무간지옥에서 불꽃이 올라와 그를 휘잡았다. 부처님은 부처로서 게송을 읊으셨다.

「원래 허공으로 날아다니던 왕

그는 선인(仙人)들의 저주를 받아

더구나 정한 때 땅에 묻히어

비천한 사람이 되고 말았네.

그러므로 탐욕이 일어나는 것

현명한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나니

그 마음 나쁘지 않은 사람은

진실에 부합하는 그 말을 하라.」

백성들은

「지제국왕은 선인을 비난하고 거짓을 말했기 때문에 무간지옥에 떨어졌다.」

하고 모두 두려움에 가득 차 있었다.

그 왕의 아들 다섯 사람이 그를 찾아와

「저희들의 구주(救主)가 되어 주십시오.」

하였다.

그 바라문은

「그대들 아버지는 법을 죽이어 거짓을 말하고 선인을 비방하여 무간지옥에 들어갔습니다.

법이란 죽음을 당하면 그도 잘 죽이는 것입니다. 당신네는 여기 살아서는 안 됩니다.」

하고 다시 첫째 왕자에게

「당신은 동문으로 나가 거기서 똑바로 가면 일곱 군데서 새하얀 코끼리를 볼 것입니다.

그것을 목표로 하여 거기다 거리를 만들고 사십시오. 그리고 그 거리를 <코끼리의 성>이라 하십시오.」

둘째 왕자를 불러서는

「당신은 남문으로 나가 거기서 똑바로 가면 새하얀 말을 볼 것입니다.

그것을 목표로 하여 거기다 거리를 만들고 사십시오.그러고 그 거리는(말의 성)이라 하십시오.」

하였다.

또 셋째 왕자를 불러서는

「당신은 서문으로 나가 거지서 똑바로 가시면 갈기 있는 사자를 볼 것입니다.

그것을 목표로 하여 거기다 거리를 만들고 사십시오. 그리고 그 거리를「사자의 성 」이라 하십시오.」하였다.

또 넷째 왕자를 불러서

「당신은 북문으로 나가 거기서 똑바로 가시면 모두가 보석(寶石)으로 된 수레를 볼 것입니다.

그것을 목표로 하여 거기다 거리를 만들고 사십시오. 그리고 그 거리를(우타라판챠라)라 하십시오.」

하였다.

다섯째 왕자를 불러서는

「당신은 여기서 살 수 없습니다.

이 거리에 큰 탑을 세우고 나가서 북쪽으로 똑바로 가시면 두 산이 맞부딪쳐 닷다라라는 소리를 낼 것입니다. 그것을 목표로 하여 거기다 거리를 만들고 사십시오.

그러고 그 거리를 <닷다라성>이라 하십시오.」

하였다.

그들 다섯 사람은 그가 시키는 대로 그 목표를 따라 가서 거기다 각각 성을 만들고 살았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고

『비구들이여, 제바달다가 거짓말 하다가 땅 속에 빠져든 것은 지금만이 아니요,

전생에도 그러했다.』하시고

『그 때의 그 제지국왕은 저 제바달다요, 그 가비라 바라문은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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