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상보살문대선권경(慧上菩薩問大善權經) 02. 하권

혜상보살문대선권경(慧上菩薩問大善權經) 02. 하권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장가들어 아내를 두었느냐? 보살은 애욕이 없어 배필을 아름답게 여기지 않나니, 그 애욕을 떠났기에 보살이 된 것이다. 권속과 처자 둔 것을 보인 것은, 사람들이 의심을 품되, ‘보살은 남자가 아니요, 황문(黃門)이다’라고 하는 그 의심하는 생각을 없애려고 구이(瞿夷) 석씨의 딸을 맞아들이고 이로 인하여 아들 라후라가 탄생된 것이다. 라후라를 포태로 생겼다고 논함은 옳지 못하나니, 무슨 까닭이냐. 라후라는 하늘에서 변화로 사라져 화생(化生)했고, 부모의 화합으로 말미암아 생육된 것이 아니다. 또한 이 보살의 본원으로 이룬 바니, 옛적 정광(錠光)부처님 때에 구이가 서원 세우기를 ‘후세에 당신의 아내가 되겠다’ 하여 그의 덕본(德本)을 심었기에 오랜 요구를 어기지 않으려고 맞아들인 것이요, 애정이 있어서가 아니다. 세속 사람들은 색욕에 흔들리고 미혹하여 은근히 그리워하며 애착하거니와 보살은 처자 권속을 시현했을 뿐, 이윽고 또 나라까지 버렸다. 혹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보살의 부인은 단정하고 수묘한데도 이에 오히려 버리고 갔거늘, 어찌 하물며 우리들이겠느냐?’ 한다. 또 보살이 본래 처음 도를 배울 때에 있었던 처자 권속들이 서로 공경하고 존중하였으므로 각기 함께 발원(發願)하되, ‘날 적마다 당신과 함께 태어나며 언제고 서로 모시고, 불도를 이룰 때까지 따라다녀 청정하고 결백한 법을 널리 펴겠습니다’ 하였다. 그 때 궁중의 채녀(婇女) 4만 2천 사람이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마음을 내었으며, 그 외 여러 무리들도 모두 악취(惡趣)를 벗어났나니, 그러므로보살이 권속 둠을 시현한 것이다. 그 모든 처녀들로서 은애와 색정 때문에 스스로 번민하는 자들은 마치 보살의 담연하고 청정한 것이 명월주(明月珠)와 같음을 보자, 곧 색욕을 떠나게 되며, 만일 보살이 교화할 이에게 얼굴과 모습이 자기와 똑같게 화현(化現)하면, 그 때 채녀들은 ?置?사람과 함께 마음껏 즐기고 각기 마음속으로 생각하되, ‘우리들은 오늘에 보살과 함께 즐겼기에 사모하는 뜻이 길이 달라졌다’ 한다. 이 때에 보살은 염부수(閻浮樹)의 그늘 아래에서 좌선하고 환희에 잠기어 편안한 것이 변화 부리는 사람이 하는 짓과 같다. 보살이 옛적 정광부처님 때부터 오면서 보인 애욕의 인연과 업(業)은 모두 이 끝없는 감화를 주기 위한 것이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염부수 그늘에서 좌선하고 생각하였느냐? 70억 인 여러 곳의 천자들을 교화하여 도의 뜻을 내게 한 것이며, 또다시 황후가 보고 마음에 스스로 생각하되, ‘마땅히 집을 버리리라’ 하게 함이다. 그러므로 보살이 염부수 그늘에 앉아서 고요히 사유(思惟)함이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밤중에 출가하여 강가에 이르러 스스로 씻고 목욕하였느냐? 모든 중생들을 감동시켜 덕본(德本)을 나타내기 위함이며, 모두 마땅히 생각하되, ‘그가 서는 곳은 공덕이 자연적으로 청정하며 결백해지리라’고 하리니, 이로 말미암아 밤중에 출가하여 걸림 없고 아주 즐거운 일들을 모두 버리고 청백한 법을 떠나지 않음이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도솔천에 있으면서 모든 하늘들을 권장하며 교화하고 내려와서 탄생함을 보였더니, 하늘 사람이 와서 손을 끼고 ‘때가 왔으니, 나가셔야 합니다. 문은 저절로 열릴 것이옵니다’라고 하였느냐? 보살은 생각하되, ‘왕께서 혹시 의심을 품어 이를 듣고 깨닫지 못하면 오랫동안 불안할 것이요, 공포와 걱정을 당함으로 해서 악취(惡趣)에 떨어지실 것이다’ 하고서, 그리하여 하늘 사람을 교화하여 하늘 사람이 문을 열게 하고, 모든 하늘들이 그 좌중에서 외쳐 말하되, ‘보살의 허물이 아니니라’고 말하게 하였나니, 왕의 마음을 위안하려고 하늘에 맡긴 것이다. 이러한 뜻을 관찰하였기에하늘을 권장하고 교화한 것이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나라와 왕위를 버리고 간 것을 시현하였느냐? 사람들은 마땅히 알기를, ‘보살이 남[生]ㆍ늙음[老]ㆍ병듦[病]ㆍ죽음[死]을 무서워하여 출가한 이요, 집과 처자와 친속과 권속들을 싫어하여 피하려고 함이 아니다’ 하리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스스로 머리털을 깎았느냐?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하늘ㆍ용ㆍ귀신ㆍ건달바ㆍ사람ㆍ사람 아닌 것들이 보살의 정수리를 능히 보는 자가 없거늘, 하물며 능히 높은 이를 위하여 수염과 털을 깎으랴. 때에 보살이 중생을 권장하여 제도하고 스스로 수염과 털을 깎으면서 생각하기를, 백정왕(白淨王:정반왕)께서 마땅히 원한의 뜻을 일으키되, ‘누가 아들의 머리를 깎아 주었느냐?’ 하고는 자신이 스스로 깎았다 함을 듣고, 왕은 이에 말씀 없으시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보배로운 영락과 갓을 벗어 손수 차닉(車匿)에게 주었느냐? 뭇 사람들의 생각을 일으키게 함이니, ‘보살은 도(道)만을 위하고 다시금 보물 장식 따위를 탐내고 좋아하지 아니하여 일체 물건에 애착한 바 없기 때문에 모두 놓아 버린다’고 한다. 후세 변방 땅에서도 보살을 본받아 말하되, ‘우리들도 출가하였으니, 또한 마땅히 그를 배워야 한다. 부처님의 법칙을 따르고 네 가지 어진 행에 의지하고 온갖 것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 쌓임[陰]과 감관[入]을 위하여 여우처럼 의심하므로 출가하지 아니해야 한다. 만일 이와 같이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마땅히 의심하여 말하되, ‘생활하는 방도를 알지 못하므로 출가했다’ 할 것이라 하리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족성자여, 지금 또 들어라. 이 보살이 무슨 까닭으로 6년간 고행(苦行)을 닦았느냐? 모든 보살이 재앙과 죄악이 있을까 하여 그 고행을 시현한 것이며, 모든 중생을 위하여 그 방편을 보이려고 이 보살이 이러한 일을 하였던 것이니라.

가섭(迦葉)부처님 때에 입으로 말을 하되, ‘머리 깎은 사문이라 어찌 부처가 되리오’ 하였으니, 이는 곧 보살의 선권방편이다. 마땅히 이 뜻을 알아야할 것이니,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이런 말을 했을까? 우다마납(優多摩納)[진(晉)나라 말로 상지(上志)이며, 일명 염화(焰花)이다.]은 다섯 친구[親友] 및 5백 제자가 있었다. 큰 범지(梵志)가 되었고, 귀족(貴族)의 아들로서 본시 대승(大乘)을 배웠는데 나쁜 벗에게 미혹되어 그 도의 뜻을 잃어버렸다. 그 다섯 친구도 외도를 믿고 참다운 교를 따르지 않았으며, 외도 경전을 닦아 익히고 불법을 익히지 않으며, 스스로 도가 있다고 하여 그들의 스승이 되었다. 그는 스스로 이르되, ‘우리들이 부처이다’ 하였으며, 5백 제자들도 또다시 그와 같았다.

염화(焰花) 범지[學志]가 선권방편으로 이들 범지 속에 들어가서 인하여 난제화(難提和)를 꾸짖으며 말하되, ‘무엇이 부처란 말이오? 머리 깎은 사문이다. 불도는 얻기가 어려우니 가볼까?’ 하였다.

염화는 차츰차츰 다섯 족성자 및 5백 제자들이 외도에 있는 것을 교화하기 위하여 말하되, ‘무엇이 부처란 말이오? 머리 깎은 사문이다. 불도는 얻기가 어렵다’고 한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혜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저 세상의 염화 벽지를 관찰하건대, 때에 다른 곳에서 다섯 친구와 5백 권속과 함께 바로 섰었다.

이 때에 도기 만드는 이의 이름은 난제화(難提和)[진나라 말로 환예(歡豫)라 한다.]였는데, 서 있는 그곳에 가서 가섭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면서 염화 범지에게 이르되, ‘함께 가섭부처님께 가 봅시다’ 하니, 염화는 속으로 생각하되, ‘이 모든 범지는 덕본(德本)이 차지 못했나니, 만일 내가 지금 가섭부처님의 도와 공덕을 찬탄하고, 모든 외도를 욕하면 족성자들은 곧 마땅히 놀라 반드시 함께 가지 아니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염화는 그 본원(本願)을 두호하여 지혜가 다함없으면서 선권방편으로 말하되, ‘머리 깎은 사문이요, 부처가 아니다. 불도는 얻기가 어렵고 지혜도 다함없나니 어느 곳에 있으랴. 지혜바라밀을 행하는 자는 피차(彼此)의 생각이 없고, 또한 도(道)라는 생각도 없다’라고 하였다.

염화는 최상의 공한 지혜를 통달하여 널리 집착한 바 없고서 선권방편으로 일체 법을 따르므로 이런 말을 한 것이다.

염화 범지는 다섯 친구와 5백 제자와 함께 못물 가에 이르러 목욕을 마치고 물 밖으로 나와 마차(馬車)를 타고 다서 친구와 따라온 제자들과 함께 노닐고 가면서 경을 강하였다.

그 때에 환예(난제화)는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고서 그들 스승과 제자를 교화하려고 염화의 일행 및 제자를 영접(迎接)하였거늘 그들은 곧 서로 인사하고 온 곳을 물었다.

환예는 성의껏 대답하였다.

‘가섭부처님을 친견하고 돌아옵니다.’

염화는 말하였다.

‘머리 깎은 사문이요, 부처가 아니다. 불도는 얻기가 어려우니라.’

도기 만드는 이인 환예는 듣고 심히 불쾌하여 손으로 머리털을 잡고 말하였다.

‘그대가 믿지 않으면 함께 가서 따지자.’

염화는 생각하고 말하였다.

‘환예는 성질이 차분하고 어질고 평화로워서 일찍이 저돌적인 때가 없었거늘 지금에 나를 이처럼 대하니, 마침내 거짓은 아니리니, 나와 제자는 마땅히 함께 가서 그 도를 보아야겠다.’

모두 다 말하였다.

‘예, 그렇게 합시다.’

이에 도기 만드는 이와 염화와 다섯 친구와 5백 제자는 문득 함께 가서 가섭부처님을 친견하였다.

부처님께서 곧 그들을 위하여 전 세상에서 세운 도덕의 근본을 말씀해 주시니, 그들은 마음이 곧 뛸 듯이 기뻐서 염화를 찬탄하여 말하였다.

‘세존의 도덕과 선권 지혜가 이러하거늘, 어찌 아끼고 일찍 우리들을 위하여 말해 주지 아니하였나이까?’

다섯 친구와 제자들은 가섭부처님의 도덕이 거룩하시고 변재가 한량없음을 보고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었다.

이 때에 가섭 부처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께서 대승업(大乘業)인 법장(法藏)을 열어 얻어 물러나지 않는 법륜(法輪)을 말씀하시니, 다섯범지와 5백 제자들은 모두 생김 아닌 법인(法忍)을 얻었다.”

부처님께서는 혜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족성자여, 듣거라. 염화가 만일 부처님 지혜로써 가섭부처님을 찬탄하고 외도를 욕하였다면 다섯 범지와 5백 제자는 마침내 교화를 따르지 아니했을 것이요, 또한 가섭부처님을 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를 알아 교화하고자 하여 선전 지혜를 행하였나니, 그러므로 말을 하되, ‘머리를 깎은 사문이요, 부처는 아니며, 불도는 얻기가 어렵다. 물러나지 않는 법을 얻어서 통달 못한 바 없어야 도를 다시 의심하지 않는다’ 하였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혜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때를 따라 교화함에는 남은 재앙과 근고(勤苦)한 수행이 있음을 보인다. 만일 그렇게 아니한다면 사문과 범지와 청정이 계를 만드는 모든 사람들은 장차 앎이 없고 게을리 하고 정진하지 아니하여 마침 서로 보고도 말함이 없을 것이요, ‘이 갈무리[藏]는 다른 갈무리이다’라 하여 이들은 오랫동안 이익이 없을 것이요, 편안함을 얻지 못하고 악취(惡趣)에 돌아가리니, 뭇 죄가 있음으로 해서 여래께서 짐짓 남은 재앙이 미진함을 보인 것이요, 보살은 전연 죄와 허물의 환란이 없다. 계를 지니는 사문과 범지에게 만일 더러운 말을 하면, 곧 마땅히 스스로 의심하여 정진을 더하지 않고 해탈을 얻지 못하리니, 이들의 유예하는 뜻을 확립하고자 하여 보살이 방편의 입으로써 말을 하되, ‘이로 인연하여 제도한다’고 한다. 그러자 곧 마땅히 스스로 말하되, ‘우리들은 지혜가 없나니, 스스로 꾸짖어 허물을 뉘우치고 오직 도와 지혜를 배우며 널리 공경을 행해야 한다’고 하느니라.

또 외도는 높은 체하여 자유로이 하기에, 그러므로 여래는 6년간 고행함이요, 남은 재앙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무슨 까닭이냐. 혹 어떤 사문과 범지가 깨 하나[一麻], 쌀 하나[一米]를 먹고 청정히 자재하나니, 이들을 포섭하여 그 원에 만족하게 하려고 보살이 매일 깨 하나, 쌀 한 알을 먹는 것으로써 한도를 삼은 것이다. 만일 때 아닌 먹음도 지키지 못하면 도리어 성스러운 도를 이루지 못하리라.

보살이 말하되, ‘머리 깎은 사문이요, 부처는 아니니, 불도는 얻기가 어렵다’고 하였던 죄와 앙화로써 6년을 고행한 것이다. 그리고 6년간 교화하고 제도한 것은 외도로서는 미처 알 바가 아니니, 외도 520만 사람으로 하여금 평등한 지혜에 머무르게 하였고, 보고 감화되는 것으로 인민을 유인하고 교화하였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여래가 4부 대중과 하늘ㆍ용ㆍ귀신ㆍ인비인(人非人)들을 모아 놓고 그들을 위하여 경법을 강설할 적에 초저녁이 다 될 무렵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시되, ‘중간 옷을 가져오라. 나의 몸이 조금 차다’ 하니, 아난은 지시를 받고 곧 가져다 받들어 올렸다. 초저녁이 지나고 밤중이 되자, 또 아난에게 명령하여 ‘웃옷을 가져오라. 내가 추우니 입고 싶다’ 하였고, 아난은 또다시 올렸다. 밤중이 이미 지나고 새벽이 되자, 또 아난에게 명령하여 ‘중집(衆集:下衣) 옷을 가져오라. 내 입고 싶다’ 하여 곧 또다시 올리니, 부처님께서는 곧 입고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시되, ‘나는 출가한 자에게 한때에 세 가지 법의(法衣) 입는 것을 허락하노라. 만일 추운 자는 또 껴입을 것이니라. 무슨 까닭이냐. 후세 변방 땅의 추운 나라에는 홑옷이거나 얇게 입지 못할 것이니, 그 풍토와 지방을 따라 마땅히 겹으로 두껍게 입어야 한다. 부처님만은 차고 덥고 주리고 목마름이 있지 않다. 무슨 까닭이냐. 추운 국토에 사는 자가 두껍게 입지 않으면 혹 질병이 생기며, 혹 후회하고 물러나서도 구하는 뜻을 능히 완성하지 못하리라. 이것이 여래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여래가 풀 자리에 앉았느냐? 오는 세상에서 출가하여 배우는 자를 위함이니, 혹은 곱고 좋은 평상과 자리ㆍ걸상ㆍ책상을 탐내어 뜻이 안일에만 있고 정진을 더하지 않으며, 혹은 복이 적어서 좋은 자리와 모직물ㆍ털자리ㆍ두터운 담요ㆍ이불ㆍ요를 얻지 못하고 원망하여 물러가려 하다가도 마음으로 스스로 생각하되, ‘여래 세존의 몸도 성불하고자 하실 적에 풀 자리에 앉으시고 좋은 평상에 있지 않고서 성불하셨거늘, 어찌 하물며 우리들이 꼭 좋은 자리만을 생각하랴’ 한다. 부처님의 말과 가르치신 바는 그 풍습에 따라 다르나니, ‘겹자리와 많은 요ㆍ이불도 도에 방애 없다. 부드럽고 고와도 기뻐할 것 없고, 추하고 딱딱해도 싫어할 것 없다’ 함은, 사람 마음이 같지 않고 뜻과 행이 다르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방편과 변통으로 약간의 교설을 시현한 것이니, 이것이 여래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다시 일어나 밥을 먹었느냐? 덕이 없는 자가 스스로 굶주리면서도 구함을 막으려 함이니, 대체로 굶주리면 지혜를 일으키지 못한다. 그러므로 편히 먹고서 도를 이룰 것이다. 보살법을 말하여 중생을 개화하여 편안하게 하고 고행하지 아니하게 하여 보살이 밥을 받음으로 해서 성불하게 되고, 이로 말미암아 한 삼매를 얻으며, 한 삼매로써 백천 겁을 머물렀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한가히 있으면서 도를 구하고 풀 자리를 나무 밑에 폈느냐? 과거 부처님께서 평상과 자리를 탐내지 아니하고 풀 자리를 깔고 법을 말함이 길상(吉祥)이요, 예의이기 때문이다. 설령 보살이 설법을 약간 조금하여도 곧 의리에 들어갈 것이요, 그 풀로써 보살에게 보시해도 그로 인하여 도의 뜻을 낸다. 부처님께서는 이에 길상에게 수기를 주시되, ‘너는 미래에 마땅히 부처가 되리니, 호는 이구(離垢)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이라 할 것이다’ 하였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보리수 밑에 앉아서 마군으로 하여금 운집하게 하였느냐? 설령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에 속히 나아가지 못했더라도 그 마왕 파순(波旬)은 감히 보살의 처소에 이르지 못하리라. 또 족성자여, 보살이 처음 나무 밑에 앉아서 마음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되, ‘누가 욕계(欲界)와 4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냐? 나를 가르칠 자는 마땅히 나에게 나와서 함께 싸워 해결하라’ 하였다.

그 때에 모든 신통 지혜에 골고루 들었으므로 악마로 하여금 시험케 하였나니, 그 악마의 병졸은 8만 4천억이었다. 하늘과 용ㆍ귀신ㆍ건답화(揵沓和)ㆍ아수륜(阿須倫)ㆍ가류라(迦留羅)ㆍ진타라(眞陀羅)ㆍ마후륵(摩睺勒) 들이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었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여래가 불도를 이루고 7일을 바로 앉아 일어나 다니지 않고 나무 관찰함을 싫어함이 없었느냐? 이 모든 천자는 그 덕행을 보고 변화 감동하여 마음이 크게 기뻐서 각각 속으로 생각하되, ‘우리들은 마땅히 여래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가 찾아보리라’ 하고, 밤을 지새우면서 7일을 한마음으로 오롯이 찾아보아도 찾지 못하였으나, 이로 말미암아 이에 세존의 32상(相)을 관찰하고 마음으로 더욱 뛸 듯이 기뻐하여 곧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고 미래의 세상에 또한 이와 같이 보리수에 앉음을 얻게 되었나니, 이로 말미암아 여래께서 7일을 나무 밑에 앉으신 것이다.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부처가 되고서 무수한 하늘 사람의 대중을 권유하여 통솔하고 범천이 청하지 않으면 또한 설법하지 아니했느냐? 이에 여래는 마음으로 스스로 생각하되, ‘그 욕계에 있는 헤아릴 수 없는 여러 하늘들이 모였으며, 악마의 권속과 귀신ㆍ나찰들도 모였나니, 만일 보살이 사자처럼 외치는 것을 보면 곧 도의 뜻을 낼 것이요, 보고 기뻐하는 자는 그로 인하여 무위(無爲)의 도를 이루리라’ 하였다.

또 족성자여, 보리수 아래에 나아가서 보살이 즉시 정수리 모양[頂相]의 광명을 놓아서 널리 악마의 궁전 및 삼천대천세계를 비추고, 그 광명에서 한 음성이 나오되, ‘지금 석종의 아들 능인(能仁) 어른께서 나라와 집을 버리고 지금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루고 이미 너의 세계를 지나 인민을 많이 제도했나니, 너의 국경을 텅 비게 할 것이다. 꾸짖지 말고 마땅히 찾아가서 함께 전투할지어다’ 하였다. 이 때에 악마는 이 소리를 듣고 아주 크게 근심하여 4부 병정을 정돈하였으니, 30나술해(那術垓)가 되었다. 함께 보리수로 향하여 갔었다.

이 때에 보살이 지혜 보배로써 큰 자비와 밝은 지혜와 수승한 자마(紫磨) 금빛 팔을 세우시니, 모든 하늘과 용ㆍ귀신ㆍ제석ㆍ범천이 공경하는 바였다. 이 때에 범지는 생각하되, ‘범천(梵天)이 우리를 화생했나니 우리는 범천으로부터 태어난 것이다. 능히 뛰어넘을 자 없고 세상에서는 더 높은 스승이 없으며 범천이 최상이 될 것이다’ 하였다.

여래는 생각하되, ‘내 범천을 불러서 뭇 사람으로 하여금 보게 하였다.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이 모두 범천에 의지했나니, 범천이 만일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마땅히 권하고 도우면 그제야 그에 따라 설법하려니와 만일 권하거나 청함이 없으면 여래는 설법하지 않으리라. 부처님의 위신을 받아 범천이 와서 법으로써 권하고 돕게 하리라. 만일 뭇 사람이 공경하여 생각하면 범천은 마땅히 여래를 권하며 청하리라’ 하였다.

이에 범천은 스스로 그 궁전을 떠나 세존에게 왔고, 대범천왕은 부처님께 법륜 굴리기를 전하였다. 680만 범천은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어 모두 게송으로 찬양하였다.

부처님의 높으심 더 이상 없고
가장 수승함 미칠 이 없네.

선권방편 잘 행하시나니
이 또한 여래 되심이라.”

부처님께서는 혜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가 시현한 바 남은 재앙이 열이 있나니, 이도 또한 세존의 선권방편이니라. 마땅히 지성으로 알아야 한다. 여래가 터럭만큼이라도 흠결이 있으면 덕본을 갖추어 심지 못했을 것이요, 단점이 있다면 행이 족하지 못할 것이니, 정각(正覺)을 이루게 되고 보리수에 앉는 이것도 또한 그리 못하리라. 무슨 까닭이냐. 통달하고 청정한 법은 모두 흠결이 없느니라.

족성자여, 여래가 좋지 못한 법을 소멸한 것을 알고자 하느냐? 세존은 걸림이 없거늘, 하물며 더러움이 있고 남은 재앙이 있겠느냐?
부처님께서는 의왕(醫王)이 되어 일체 병은 음(陰)과 개(蓋)가 없지만 중생을 도우려고 남은 재앙이 있음을 시현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몸과 입과 뜻을 두호하여 청정한 행을 닦게 한다. 마치 존귀한 족성(族姓)에게 아들이 있는데, 각기 왕가(王家)에서 자라 유락(乳酪)만 늘 먹더니, 몸에 종기와 혹이 나서 위로 목에까지 이르고 배도 또한 아팠다. 마땅히 약을 먹고서 젖을 마시면 이에 아픔이 없어지고 나음을 얻으리니, 부모는 그가 나음을 생각하여 기뻐하는 것과 같으니라.

또 족성자여, 여래 지진은 온 세상의 아버지가 되어 모든 병과 번뇌를 없애며 안온을 얻게 하려고 질병을 시현함이니, 사람이 남은 재앙이 있음을 들으면 감히 죄를 짓지 않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또 혜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옛적 오랜 세상엔 죄와 복을 알지 못하므로 뭇 사람을 위하여 재앙이 있다고 시현함이니, 여래는 그러므로 말하되, ‘나는 법왕(法王)이 되었으나 옛적의 죄를 여의지 못했나니, 재앙을 여의리오’ 하여 이러한 말을 하였으나 여래는 영원히 남은 재앙이 없느니라.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글과 산수를 잘 배워서 여러 동자를 가르쳐 성취하게 하려고 알지 못한 바 없이, 걸리는 것이 없이 하였었다. 어린아이들은 보고 듣고 받아 배워 차츰차츰 근본을 통달하게 하듯이 여래도 그와 같아서 이와 같이 모든 법을 다 배워서 박통하지 못한 바 없으나, 남은 재앙을 시현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청정한 법을 구족하게 하느니라.

비유컨대 어떤 의원이 처음으로 병 고치는 것을 배우고 처방과 약을 알아서 병을 따라 치료하되, 능히 자기가 치유하고 널리 다른 사람까지 치유하여 더욱더 놀라울 정도인 것과 같으니라.

정광부처님 때 일이었다. 저 세상에 5백 장사꾼이 있어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구하는데, 다른 마음을 두는 자가 있었으니, 그는 마음의 죄가 매우 중하였다. 그는 죄의 문을 열어 놓고 사술(邪術)을 공부하여 해치기를 일삼는 흉측한 도적으로서 상인들의 얼굴을 살피려고 곧 그 배[船] 위에 올랐었다.

이 때에 상인을 지도하는 이의 이름은 길재(吉財)였는데 여러 상인들을 보호하여 갔었다. 흉측한 사람은 생각하되, ‘지금 나는 이 상인들을 모조리 해치고 보물을 독점하리라’ 하였다.

염부제에 큰 도사가 있었으니, 이름은 대애(大哀)였다. 그 때 잠자고 있었는데, 꿈에 귀신이 말하였다.

‘상인의 무리 속에 한 도적놈이 있어 지극히 흉악한 마음을 품어 5백 상인을 모조리 해치고 혼자 보물을 취하려고 하나니, 만일 사건이 성립되면 그 죄는 말할 수 없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이 5백 상인은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있나니, 설령 해를 당하더라도 마음은 물러가지 않고 그 재앙과 죄로 말미암아서 낱낱 보살은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루거니와, 도적은 지옥에 떨어져서 많은 세월에야 그 죄가 이에 다할 것입니다. 지금 어지신 도사께서는 마땅히 도와 방편을 행하시어 이 사람으로 하여금 지옥의 많은 고통을 받지 않게 하고, 뭇 상인들로 하여금 위험한 해를 입지 않게 하소서.’

이 말을 듣고 7일을 생각해 봐도 다른 방편이 있지 않았다. 생각하되, ‘오직 그를 잡아서 그의 생명을 끊으리라’ 하였다. 만일 뭇 상인에게 말한즉, 모두 성내어 마땅히 이 사람을 죽이고 반드시 나쁜 길에 떨어질 것이다. 다시 거듭 스스로 생각하되, ‘만일 내가 홀로 죽이면 또한 마땅히 죄를 받을 것이나, 내가 차라리 참고서 백천 겁 동안 지옥의 고뇌를 받을지언정 상인으로 하여금 널리 위험한 해를 당하게 하고, 한 도적으로 하여금 지옥에 떨어지게 아니하리라’ 하였다. 이 때에 대애 도사는 곧 이러한 법을 말하면서 마음으로 기뻐하고 누워 잠잤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족성자여, 저 큰 도사는 뭇 상인으로 말미암아 큰 자애를 일으키고 좋은 권도와 방편으로 한 도적의 목숨을 살해하였다. 그리고 목숨을 마친 후에는 제12 광음천(光音天)에 태어났느니라. 그 때의 대애 도사는 곧 나의 몸이니, 이 방편으로 말미암아 천 겁의 나고 죽는 것을 초월하고, 죽은 후 곧 하늘에 태어났느니라. 그리고 같은 배의 5백 상인은 이 현겁(賢劫) 중에 5백 부처님으로서 나오실 분이었다.

보살이 어찌 죄와 허물을 벗어나거나 없애는 시종(始終)이 백천 겁 동안 되는 것이 있으랴. 부처님을 살피지 못하고서 ‘허물이 있다’ 함이니, 여래가 시현함은 중생을 위한 까닭이니라.

어느 때 허물이 있는 것으로써 권도로 쇠말뚝을 시현하여 여래는 밟았나니, 위신의 사무친 바이다. 무슨 까닭이냐. 여래의 몸은 곧 금강(金剛)이니라.

또 족성자여, 사위성에 스무 사람이 있었는데, 또 스무 사람과 함께 같이 원적(怨賊)이 되었다. 이 때에 스무 사람은 각기 원한을 품고 해치려 하여 최후 세상에까지 서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저 스무 사람으로서 스무 원적을 해치려고 한 자들은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아 여래를 찾아왔다.

이 때에 세존께서 마흔 사람으로 화현하시고 또한 일체 대중을 권유하고 지도하게 하시며, 존자(尊者) 대목건련(大目揵連)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땅에 마땅히 쇠말뚝이 있어 저절로 나와서 부처의 오른발 큰 발 가락에 들어가리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쇠말뚝이 부처님 앞에 있었다.

목련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쇠말뚝을 빼어 다른 세계에 두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리 못하느니라.’

이 때에 대목건련이 정진의 힘으로 쇠말뚝을 빼려고 하니, 이 삼천대천세계가 크게 진동하여 능히 말뚝을 터럭 끝만큼도 요동하지 못하였다.

세존께서 즉시 범천으로 가시니 말뚝도 곧 따라오며, 여래께서 도로 앉으시매 말뚝도 곧 앞에 머물러 있었다.

이 때에 여래께서는 오른손으로 말뚝을 잡아서 발로 그 위를 밟으셨다.

목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의 본죄(本罪)로 말뚝의 재앙이 있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옛적 5백 상인과 함께 큰 바다에 들어가는데, 그 때에 한 사람이 있어 악한 뜻을 품기에 내가 그를 살해했더니, 이것이 그 남은 재앙이니라.’

이 때에 스무 사람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서로 서로 일러 말하였다.

‘여래 법왕께서는 이미 자재(自在)함을 얻으셨는데도 오히려 남은 재앙이 있는 것을 능히 없애지 못하거늘, 하물며 우리들이 죄를 받지 않으랴.’

곧 부처님께 나와서 허물을 뉘우치고 자수하자, 여래는 곧 그를 위하여 경법을 연설하고 죄와 복을 분별하여 마흔 사람으로 하여금 평등한 지혜에 들게 하니, 3만 2천 사람이 티끌을 멀리하고 때[垢]를 여의고 법의 눈[法眼]이 청정해졌다. 이로 인하여 여래께서 쇠말뚝을 시현한 것이다. 이것이 또한 보살의 선권방편이니라.

무슨 까닭으로 세존은 모든 병을 떠났으면서 질병 있음을 시현하고 의왕(醫王) 기역(耆域)으로 하여금 약을 짓게 하였느냐? 부처님께서는 250계(戒)를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아 5백 비구가 다른 숲속에 있으면서 도를 수행하여 욕심이 끊어졌으나 마음에 의심을 품되, 여래께서 가르치시기를, ‘오직 한 약으로써 모든 병을 치료할 것이요, 그 밖의 것은 익히지 말라’고 하셨는가?
이 때에 부처님께서는 생각하시되, ‘무슨 방편으로 모든 비구로 하여금 그 밖의 약을 익히게 할까?’ 하였다. 무슨 까닭이냐. 만일 여래가 뜻을 따라 허락해 주면 곧 후세의 사람이 4현계(賢戒)를 훼방하리니, 그러므로 여래는 좋은 방편을 행하여 약 짓는 것을 기역에게 맡겼다. 정거천(淨居天)이 비구에게 말하였다.

‘여러 현자(賢者)들이여, 다시 다른 약을 구할 것이요, 부디 생명을 위태롭게 하지 말 것이옵니다.’

비구들은 곧 서로 말하였다.

‘차라리 스스로 몸을 부술지언정 부처님의 계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정거천은 대답하였다.

‘현자여, 지금 여래께서는 즉 법의 왕이시니만큼 적은 방편을 두시어 다시 다른 약을 구하도록 하셨습니다. 마땅히 전에 익힌 바를 고치고 복약을 할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에 비구는 유예한 의심을 품고 이에 다른 약을 구하여 병이 곧 치유되고 밤낮 7일 만에 집착함 없는 도를 얻었다. 만일 여래가 약을 익히지 못하게 하였다면 이 여러 비구들은 해탈을 못했을 것이요, 장래의 세상에도 또한 마땅히 그러하리라. 그 몸이 건강한 후에 도를 얻나니, 이것도 또한 보살의 선권방편이니라.

무슨 까닭으로 여래는 모든 덕을 널리 구족하였는데, 또한 마을에 들어가서 걸식하매 빈 발우를 들고 나왔느냐? 여래는 재앙이 없지만, 후세 변방 땅의 모든 나라를 불쌍히 보고 자애(慈哀)를 일으키신 것이다. 그 어떤 비구가 국읍(國邑)과 마을에서 걸식을 하는데, 그 몸이 박복하여 걸식하매 얻지 못함이 있더라도 마음으로 생각하되, ‘여래의 공덕은 충만하고 한량없는 복이 모였는데도 때로는 걸식을 하다가 얻지 못하고 빈 발우로 되돌아오셨거늘, 우리들은 선본(善本)을 심은 바가 크지 못하거니, 어찌 원망하여 버리고 구걸하지 아니하랴. 그러므로 마땅히 걸식할 것이니라’ 하리니, 이런 까닭으로 성에 들어가서 걸식하는데 빈 발우로 나왔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몹쓸 마(魔)들이 범지와 장자(長者)의 집으로 변화하여 ‘부처님께 공양 올리지 아니하고 여러 스님들에게 보시하지 아니했다’ 하나, 일찍이 이럴 수는 없나니, 그 마왕 파순(波旬)도 감히 위력을 부려 여래를 방해하고 복의 뜻을 방해하지 못한다. 이는 부처님의 성지(聖旨)로서 변화하여 시현한 바로서 범지와 장자가 다른 마음이 생긴 것이요, 본의가 아니며, 부처님의 복이 적은 것도 아니다. 저 때에 여러 사람들은 보시하는 자가 없었고, 또한 여래께서 빈 발우로 나오시는 것을 보며 악마 세계의 하늘 사람은 세존이 음식을 얻지 못했으나 심회가 창망(悵惘)함이 없는 것을 보고, 밤낮 한마음으로 여래 및 제자들을 생각하되, ‘장차 반드시 근심하고 섭섭히 여기리라’ 하였으나, 부처님과 제자들은 마음이 이상 없고 전후가 똑같음을 보고, 7만 천자가 부처님께 귀의하였다. 여래는 곧 그들을 위하여 경법을 연설하여 모두 법의 눈이 깨끗함을 얻게 했나니, 이것도 또한 보살의 선권방편이니라.

무슨 까닭으로 전차마니(旃遮摩尼)가 나무 바가지를 배 속에 매어두고 여래를 비방했느냐? 또한 세존의 본래 남은 재앙이 아니요, 부처님께서는 위신력으로 능히 나쁜 뜻을 품은 그를 항하 모래 수처럼 많은 세계 밖에 옮겨 둘 수도 있겠지만, 여래는 선권으로써 이 방편을 시현한 것이니, 당래의 비구가 혹 출가하여 사문이 되어 사람에게 비방과 혐의를 받은 바가 있다면, 부처님 세존도 비록 비방을 당했으나 마음이 움직이지 아니하여 전생의 죄업을 물리치지 아니했음을 관찰하고 생각하기를, ‘부처님의 크고 뛰어난 덕으로도 오히려 또한 이러한 일이 있었거늘, 하물며 우리들이야말로 비방과 말썽이 없으랴’라고 이를 사유하고는 더욱더 정진을 가하여 계를 청정히 받들고 마음이 물러나지 않는다. 만일 나쁜 뜻을 꿈속에서라도 비방하면 목숨을 마친 후에는 지옥을 벗어나지 못하리니, 여래는 모두 알고서 그들로 하여금 금계를 두호하게 하였다. 무슨 까닭이냐. 여래의 덕은 중생을 버리지 않는다. 이것이 여래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외도가 수다리(須多利)를 살해하여 승수(勝樹) 사이에 묻었느냐? 부처님께서는 신통과 지혜로 널리 관찰하여 걸림이 없어서 마땅히 이런 일이 생길 것을 알고, 곧 이와 같은 모습을 시현한 것이다. 만일 칼날로 수다리에게 가하지 않으면, 수다리는 혹 다른 환란에 부닥치리니, 부처님께서는 그녀의 수명이 다 된 것을 아셨다. 그러므로 그 무리들이 서로 죽이게 함이니, 나쁜 짓을 함으로 말미암아 외도가 몸소 살해하매 범했던 것을 반드시 죄를 돌이키리라. 부처님께서는 평등한 지혜로 교화를 세웠고, 이를 건설함으로 말미암아 중생에게 공덕의 근본을 증가하게 한다. 그러므로 여래는 7일간 성에 들어가지 않고 60억의 모든 하늘을 교화하여 도에 들게 하고, 7일을 지난 후에 그 4부 대중이 모두 부처님에게 와서 법을 듣고 8만 4천 사람이 평등한 지혜를 얻었고, 3억 사람이 도의 자취와 왕래(往來)와 불환과(不還果)를 얻었나니, 이도 또한 보살의 선권방편이니라.

무슨 까닭으로 여래가 석 달을 보리를 먹었느냐? 여래는 범지(梵志)가 비록 부처를 청했으나 부처가 교화하는 바를 잊지 않음을 본래부터 알고 있었다. 무슨 까닭이냐. 지금 5백 말[馬]은 옛적 부처님 제자로서 보리[麥]를 먹었다. 전세에 모두 보살 대승법(大乘法)을 배우고 과거의 여러 세존께 공양하였으나 나쁜 벗의 지시를 따르다가 많은 죄와 재앙을 범하고 타락하여 축생(畜生)이 되었다. 저 때에 또한 말 부리는 5백 사람이 있었고, 보살이 있었으니, 이름은 일장(日藏)이었다. 본시 원을 세워 그 속에 태어나서 이들을 널리 교화하여 도의 뜻을 세우게 하고 대승 법을 널리 펴고 말 부리는 사람들을 교화하였다. 그들은 본래 말 부리는 사람이 아니었나니, 여래는 그를 두호하시어 모든 말들로 하여금 모두 수기를 얻고 한 깨달음에 오르게 하였다.

여래는 먹지 않으나 먹고 싶어함이 없고, 위덕(威德)이 능히 기와와 돌과 칼과 막대기를 변화시켜 아름다운 음식으로 만들며,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것을 모두 감미로운 음식과 기특한 맛으로 만드나니, 무슨 까닭이냐. 세존은 저절로 대인 모습[大人相]인 최상의 맛[上味]이 있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여래가 변화한 음식은 모두 아름다운 것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제자 아난은 큰 자비를 얻지 못하고 마음에 스스로 생각하되, ‘어찌하여 세존께서는 전륜왕(轉輪王)의 음식을 버리고 지금 이곳의 보리를 드시는가?’

부처님께서는 그가 생각하는 것을 아셨다. 이 때에 5백 말 부리는 사람의 덕 때문에 5백의 말은 모두 전생 일을 알아 도에 가까운 마음을 얻었고, 5백보살은 큰 자비의 마음을 내고 가서 부처님을 친견하였다.

5백 말 부리는 사람은 스스로 쌀 창고의 반을 덜어서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5백 말의 양식을 떨어 5백 비구에게 공양하며, 말 부리는 사람과 말들은 모두 스스로 허물을 뉘우치고 부처님과 스님들을 본 후 석 달 만에 5백의 말은 목숨이 다하여 도솔천상에 태어나서 하늘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곧 대하는 대로 설법하며, 물러가지 않는 지위에 서게 되었나니,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얻을 것이다. 그리고 아난도 그것이 보시한 공양임을 알았었다.

이 때에 궁중(宮中)의 사람들은 전에 없던 일이라 하고서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깊은 궁 안에서만 생장했나이다. 그리고 아난도 일찍이 이러한 일을 단련하지 못했사온데 편안함과 환희에서 7일 동안 먹지 않았습니다.’

족성자여, 마땅히 알라. 여래의 몸은 죄와 앙화가 있지 않다. 후세에 혹 계(戒)를 지니는 사람이 사문을 청하고서 공양을 베풀지 않을 자가 있으리니, 그러므로 그를 위하여 시현한 것이다. 이것이 여래가 사람들에게 청함을 받아 비록 공양을 마련함을 받지 못했으나, 그 사람으로 하여금 죄의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함이 되느니라.

또 5백 비구가 여래와 함께 한여름[一夏] 석 달을 같이 지냈는데 4백 비구는 모두 욕심의 생각이 있고 청정한 생각이 없었나니, 만일 아름다운 음식을 얻으면 욕심의 뜻이 드디어 성할 것인데 거친 음식 때문에 욕심의 마음이 곧 희박하여 석 달 동안에 나한(羅漢)의 도를 얻었나니, 여래는 이 여러 배움에 있는 비구 및 화현한 보살에게 때를 시현함이요, 죄와 재앙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또한 여래의 선권방편이니라.

무슨 까닭으로 여래는 대가섭(大迦葉)에게 말하되, ‘너는 곧 경을 연설하라. 나의 허리와 등이 아프다’고 하였느냐? 때에 8천의 천자(天子)는 본래 성문 행을 하였던 이로서 가섭이 교화했던 바라 그 때에 이 모임에 와서 3보(寶)를 좋아하고 갈망하여 은근히 마음이 각의(覺意) 설명함을 듣고 싶어했나니, 설령 백억 부처님이 그를 위하여 경법을 연설한다 해도 마침내 능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요, 오직 가섭 비구만이 능히 제도할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각의(覺意)를 분별하라’고 말하였다.

8천 천자는 그 뜻을 듣고 지혜를 얻었으며, 그 질병 있는 자는 모임에 가서 경을 들으려고 각기 마음으로 생각하되, ‘여래 법왕도 각의 연설함으로 인하여 병이 곧 나았나니, 우리들은 어찌 경을 듣지 않으랴’ 하였다. 무슨 까닭이냐. 족성자여, 여러 하늘 및 병든 비구를 교화하려고 경과 도를 받들게 하여 허리 아픔을 시현하였다. 그러므로 여래는 말하되, ‘가섭아, 경을 연설하여 나로 하여금 병이 낫게 하라’ 한 것이니, 이도 또한 여래의 선권방편이니라.

무슨 까닭으로 여래는 사이국(舍夷國)이 패망하매 머리가 아팠느냐? 뭇 사람은 모두 생각하되, ‘여래의 친속이 그 수명을 다하지 못하기에 여러 사람을 보호할 뜻으로 마른 나무 밑에 앉아서 시자(侍者)에게 말씀하시되, 의 머리가 매우 아프다> 하셨다’고 한다.

그 때에 모든 하늘로서 ‘떳떳함이 있다’고 생각하는 3천 사람과 모인 찰리(刹利)의 대중도 수효를 셀 수 없었는데, 여래가 아난에게 ‘머리가 아프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생각하되, ‘여래도 오히려 남은 재앙이 있구나’ 하고서 경을 듣고 하늘 사람 7천이 교화되었나니, 이도 또한 여래의 선권방편이니라.

무슨 까닭으로 바라타(婆羅陀) 범지가 5백 가지 일로 세존을 꾸짖거늘 이 때에 부처님께서는 침묵하시고, 다음에 다시 칭찬하여도 부처님께서는 또한 침묵하시며, 그가 곧 스스로 귀의하여 한마음으로 허물을 뉘우치되, 다시 말씀하시지 않고 부처님께서는 곧 싫어하여 말 못하게 하고 다른 국토에 옮겨 두었느냐? 그 때 모임 안에 모든 하늘과 인간 사람과 무수한 대중이 부처님의 참음과 지혜의 힘이 평등하며 마음이 부드럽고 화평함을 보고, 4천의 사람은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었다. 여래는 미래를 사무쳐 보고 교화한 바가 있으므로 침묵함을 시현한 것이요, 부처님의 남은 재앙이 있는 것이 아니니, 이도 또한 여래의 선권방편이니라.

족성자여, 조달(調達)은 태어날 적마다 항상 보살에게 방해하고 해치려 하여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품고 해치려는 것을 받아 주었느냐? 이도 또한 여래의 선권방편이니라.”

부처님께서는 혜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하늘 사람이 왕래하면서 요구하는 바 있으면 곧 다함없는 큰 보시의 바라밀이 구족할 수 있나니, 무슨 까닭이냐. 이익되게 한 바가 많고, 모든 원(願)을 만족히 하여 일체를 일으키게 함이다. 무슨 인연으로 이런 행(行)을 일으키냐? 만일 중생이 편안하여 스스로 이익되면 곧 보시함과 받음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모든 하늘이 화현으로 허공으로부터 보살의 처소에 내려 와서 시험삼아 처자와 머리ㆍ눈ㆍ손ㆍ발과 국성(國城)과 촌락을 요구하거든, 그 때에 보살은 그의 하고 싶은 바를 만족히 해 주는 것에 용맹스러운 지혜로 어려움이 없으면 뭇 사람은 이를 보고 보시함을 본받아 그 행하는 바를 받들어 따르고 인색한 바 없어, ‘우리들도 또한 마땅히 발원하여 불도를 구하고 금계(金戒)를 닦아 익혀 감히 범하지 않고 보살의 법을 따라서 일찍이 어기거나 버리지 않으며, 누가 치고 꾸짖어도 성내지 않고, 업신여겨도 한탄하지 않으며, 곧 다함없는 인욕바라밀을 크게 펴고 이로써 무수한 대중을 교화하리라’ 한다. 그 모든 하늘 사람은 어떤 원한이 있는 이가 여래의 처소에 오는 것을 보고 곧 금계를 증가하나니, 이것도 또한 여래의 선권방편이요, 남은 재앙이 아니다. 무슨 까닭이냐. 감히 와서 시험한 것은 모두 방편이다. 이윽고 모두 한량없는 수의 사람들을 인도하여 이익되게 하느니라.

요점을 들어 말하건대, 여래의 열 가지 재앙이 남아 있는 것을 시현한 것은 모두 알아야 하나니, 부처님이 때를 따라 방편을 행할 적에 뭇 사람들이 악(惡)을 품고 나쁜 법을 많이 숭상하기 때문에 시현하여 보인 것이요, 재앙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나아갈 바를 알리어 위없는 지혜에 이르게 함이다. 여래가 찬탄한바 선권방편은 가장 높나니 모두 재앙과 죄가 아니요, 다만 시현한 것이다. 이러한 일을 함으로 해서 듣는 자가 두려워하여 감히 나쁜 짓을 하지 않느니라.

또 족성자여, 좋은 방편을 널리 선포하고 수시로 말하노니, 이것은 어리석고[下愚] 박복한 이를 위함이 아니며, 또한 성문ㆍ연각이 알고 있는 정도를 위하여 말한 것이 아니다. 무슨 까닭이냐. 저들은 일찍이 좋은 권도와 방편을 배우지 못했고, 오직 보살 대사만이 깊은 이치를 통하여 마치 어둔 밤에 집안에다 불을 켜서 실내와 처가 권속을 모두 비추듯이 보살도 이와 같아서 그 다함없는 선권바라밀을 들으면 곧 보살의 일체 행하는 바를 통달하여 마땅히 부지런히 따르고 배우나니, 이것이 나의 본래 닦은 바며, 부처님이 그대에게 부촉하는 바이니라.

선남자ㆍ선여인으로서 불도를 구하고자 하는 이는 그 선권방편을 강설하는 데가 있다면 백 리가 되건 천 리가 되건 마땅히 가서 받아 배우고, 곧 그 광명을 입어야 할 것이니라. 무슨 까닭이냐. 만일 능히 이와 같은 상법(像法)을 듣고 받으면 곧 일체 경전을 개발함이 될 것이요, 모든 의심의 그물을 없애고 맺힌 한이 없게 되리라.”

그 때에 모든 하늘과 인간 사람과 4부 대중은 모두 다 찬탄하여 말하였다.

“이 선권방편경을 듣는 이는 법기(法器)인 사람이 아니면 흔히 믿고 즐기지 아니할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 경을 연설하여 마치시니, 7만 2천 사람은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었다.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경을 마땅히 무엇이라 이름하오며, 어떻게 받들어 지니오리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은 선권방편소도무극수시품(善權方便所度無極隨時品)이라 이름할 것이니, 마땅히 지니고 마땅히 행할지어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 혜상보살 및 비구 대중과 보살 대사와 여러 하늘ㆍ용ㆍ귀신ㆍ아수라와 인간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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