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상보살문대선권경(慧上菩薩問大善權經) 01. 상권

혜상보살문대선권경(慧上菩薩問大善權經)

서진(西晉) 월지국(月氏國) 축법호(竺法護) 한역
번역

혜상보살문대선권경(慧上菩薩問大善權經) 01. 상권

혜상보살문대선권경(慧上菩薩問大善權經) 02. 하권


혜상보살문대선권경(慧上菩薩問大善權經) 01. 상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는 사위성(舍衛城)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 동산에서 노니시면서 큰 비구 대중과 함께하셨나니, 비구는 8천 인 위대한 제자로서 학문과 계(戒)를 구족하였으며, 보살은 1만 2천 인인데, 일체 거룩한 신통을 통달하지 못한 바가 없었고, 이미 총지(摠持)를 얻어서 변재가 한량없었고, 법인(法忍)을 일으키지 않았으며, 그 덕은 한량없어서 모든 근기를 사무쳐 보아 병에 따라 약을 주었고, 사자후(師子吼)로 시방을 구제하여 백천 중생들로서 제도함을 입지 않은 이가 없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고요히 앉으심[宴坐]으로부터 일어나시어 바로 무수한 대중과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경을 연설하셨다.

그 때 모임에 보살(菩薩)이 있었으니, 이름은 혜상(慧上)이었다.

곧 자리로부터 일어나서 의복을 다시 정돈하고 장궤(長跪)하고 차수(叉手)하여 부처님 앞에서 아뢰어 말씀드렸다.

“원컨대 묻고자 하니, 여래ㆍ지진(至眞)께서는 듣는 자에게 풀어 말씀해 주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마음껏 묻고 싶은 바를 물어라. 부처님께서는 그대를 위하여 막힌 것을 풀어 주겠노라.”

혜상보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말한 바 좋은 방편[善權]은 무엇을 말함이오리까?”

부처님께서는 혜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족성자(族姓子)여, 불쌍히 여기고 슬피 생각하는 것이 많아서 천상 인간 사람을 안온케 하고, 장래를 권장하며 교화하고 3도(道:惡道)를 이끌어 주며, 불법을 열어 주어 미묘한 지혜를 얻게 하려고 이에 보살의 선권방편을 묻는구나.”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내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그 요지를 말하겠노라.”

혜상보살 및 뭇 모인 이들은 가르침을 받고 듣고 있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혜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족성자여, 좋은 방편[善權]을 지닌 개사(闓士:보살)는 한 덩어리 밥으로써 때를 따라 방편으로 크게 베풀고 널리 보급하여 중생과 축생에 떨어진 자를 권발(勸發)하여 이들 두 중류로 하여금 모두 덕본(德本)에 나아가게 하고, 모든 신통 지혜를 일으켜 그 마음이 깨달아서 부처님 지혜를 구족하게 하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니라.

또 족성자여, 좋은 방편을 지닌 개사는 만일 사람이 덕을 심으면 권찬(勸讚)하고 대신 기뻐하여 이의 선본(善本)으로 곧 중생에게 베풀고 깨닫는 마음으로 일체 마음을 수순하여 타락하지 않고 이 교리를 강론하고서는 성문(聲聞)ㆍ연각(緣覺)의 법을 이루어 모든 신통 지혜가 되게 하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니라.

또 족성자여, 좋은 방편을 지닌 개사는 시방의 모든 나무에 그 꽃이 찬란하고 향기가 아름다워서 사람이 좋아하나 주인과 명칭이 없는 것인 그를 공손히 채집하여 부처님께 받들어 올리고, 이 덕본으로써 자기와 여러 사람들이 신통 지혜에 뜻을 두고 도명(道明)을 갖추어 한량없는 계품(戒品)과 정품(定品)과 혜품(慧品)과 해탈품(解脫品)과 해탈지견품(解脫知見品)을 골고루 얻기를 맹서하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니라.

또 족성자여, 좋은 방편을 지닌 개사는 중생을 불쌍히 보살피되 편안한 데에 있으면 따라 기뻐하고 그의 우환을 대신 받고, 모든 신통 지혜의 인연과
방편으로 덕본을 건립하여 여러 중생들에게 베풀고 시방세계를 위하여 덕의 투구를 쓰되, 그 해(害)를 만난 자에겐 그 우환을 구출하고 그 죄를 대신 받으며, 신통 지혜로써 권하여 큰 안락을 얻게 하기를 맹서하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니라.

또 족성자여, 좋은 방편을 지닌 개사는 한 부처님께 공양함에도 여러 부처님의 법신(法身)이 평등함으로 관찰하여 계(戒)와 정(定)과 헤(慧)와 해탈지견(解脫知見)에도 또한 다시 이와 같이하여 이 한 부처님께 공양하면 곧 시방의 여러 부처님께 공양함이 된 것을 알고, 공양한 복으로 개사는 그를 받아서 중생에게 복을 베푸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니라.

또 족성자여, 좋은 방편을 지닌 개사는 태어나는 곳과 그 머무른 곳에 나[我]라 계교하지 아니하여 일찍이 스스로 낮게 보지 아니하여, 만일 4구(句)의 게송을 외우더라도 그 뜻을 관찰하여 마음으로 겁내거나 지치지 않고, 전하고 시현함을 구비하고, 이양(利養)을 생각하지 않으며, 불국토를 이익되게 한다. 만일 국읍(國邑)에 들어가면, 문득 큰 자애(慈哀)를 일으켜 기쁘게 연설하여 ‘나의 4구 게송을 듣는 자는 모두 부처님의 걸림이 없는 변재 이루기’를 서원(誓願)하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니라.

또 족성자여, 좋은 방편을 지닌 개사는 설령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행걸(行乞)하여 한 공기의 찬을 얻을지라도, 비열한 마음이 없고, 그것으로 더욱 현중(賢衆)에게 받들며, 만일 한 사람에게 베풀면 속으로 생각하여 관찰하되,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되, ‘널리 베풀기를 힘쓰라’ 하셨거늘, 지금 나는 구걸하매 그에게 주는 것이 작으나, 모든 신통 지혜를 건립하는 데 서원의 뜻만은 한량없이 하리라 하여, 이의 덕본을 심고 중생을 권발하다가 요행히 보배 손바닥[寶掌]을 얻으면,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과 같으리니, 이 묘한 지혜, 광명으로써 한 공기의 공양을 받아먹은 자도 계를 지니고 도를 배우며, 높은 공덕에 반연하여 이루는 바가 많으리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니라.

또 족성자여, 좋은 방편을 지닌 개사는 모든 성문ㆍ연각(緣覺)과 함께 노닐되, 마음은 그와 같이 돌아가지 않고, 사람이 성문ㆍ연각에게 공양함을 보면 뜻이 흠탄[欽]하지 않고 두 생각을 일으키나니, 첫째는 보살 마음으로부터 불세존(佛世尊)을 이룸이요, 둘째는 제자 연각은 불법으로 인하여 생긴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찰을 하고서는 모든 공양하는 바를 그에게 올리지 않는다. ‘나의 배우고 익힘은 3품(品)이 제일이다’라고 하여 친소가 없는 것을 관하여 탐하거나 즐겨 하는 바 없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니라.

또 족성자여, 좋은 방편을 지닌 개사는 한 보시를 璿求쨉? 곧 6도(度)를 구족하여 다함이 없느니라. 무엇이 6도인가. 좋은 방편을 지닌 개사는 가난하여 구걸하는 자를 보고 큰 보시를 구족하여 간탐(慳貪)하는 마음이 없나니, 이것이 시도(施度)의 다함없음이요, 몸소 금계를 두호하고 계 지니는 자를 받들며, 그 악을 범한 자로 하여금 계법(戒法)에 서게 하고, 이윽고 급시(給施)하여 훼상이 없게 하나니, 이것이 계도(戒度)의 다함없음이요, 만일 성내는 자는 자비심과 청정한 마음과 밝은 마음과 애민하는 등의 마음으로써 어거하여 보시를 베푸나니, 이것이 인도(忍度)가 다함없음이요, ‘편의를 따라 음식을 공판(供辦)하나 몸과 입과 뜻의 행과 마음은 허공과 같다’ 함이니, 이는 진도(進度)가 다함없음이요, 한마음으로 평등히 보시하고 행동하거나 눕고 꿈꾸는데도 산란한 행(行)이 없나니, 이것이 정도(定度)가 다함없음이요, 이와 같이 보시하고서 모든 법을 생각하되, ‘어느 보시하는 자가 있으며, 무엇이 먹는 자며, 누가 보응(報應)을 받으리오. 이 구하는 자는 법을 얻을 수 없다’ 고 한다. 보시하는 자와 보시함을 먹는 자를 보지 못하며 보응을 받음도 없나니, 이것이 혜도(慧度)가 다함없는 것이다. 이 족성자의 선권으로 보시함이 이와 같아서 곧 6도 다 없는 법을 구족함이니라.”

이에 혜상보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일찍이 있지 아니한 것이옵니다. 천중천(天中天)이시여, 개사 장부(丈夫)는 선권의 보시를 구족하고, 일체 불법을 포섭하고 두호하여 나고 죽는 데에까지 구원하고 그 힘이 다른 무리에까지 미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극하도다. 진실로 말한 바와 같나니, 선권인 보시가 비록 작으나 여러 덕을 이루는 것을 살피건대 한량없어 헤아리기 어렵도다.

또 족성자여, 선권방편(善權方便)을 행하는 보살이 물러갔다 되돌아옴이란 무엇이라 하느냐. 선권방편으로써 보시하여 주며, 비록 악한 벗을 따라걸린 바가 되었더라도 죄를 다 배상한 이는 스스로 관찰하고 생각하여 말하되, ‘음(陰)의 종류와 모든 입(入)은 없애지 않을 수 없나니, 마땅히 이 환란을 없애고, 이에 하염없는 데에 이르겠노라. 나는 마땅히 도덕의 투구를 쓰고 힘대로 일으키고 주선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곧 완성되도록 힘쓰기를 맹서하겠다’고 하느니라.”

혜상보살은 또 물었다.

“오직 천중천이시여, 설령 어떤 사람이 네 가지 죄에 범하고 생각이 있어 뜻을 발하여 출가하여 보살도를 닦는다면, 그런 후에는 어떻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설령 4중(重) 금계[禁]를 훼실하였더라도 선권으로써 죄를 소멸하던 모든 환란이 모두 없어지리니, 이 족성자의 보살도를 닦는 데에 죄가 없어지는 것이니라.”

그 때에 혜상보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떤 것을 보살의 죄와 재상이 있는 것이라 이르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보살이 득탈계(得脫戒)를 배움이다. 득탈계란 것은 곧 350계(戒)이니, 백천 겁 동안 나무 열매나 풀 열매를 먹고 사람들에게 욕됨을 당하여도 모두 참는 것이니라. 만일 ‘제가 연각의 행’을 생각함이 있는 개사는 곧 ‘나고 죽는 뿌리’에 묶임이 된 것이니라. 족성자는 ‘성문ㆍ연각이 본래의 모든 금계에 범하면 음(陰)의 종류와 모든 입(入)을 제하지 못하고 멸도를 얻지 못한 계와 같아서 만일 족성자가 개사의 행을 버리고 스스로 고치지 않고서 생각을 두어 뜻이 성문ㆍ연각을 구하면, 위없는 정진(正眞)의 도를 얻어 최정각(最正覺)이 되고자 하는 자는 마침내 능히 이루지 못하느니라.”

이에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기억하여 보건대, 내가 옛적 사위성에 들어가서 걸식하였는데, 어떤 개사를 보았나니, 이름은 중승왕(重勝王)이었습니다. 다른 실내에서 여인과 함께 평상을 같이하여 앉아 있었기에 저는 ‘더러움을 범했다’ 하여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범행(梵行)을 배운 자로서 여래의 가르침에 이다지 아무것도 보고 듣고 생각함이 없었느냐?’ 하였습니다. 이 때에제가 세존을 첨앙하여 보고 서서 생각하며 탄식하여 이러한 말을 하였더니,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나이다.

이 때에 중승왕이 곧 스스로 몸을 솟구쳐 땅에서 거리가 네 길[丈] 아홉 자[尺]나 떨어진 허공에 머물러서 저에게 답하여 말하되, ‘어찌 현자(賢者)로서 금계를 범한 자라면 어찌 능히 몸을 솟구쳐 허공에 머무르겠느냐? 부처님 앞에 가서 어찌 묻지 않느냐? 어떤 것을 보살이 죄에 범한 법이라 이르느냐?’라고 하기에, 제가 몸을 던져 즉시 허물을 뉘우치고 말하기를, ‘세존이시여, 제가 심히 미혹하였나이다. 어찌 대보살의 단점을 보겠습니까?’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스스로 닦고 근신할 것이요, 대승 보살의 약점을 살피고 그 허물을 생각하지 말 것이니라. 만일 현자(賢者)가, 자기가 법에 1과 2에 뜻을 두고서 한 가지로 닦고 혼잡하게 행한다면 마땅히 보지 말 것이니, 여우처럼 의심하고 게으르고 닦지 아니하여 누(漏)를 다하지 못하리라. 이와 같도다.

아난이여, 선권인 보살이 모든 신통 지혜에 물러가는 생각이 있다고 보지 말 것이니, 무슨 까닭이냐. 보살 대사는 권속을 사랑하여 받아들이나 3보(寶)로써 업을 삼아 불법의 현성중(賢聖衆)을 어기지 않고 하여금 위없는 정진의 도에 뜻을 두게 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족성자(族姓子)거나 족성녀(族姓女)가 마음이 대승에 있어서 모든 신통과 지혜를 떠나지 않고, 5욕락에 빠지지 않으며, 5욕(欲)을 억제하고, 5통(通)을 관하고, 여래의 근본을 얻으면 마땅히 알라. 이 보살은 여인과 함께 할 수 있느니라.

또 듣거라, 아난이여. 저 여인은 이 과거 세상에 중승왕의 백 생(生) 동안 부부였나니, 옛 정을 빼지 못하여 색정과 은애가 있어 중승의 용모에 탐착하여 입으로 맹세하는 말을 하되, ‘만일 저와 함께 즐기는 바를 이루면 마땅히 그의 가르침을 따라서 위없는 정진도의(正眞道意)를 발하겠습니다’ 하였으니, 이 때에 중승왕은 마음으로 그녀의 생각을 알고 새벽에 의복을 정돈하고 이 법문으로 말미암아 그 실내에 들어가서 안과 바깥의 땅과 마음이 평등하여 다름이 없음을 관찰하고 손을 잡고 처소를 같이하여 이미 그의 욕구대로 해주고서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리석게 애욕에 거슬려 감이여,
부처님께서 찬탄하지 아니하신 바라네.

은애(恩愛)를 능히 제거한 자는
인중상(人中上)인 부처 되리라.

이 때에 그녀는 뛸 듯이 기뻐하며 곧 자리로부터 일어나서 스스로 몸을 땅에 던져 목숨을 바쳐 자책하고 죄를 항복하고 허물을 뉘우치면서 중승왕을 위하여 게송을 말하였다.

저는 이미 모든 애욕 떠났나니
세존께서 찬탄하시는 바이옵니다.

은애의 착(着)을 절제하고
부처님의 위없는 도를 원하나이다.

전일 마음으로 생각하였던 것은
지금 자수하여 허물 뉘우치고
모든 중생 불쌍히 여기어
구경(究竟)에 도의 뜻 발하겠나이다.

그 때에 중승왕보살은 애욕을 따라 그녀를 교화하여 위없는 정진도의 뜻을 발하게 하고, 곧 자리로부터 일어나 그 집에서 나왔느니라.

아난아, 이 마음이 특히 청정함을 관찰하라. 내가 지금 그녀에게 수기를 주겠노라.

‘여자 몸을 전환한 후 99겁에 마땅히 부처됨을 얻으리니, 호를 이무수백천소수(離無數百千所受)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중우(佛象祐)라 하리라.’

이로써 현자(賢者)는, 보살의 행(行)은 행하는 바가 단점도 없고 죄의 법에 떨어지지 않음을 관찰할 것이다.”

중승왕보살은 허공으로부터 내려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개사는 선권방편을 행하여 큰 자애(慈哀)를 세울 것이니, 만일 한 사람을 권하여 법의 근본으로 인도하면 그 태어나는 곳을 따라서 마땅히l 보호할 것이요, 진실로 자기가 선권 때문에 큰 지옥에 떨어져서 백 겁에 이르기까지 모진 고통과 심한 고뇌와 환란을 받을지라도 마땅히 참고서 차라리 한 사람을 교화하여 덕본을 세울지언정, 이 환란을 피하려고 하지 않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통달한 정사(正士:보살)는 보살로서 크게 자애한 행이니, 모든 감수[受]를 초월하여 해탈함이로다.”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족성자여, 나는 기억하노니, 과거 세상 무수한 겁의 시절에 한 학사(學士)가 있었나니, 이름은 염광(燄光)이었다. 숲속에 있어서 길상(吉祥) 원(願)을 행하여 420만 년간 범행(梵行)을 깨끗이 닦아 많은 해를 지나고서 사갈국(沙竭國)에 들어갔었는데, 그곳에 도가(陶家) 딸이 있었다. 그는 이 학사의 자태와 용모가 아름답고 좋으며 단정하고 절묘함을 보고, 애욕의 뜻이 높이 솟아 곧 스스로 의탁하여 투신하였다.

학사는 물었다.

‘아가씨는 무엇을 구하려고 하오?’

그녀는 대답하였다.

‘인자(仁者)를 사모하나이다.’

학사는 말하였다.

‘나는 애욕을 좋아하지 않소.’

그녀는 말하였다.

‘만일 그렇게 아니하오면 저는 장차 스스로 죽겠습니다.’

염광은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금계를 두호하고 범행(梵行)을 깨끗이 닦은 지가 420만 년인데 지금 만일 훼손하면 길상이 아니로다.’

그리고는 버리고 문득 일곱 걸음을 떠나 걷다가 이에 자애(慈哀)를 발하였다.

‘금계를 범하고, 곧 지옥에 떨어진다 하여도 만일 이 여인을 구해 주지 않으면 그녀는 스스로 죽을 것이니, 차라리 이 여인으로 하여금 안온을 얻게 하고, 나는 마땅히 지옥의 고통을 참고 견디도록 하리라.’

염광은 곧 돌아서서 그의 팔을 또한 잡고 위로하여 말하였다.

‘아가씨의 욕망을 따라 주리니 아예 자살하지 마오.’

학사가 물러나와 가업(家業)을 다스리고 생활한 지 12년이었는데, 구애를 싫어하고 만족을 알아 이에 4등(等)을 청정히 하다가 목숨을 마친 후엔 범천(梵天)에 태어났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족성자여, 그 때의 염광 학사를 알려 하면 어찌 딴 사람이랴. 이런 관찰을 두지 말 것이니, 곧 나의 몸이었고, 도가 집의 딸은 곧 구이(嬰夷)였느니라. 그는 색욕을 좋아하였기에 그의 마음을 순종하려고 나는 큰 자애로써 하여 나고 죽는 백천 가지 환란을 뛰어 도탈하였느니라. 현자(賢者)는 또한 다른 사람이 범한 바는 지옥에 떨어지거니와 선권 개사는 도리어 범천에 오르는 것임을 관찰할지어다.”

부처님께서는 혜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사리불(舍利弗)과 대목건련이 선권을 행하였다면 구화리(矍和離) 비구로 하여금 지옥에 떨어지게 아니했을 것이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내가 기억하건대 옛적 구루진(拘樓秦)부처님 때에 한 비구가 있었으니, 이름은 무구(無垢)였다. 그는 한가한 곳 국가산(國家山) 굴에 있었는데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다섯 신선이 있었다.

한 여인이 길을 가다가 비를 만나 피하려고 달려와서 무구 비구가 있는 굴에 들어가 쉬고 비가 개이자 나갔다.

이 때에 다섯 신선은 여인을 보고 각각 말하기를, ‘비구는 간음하였으니, 더럽고 부정하도다’ 하였다.

무구 비구는 모든 신선들이 생각하는 바를 알고 곧 스스로 몸을 허공에 솟구쳐 땅에서 거리가 네 길[丈] 아홉 자[尺]나 떨어지게 하였다.

모든 신선들은 허공에 날아 있는 것을 보고 각기 말하되, ‘우리 경전에 기록된 바로는, 욕진(欲塵)에 더럽힌 자는 몸이 날 수 없다고 하였도다’ 하고, 이윽고 5체(軆)를 땅에 던지고 잘못에 항복하였느니라.

만일 비구로 하여금 신통 변화를 나타내게 하지 못했다면, 그 다섯 신선은 큰 지옥에 떨어졌을 것이다.

그 때의 무구 비구는 곧 자씨(慈氏)보살이니라.

만일 사리자와 목건련이 선권이 있어서 날아올랐더라면 곧 구화리는 지옥에 빠짐이 없었을 것이다.

마땅히 알라. 이 이치는 성문ㆍ연각이 능히 알 바가 아니요, 오직 개사만이 분별하여 선권방편을 알 것이니, 마치 방일(放逸)한 여인이 네 때[四時]로 장식하고 재리와 애욕을 탐하다가, 혹 지혜 없는 자가 있어 그 사람의 성질을 변해 고쳤다면 그의 뜻을 따라 몸까지 보시함을 보일 것이요, 그 사람을 존경하므로 그 재산까지 다 바치고 드디어 버리고 없더라도 얻은 바가 있음으로 인하여 일찍이 뉘우침을 두지 않는 것과 같다. 선권 보살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사람 근기의 개화(開化)할 만한 것을 관찰하여 어떤 방편을 써서라도 곧 개화하고 건립하여 중생에게 보시하되, 그 몸을 아끼지 아니하며 모든 덕본(德本)을 심어 속에만 숨겨 두려고 않는다. 만일 사람이 이미 덕본 세운 것을 알면 그 사람을 쓰려고 목숨을 이어서라도 선(善)을 기르며, 일체 욕락에는 탐내는 바 없고 은애를 버리어 없는데도 돌아가서 그 마음이 청정하여 얽매인 바가 없다.

마치 꿀벌이 뭇 꽃을 빨아 채집하는데 떳떳하다는 생각을 두지 않고, 꽃 가지와 잎새에 하나도 손상하는 바 없는 것과 같아서, 선권을 행하는 보살도 세속과 방편을 따라 비록 모든 욕락을 좋아하나 애욕이라 계교하지 않고, 떳떳하다는 생각을 내지 않으며, 스스로 몸을 헐지 않고, 또한 다른 이도 손해하지 않는다.

비유컨대 나무의 종자가 고운 빛을 잃지 않고 인하여 싹이 나고 보태지 아니하여도 무성함과 같다. 이와 같도다, 족성자여. 보살은 공함과 형상이 없는 것과 원(願)이 없는 것인 법과, 지도(智度)의 다함없고 광대함인 지혜로써 모든 진로(塵勞)에 들고 즐겨 하는 행(行)을 따라서 습속을 버리지 아니하나 애욕으로 몸을 더럽히지 않고 부처님의 찬탄하심을 어기지 않고 일찍이 물러나지 않느니라.

고기 잡는 어부가 그물을 가지고 그물을 펴는데 뜻에 하고 싶은 대로 큰 흐름을 끊고 그물을 치고 그물을 거둠에 획득한 바가 많은 것처럼, 보살도 이와 같이 공함과 형상 없음과 원이 없는 법에 들어가서 미세한 마음으로 일체 지혜에 있어서 큰 애욕을 얽어매고 모든 신통과 지혜의 마음으로 마음에 두려움이 없이 얻는 바가 자재(自在)하여 범천(梵天)에 태어남을 얻는다. 비유컨대 어떤 장부가 주술을 공부하였는데, 관리에게 체포되어 5체(軆)가 계박되었으나, 그 사람은 제멋대로 한 주문으로써 모든 포승을 끊고 해탈하여 가는 것과 같다. 이와 같도다, 족성자여. 선권 보살은 5욕락으로 스스로 즐기고 널리 여러 사람들과 함께 그 행복을 누리다가 지혜의 힘인 술력(術力)으로 한 신통 지혜로써 일체 애욕을 무너뜨리고 범천에 태어나느니라. 비유컨대 안온사(安穩師)가 그 마음을 통일하여 꺼리는 바 없고 보호해 주는 것을 변화로 나타내는데, 큰 상인(商人)을 보내면 혹 어리석은 자가 있어서 비방하고 중상하여 말하되, ‘이 사람을 살펴보건대 자기 권속과 재물도 오히려 보전하지 못하겠거늘 어찌 능히 대중을 건지고 도적을 면하게 하랴. 반드시 많은 돈과 재물을 유실하겠다’ 하거든, 이에 도사(導師)는 격분하고 부끄러워하여 곧 자리로부터 일어나서 마음을 굳게 갖고 갑옷을 입으며, 칼을 휘둘러 원적(怨敵)을 무찌르고 안온함을 얻고 망실함이 없다. 선권을 행하는 보살은 지혜의 칼을 가지고 하고 싶은 때를 따라 선교방편으로 5욕락을 익히나니, 제자승(弟子乘)에 뜻을 둔 자는 좋아하지 않으면서, ‘자비를 발했거늘 어찌 이와 같이 방일한가. 오히려 자기도 제도 못했거늘 어찌 능히 중생을 제도하며 마원(魔怨)을 항복받으랴. 그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하거든, 보살은 지혜도(智慧度)의 다함없는 법과 선권방편으로 뜻에 하고 싶은 대로 하여 지혜의 칼로 진로(塵勞)를 끊고, 모든 그물을 벗어나 노닐기를 마음대로 하여 모든 불국토에 두루하고 여인의 국토를 떠나 더러움이 없느니라.”

그 때에 보살이 있었으니, 이름은 애경(愛敬)이었다. 사위대성(舍衛大城)에 들어가서 차례로 행걸(行乞)하다가 귀족의 집에 이르렀다. 귀족에게 딸이 있었으니, 이름은 집상(執祥)이었다.

누관(樓觀) 위에서 비구의 소리를 듣고 밥을 먹다가 문득 밖에 나와 곧 그의 얼굴을 보고 방일한 뜻이 발동하여 그 욕정이 매우 치열하였으나 뜻을 얻지 못하고 기절하여 그 몸은 요동하였다.

비구는 그녀가 부정한 생각 일으켰음을 보고 곧 속으로 생각하되, ‘무엇을 법락(法樂)이라 이르느냐. 스스로 좋아하는 것이니, 그는 공(空)하여 진실함이 없는 것이 마치 물거품과 같아서 따를 바가 되지 않으리. 귀와 눈과 코와 입과 몸과 뜻은 썩은 고기와 같아 가죽으로 쌓고 피부로 덮였다. 발로부터 이마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좋게 되랴. 쟁송(諍頌)할 것도 없고 상(想)과 염(念)도 없다. 법은 안팎이 없고 또한 수명도 없어서 있는 바 없나니, 마음이 어디에 착(着)할 것이며, 또한 무엇을 받을 것인가. 애욕의 티를 영원히 떠났고, 또한 얻을 것도 없다’고 말하여 모든 법이 생기는 바 없는 것임을 자세히 관하였다.

애경보살은 즉시 생기지 않는[不起] 법인(法忍)을 얻고 뛸 듯이 기뻐하여 땅에서 네 길 아홉 자나 떨어진 허공에 있으면서 사위성을 일곱 번 돌았다.

이 때에 부처님께서는 애경보살이 허공에 올라 있는 것이 기러기와 같아서 신족(神足)이 걸림 없이 자유자재함을 보시고 현자(賢者)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애경보살이 날아 노닐고 행동하는 것이 기러기와 같은 것을 보았느냐?”

아난은 대답하였다.

“이미 보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애경보살은 색욕의 행으로 인하여 불법을 얻었으며, 마군을 항복받고, 곧 법륜(法輪)을 굴렸으며, 집상(執祥) 여인은 마침내 여인의 몸을 전환하여 도리천(忉利天)의 자감(紫紺)천궁에 태어남을 얻었고, 자연한 변화로 480리(里) 궁전이 있었고, 1만 4천의 옥녀(玉女)가 함께 서로 모셨나니, 이 덕으로 말미암아 지혜의 마음을 발하여 스스로 ‘무슨 행으로 여기에태어남을 얻었을까?’라고 생각하여 즉시 본래 사위국의 귀족의 딸이었는데, 애경보살을 사랑하고 그리워하여 이 색의 탐욕으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치고 여자 몸을 전환하여 곧 남자가 되었고, 자연인 신통 변화로 한량없는 대중이 모셨음을 알았다.

탐욕에 뜻을 두고도 이에 이러한 과보를 얻었거늘, 어찌 하물며 청정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보살에게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고 공경을 다함이랴.

지금 풍류의 오락이 어찌 장구하랴. 항상 마땅히 세존에게 나아가고 또한 애경보살을 볼지어다.”

이에 천자는 그 권속과 함께 각기 하늘 꽃과 전단(栴檀)과 잡향(雜香)을 가지고 높은 위광(威光)으로써 함께 세존과 애경보살에게 와서 모두 꽃과 향을 받들어 올리고, 앞에서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서 각기 차수(叉手)하고 게송으로 찬탄하여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잡념 없으시니
최상인 그 쾌락 한량없으시네.

여래께서는 마음과 뜻 없으시어
최상의 도를 얻으셨나이다.

저는 사위국에서 여자 되어
명망과 덕망 말할 수 없고
그 집상 장자의 딸로서
단정 수묘하며 보물로 몸치장하였고
부모에게 귀염과 사랑 받았나이다.

부처님의 제자 집착한 바 없음이여,
그 이름 애경으로서 위신력 위대했나이다.

그가 사위성에서 걸식하는데
저는 부드럽고 미묘한 그 음성 듣고
기쁜 마음에서 공양을 가지고
법이 다함없는 그에게 나아갔나이다.

여래의 제자 애경의 도덕이여,
저는 그를 보고 산란한 마음에서
애욕ㆍ탐애와 방일에 미혹하여
저의 소원 만일 못 이루면
곧 살 수 없고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 당시엔 입을 열어 말 못하며
음식 바치려도 드리지 못하고서
저는 애욕과 방일 때문에
즉시 그곳에서 목숨 마쳤나이다.

비록 도에는 합하지 못했으나
더러운 여자 몸 벗어 버리고
부처님께서 칭찬하시는 남자 되어
즉시 도리천궁에 태어났나이다.

그 도리천궁 높고 또 미묘하여
비할 데 없이 보배로 이룩되고
1만 4천의 여러 권속과
모든 미인과 5욕락 모두 구족했나이다.

그리고 즉시 스스로 생각하되
나는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되었던가.

이윽고 이 일 알아냈사오니
애욕의 마음으로 과보 얻음이었나니

애경보살 보자 마음 기쁘며
방일한 마음에서 탐스럽게 보았기에
이의 덕으로 이 과보 얻어
좋은 나무에 광명 비춤 같았나이다.

마땅히 부처님 제자가 되어
있는 곳마다 마음대로 지혜에 머무르리.

애욕 마음의 과보도 이렇거늘
하물며 공양 올린 사람이오리까.

나의 몸은 바로 여래의 제자이니
거룩하신 불지혜 구하기 원하옵고
마땅히 항사겁(恒沙劫) 동안 수행하여
큰 뜻을 버리지 않으오리다.

모두 좋은 스승 애경 때문이오니
곧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오리.

도만을 받들고 섬기어 친소가 없이
오직 부처님 법만을 배우기 원하나이다.

거룩하고 미묘한 도를 닦으오리.

방일한 마음에서 보고 집착하여
여자의 몸 즉시 전환하고서
용맹스런 남자의 몸 얻었나이다.

부모는 집에서 모두 울부짖고
죽은 시체 보고 가슴 치며
마음에 나쁜 방자[蠱道]라 생각하여
욕설 퍼부으며 이 사문이라 꾸짖었나이다.

때마침 천자는 부처님의 위신 받고서
부모에게 나아가 갖추어 해명하되
사문에게 성내어 꾸짖다가
장차 긴 밤의 고뇌 얻지 마옵소서.

부모께선 나를 알아보시려 하나이까.

나는 이미 도리천에 올라가고서
그 즉시 여자의 몸 벗고
천자 되어 위세가 높아졌나이다.

부모님께선 편히 계실 곳에 이르시어
꾸짖은 죄 자수하고 회개하옵소서.

구호할 길 얻을 수 없사오나
오직 부처님의 구호할 길만 있나이다.

그 때 부모는 부처님의 음성으로
용감하게 권유하고 교화하심 듣고
모두 마음이 풀리어 권속과 함께
부처님 처소에 같이 나아갔나이다.

함께 양족존(兩足尊)께 머리 조아리고
즉시 성내었던 허물 뉘우치고서
모두 함께 부처님을 공경하여
편히 머무름 묻고 바른 이치 해결했나이다.

어떻게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오며
어떤 것이 불법승께 순종함이온지
저희들 위해 말씀하여 주옵소서.

만일 듣는다면 다른 마음 없으오리다.

부처님께선 그의 마음 아시고
구세(救世)의 입으로 이렇게 말씀하시되
일체 부처님께 공양하고자 할진대
도의 뜻 굳게 하고 모든 생각 제어하리.

부모와 친속 여러 남녀들이
그 수효 5백이었사온데
부처님의 말씀 듣고서
동시에 큰 도의 마음 내었나이다.

부처님의 말씀 인자하시나니
아난이여, 나의 말 좀 들어 보소서.

보살의 행은 끝도 밑도 없어
선권방편으로 지혜에 머무나니

애경보살의 원도 그와 같아서
어떤 여인이라도 나를 애경하면
곧 여인의 몸 전환하여
사람 중의 최상인 남자 된다 하네.

아난이여, 이 거룩한 보살 보옵소서.

다른 사람에게 한 짓이라면 지옥에 떨어질 것이거늘
방일한 마음으로 그 모습 탐내어
애욕에 빠졌지만 남자 되었나이다.

그 보살 마음엔 천자가 나에게 공양하면
항상 공경하므로 안락 얻고
저 공양한 것으로 오랜 겁 후에는
부처 되어 선견(善見)이라 이름하리.

이 5백 사람도 도의 뜻 세워
또한 마땅히 부처님 되오리니
어떤 사람 듣고 부처님께 공양 않으리오.

그 마음 기뻐하며 안락 한량없으리다.

그 애경보살의 교화한 여자 수를
계산하면 하나 둘도 아니요,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那由他)니
애욕의 마음으로써 도에 서게 하였나이다.

곧 약왕(藥王)이요, 큰 덕이시니
보살이 어찌 더러움 있으리오.

번뇌로 인해서도 안락을 베푸시었거늘
하물며 공양 하거나 받드는 것이오리까.

그 때에 현자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마치 어떤 사람이 수미산(須彌山)에 가까이 가면 모두 산의 광채의 비춤을 따라 금빛이 되는 것과 같아서, 설령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의 마음을 품거나 도법(道法)을 받드는 마음을 가졌더라도 보살을 가까이하면 모두 한결같이 신통 지혜와 자연스러운 심성에 나아가게 되나니, 나는 지금부터 시작하여 보살을 받들겠습니다. 수미산을 보기만 하면 병이 낫는 약이 있나니, 청정한 마음이 있거나 만일 성내는 마음이 있다 해도 이 약을 보기만 하면 모든 병이 다 없어지는 것처럼 보살도 이와 같아서 부정한 마음을 깨끗이 하나니,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의 마음으로도 보살을 보기만 하면 모두 다 없어져서 낫게 되나이다.”

이 때에 부처님께서는 칭찬하셨다.

“훌륭하다, 아난이여. 진실로 너의 말과 같으니라.”

이에 현자 대가섭(大迦葉)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를 따르기가 매우 어렵나이다. 하늘 중의 하늘이시여, 보살 대사는 불가사의하므로 있는 곳에 가서 노니는데도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애욕을 두려워함이 없는 것과 공함과 형상 없음과 원 아님을 보이느니라. 성문ㆍ연각은 오직 이 법을 행하기만 하거니와, 보살은 널리 보호하고 더욱더 모든 신통 지혜의 보살의 길에 들게 하여 좋고 교묘한 방편으로 그 마음을 잡아 수순하게 하고,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부드러운 감촉ㆍ법을 마침내 싫어하지 않나이다.”

대가섭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나는 보살 대사(大士)가 행하는 일을 찬탄하여 비유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찬탄하여 말할지어다.”

가섭은 말하였다.

“비유컨대 큰 벌판에 인적이 끊어졌는데 저절로 담이 있어서 위로 33천(天)까지 이르렀고, 오직 문 하나만 있었습니다. 많은 수의 사람들은 모두 벌판에 들어갔습니다. 그곳과 멀지 아니한 곳에 한낱 큰 성(城)이 있었는데, 그 나라엔 풍년이 들어 곡식이 흔했고, 쾌락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백성들도 많아서 다 셀 수 없었으며, 그들은 저 성에 있는데 성은 곧 금강(金剛)과 같은 성이었습니다.

성 곁에 강이 있었고, 강 곁에 벌판이 있었고, 벌판 중간에는 지혜로운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총명하고 박식하고 의리가 있었으며, 자비하여 벌판에 들어오는 사람을 도와주려고 큰소리로 외쳐 말하되, ‘벌판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큰 성이 있나니, 그곳은 안락한 곳이므로 영원히 죽음과 두려움이 없다. 나는 도사(導師)가 되어 안락한 곳에 왔노라’ 하거든, 여러 사람들은 대답하되, ‘우리들은 가지 않겠고, 여기서 이동하지 않겠노라. 성의 모양을 보고 싶나니, 성이 저절로 나타나면 그제야 가겠노라’ 하였습니다.

이 때에 또한 미묘하게 아는 자가 있어서 대답하되, ‘저분이 지시하는 대로 따라가야 하나니, 우리들은 이와 같이 박복한 사람들이기에 이 말을 듣고도 믿지 않고 좋아하지 않으며, 그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벌판을 건너가지 않는구려’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 미묘하게 아는 사람이 곧 벌판을 건너가려고 하니 길이 강을 거쳐야 함을 관찰하였고, 곧 강을 건너 길로 나서니 좌우에는 백천 길이나 되는 깊고 큰 시냇물이 있었고, 풀과 나무를 깔아서 사방으로 다리를 만들었습니다. 곧 위험한 길을 건너서 사면으로 나가나 걸림 없었는데, 큰 도적이 뒤를 쫓아왔습니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않았더니 도적은 저절로 물러갔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차츰차츰 앞으로 전진하여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좌우를 돌아보지도 않고 곧 큰 성을 보았으며, 차츰 성에 가까이 가서는 마음으로 의심하지 않고 저 성읍(城邑)에 들어가서 한량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그 의식을 나타내며, 복을 증가하게 하였습니다.”

가섭은 찬탄함을 이미 마치고 말하였다.

“큰 벌판에 비유함은 나고 죽는 어려움을 말함이요, 담이 33천에 이른다는 것은 지혜가 없어서 은애의 욕망에 집착함을 말함이요, 오직 한낱 문만이 있다는 것은 대승(大乘)을 말함이요, 사람들이 벌판에 들어간다는 것은 뭇 어리석고 어두운 범부의 선비를 말함이요, 지혜 있는 사람이 원을 발하여 뭇 사람들을 부르는 것은 보살 대사가 제도하기를 좋아함이 끝없음을 말함이요, 뜻이 하열하여 가지 않고 성을 보고 싶어한 것은 성문ㆍ연각을 말함이요, 대답하여 말하되, ‘마땅히 저 분이 지시하는 대로 따라가야 한다’는 것은 보살을 말함이요, 말을 듣고도 믿지 않는 것은 외도(外道)와 이학(異學)과 뭇 삿된 행을 말함이요, 벌판을 건너가는 것은 받들어 정진하고 모든 신통 지혜에 도달하여 모든 삼매 닦음을 말함이요, 강을 건너 길로 나선다 함은 법문을 말함이요, 왼쪽의 큰 시냇물이 백천 길이라 함은 성문의 경지를 말함이요, 오른쪽의 시냇물이 백천 길이라 함은 연각승을 말함이요, 크게 풀과 나무를 깔아서 사방으로 다리를 만들었다 함은 선권방편과 지혜바라밀이 다함없음을 말함이요, 사면으로 나가나 걸림 없다는 것은 보살이 4은(恩)의 행으로 한량없는 사람을 포섭함을 말함이요, 도적이 쫓아와도 두려워하지 아니하였더니 저절로 물러갔다 함은 악마의 권속과 모든 따라다니는 이를 말함이요, 마침내 뒤를 돌아보지 아니했다 함은 인욕바라밀이 다함없음을 말함이요, 차츰차츰 앞으로 전진하였다 함은 보살의 개화하는 정진바라밀이 다함없음을 말함이요, 또한 두려워하지 않았다 함은 청정한 마음으로써 중생이 평등각(平等覺)에 뜻 두는 것을 일으키게 함을 말함이요, 좌우를 돌아보지 아니했다 함은 성문ㆍ연각의 이익을 뜻에 좋아하지 않는 것을 말함이요, 곧 큰 성을 보았다 함은 모든 신통과 지혜 통달함을 말함이요, 차츰 성곽에 가까이 갔다 함은 도의 공덕을 보고 부처님 지혜 닦음을 말함이요, 의심하지 아니했다 함은 지혜와 좋은 방편인 여러 바라밀이 다함없음을 알고 곧 일체 중생을 두루 잘 보살펴서 두려워하거나 싫어하는 바 없음을 말함이요, 마침 성에 들어와서는 한량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그 의식을 나타내며 복을 증가하게 하였다 함은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을 말함이니, 부처님, 하늘 중의 하늘께서는 마침 세상에 출현하시어 곧 보살을 위하여 이름을 세우시며 널리 이익과 의리를 세우시는 것을 말한 것이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가섭을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이러한 비유로 찬탄함이여.”

이 말씀을 하실 때에 1만 2천 하늘과 사람들은 위없는 정진도(正眞道)의 뜻을 세웠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의 덕행은 헤아릴 수 없고 배우는 법도 미묘한 선권방편이니, 대사가 하는 일은 자기를 위하여 행함이 아니요, 타인으로 인하여 보시함이 아니니, 나가 있다고도 말할 수 없고, 또 저가 있다고도 말할 수 없느니라.”

이 때에 혜상보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떤 것을 일생보처(一生補處)라 이르나이까? 그런데 가섭(迦葉)부처님 때에 입으로 이 말씀을 하시되, ‘이 머리 깎은 사문을 보려고 했도다. 어찌 도(道)가 있으리오. 불도는 얻기 어렵느니라’고 세존께서 그 때에 무슨 인연으로 이 말씀을 하셨나이까?”

부처님께서는 혜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족성자여. 여래 및 보살의 행을 한정짓거나 동등시 하지도 말 것이니, 무슨 까닭이냐. 보살 대사의 선권방편은 사의할 수 없느니라. 그 정사(正士)였다면 마땅히 이러한 관찰을 할 것이니, 이는 사람을 교화하려고 한 것이다.

족성자여, 듣고 잘 생각하라. 법이 있으니, 그 법은 선권방편이라 이름한다.

보살이 정광(錠光)부처님 이래로 일으킨 지혜를 생각하거나 의논할 수 없으며, 때와 편의를 따라서 잘 발기하게끔 보살법을 강론하였다.

정광부처님을 친견한 이래로 생김 아닌[不起] 법인(法忍)을 얻어 하나도 흠결이 없고 잊어버림도 없으며, 또한 산란한 마음도 없고 지혜는 손실함 없이 법인으로 나아가는 바를 이미 얻었다.

보살이 한 생각의 순간에 7일(日)에 성불하며, 보살의 뜻이 있으면 뜻을 세우는 순간이 1겁이라는 비유로 일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곳마다 중생 개화함을 보이며, 지혜의 힘으로 큰 평등각(平等覺)인 부처를 얻어 이루며, 한량없는 억 겁(劫) 동안 삿된 견해를 칭찬하여 발기(發起)한 바가 많았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니라.

또 족성자여, 모든 성문의 학문이 설령 자재(自在)하다 하여도 삼매에는 그렇지 못하여 보살이 삼매 선정에서 몸도 움직이지 않고 마음도 생각하는 바가 없는 것에 따를 수 없다. 또 뭇 사람의 몸과 마음으로 미칠 바가 아니다. 또 보살의 삼매는 삼매에서 나아가지도 물러가지도 않고서 항상 4은(恩)으로써 중생을 구원하여 정진(精進)함을 잃지 않고 게으르지 아니하며 뭇 사람을 위하여 다함없는 6바라밀을 강론하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니라.

또 족성자여, 보살이 뜻을 내는 순간에 도솔천(兜率天)에서 정진각을 이루고 법륜을 굴리나, 염부제(閻浮提) 사람들은 능히 스스로 도솔천에 올라와서 경법을 듣고 받지 못하기 때문에 보살이 마음으로 생각하되, ‘천상의 모든 하늘은 능히 이곳에 내려올 수 있으리라’ 한다. 그러므로 보살이 염부제에서 성불함을 보였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또 족성자여, 보살이 뜻을 내어 능히 도솔천에서 홀연히 사라지고서 포태(胞胎)를 경유하지 않고 한때 순간에 최정각(最正覺)을 성취할 수 있으나 곁의 사람은 의심을 두되, ‘이의 온 곳이 하늘이냐, 건타라(犍陀羅)의 변화로 된 것이냐?’ 하여 의심을 품으면 법을 듣고 받지 않으리라. 그러므로 보살이 태중에 있었음을 보였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또 족성자여, ‘보살이 태에 있었다’고 생각하지 마라. 이러한 뜻을 품지 말 것이니, 보살 대사는 정액이나 태를 말미암지 않는다. 무슨 까닭이냐. 무구(無垢)라는 삼매가 있나니, 보살 대사는 이 삼매로써 스스로 장엄하였기에 도솔천 사람들은 ‘보살이 사라지고 요동함이 없다’고 말하고, 보살이 포태(胞胎)에 노니는 것을 보지 못한다. 어머니 뱃속에 있다가 옆구리로부터 탄생하고 나라와 집을 버리고 보리수를 찾아 앉음을 보이며 괴로운 수행을 보이어 널리 나투고 모두 두루하여 변화한 바가 없지 않았으나 수고롭거나 번뇌함이 없고 물듦이 없나니, 무슨 까닭이냐. 보살의 서광으로 청정하게 변화함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혜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스스로 그 몸을 붉누른 금빛을 변화시키고 포태에 들어감을 보였느냐?”

혜상보살은 대답하여 말하였다.

“고요하고 청정하며 명백한 기품으로서 였던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 보살이란 중생의 위에 있는 것이매 곧 제일 높은 존재이다. 이는 곧 화현으로 온 것이니, 모든 하늘이나 인민들이 능히 미치지 못할 바이다.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어머니의 포태에 있어 열 달을 채웠느냐? 달을 채우지 못하고 탄생하면 사람들이 혹 생각하되,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던 달을 채우지 못했으니, 모든 감관[根]이 구족하질 못했으리라’ 하겠기에 열 달이 구족했음을 보였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나무 동산에서 탄생하고 궁중에서 탄생하지 않았으며, 보살이 긴긴 밤에도 한가히 있기를 익히고 뜻이 고요함을 좋아하고 평등 청정함을 닦았느냐? 하늘ㆍ용ㆍ귀신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류라(迦留羅)ㆍ진타라(眞陀羅)ㆍ사람ㆍ사람 아닌 것들로 하여금 모두 집을 떠나서 고요히 공양하게 함이며, 이 모든 꽃과 향이 온 천하(天下)에 널리 퍼져서 가유라위국(迦維羅衛國)의 인민으로 하여금 기뻐하여 미리 방일(放逸)하지 않게 함이니, 그러므로 보살이 나무 밑 고요한 곳에서 탄생하였고 궁중에 있지 아니하였으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오른 옆구리로부터 탄생하였느냐? 만일 이와 같지아니하면 뭇 사람이 의심을 두어 곧 이르되, ‘보살이 성교의 정액으로 말미암아 태장(胎藏)에 있었고 화현으로 생육한 것이 아니다’ 하여, 뭇 사람이 반드시 의심이 맺히고 유예하여 해결 못하리니, 그러므로 의심을 시현(示現)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풀리게 하였다. 보살은 비록 오늘 옆구리로부터 탄생하였으나 어머니는 흉터가 없고 나옴의 고통이 없었나니, 옛적 높은 성인이 처음 닦을 때에도 또한 그와 같이 하셨나니, 행하시는 바를 어김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어머니가 나뭇가지 잡을 적에 탄생하였느냐? 만일 그와 같이 아니하였다면 뭇 사람들은 마땅히 이르되, ‘황후(皇后)가 비록 보살을 탄생하였으나 반드시 고뇌와 통증이 있었을 것이요, 일반 사람과 같아서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하리니, 여러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보이기 위하여 어머니께서 마침 뜻과 성품이 부드럽고 평화스러워서 나뭇가지를 잡으시자 보살이 탄생하였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은 편안하고 평화로우며 담박하여 갑자기 탄생하였으며, 그 몸은 청정하여 때와 더러움이 없느냐? 보살은 삼계(三界)에서 지극히 높나니, 비록 태중에 있으나 해가 물에 비춤과 같아서 청정하여 집착한 바 없고 증가하지도 줄지도 아니한다. 그러므로 옆구리로 탄생하여 범인과 같지 않음을 보였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탄생하자 제석(帝釋)이 곧 내려와 앞에서 머리를 조아려 받들고, 다른 하늘을 시키지 아니하였느냐? 그 제석은 본래 끝없는 옛적부터 이 본원(本願)을 세우되, ‘보살이 만일 탄생하면 마땅히 깨끗한 뜻으로 받들겠다’ 함이며, 또한 보살 근본 덕의 상징이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탄생하자, 땅에서 일곱 걸음을 걸었고, 또 여덟 걸음을 걷지 아니했느냐? 이는 보살의 길상(吉祥)에 응함이니, 7각의(覺意)로 불각(不覺)을 깨달음에 응함이다.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능히 일곱 걸음 걷는 것을 보이는 이가 없었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이미 걸음을 걷고 손을 들면서 말하되, ‘나는 세상에서 높다. 천상(天上) 천하(天下)에 가장 제일이 되나니, 마땅히 나고 죽는근원을 다해 마치리라’ 하였느냐? 제석과 범천왕과 범지(梵志) 및 모든 천자(天子)들이 그 때에 모두 두루 모였나니, 만일 이를 보이지 않으면 마땅히 제각기 높다 하여 곧 교만을 품고 문득 보살에게 다시 예배하고 모시려 하지 아니할 것이니, 보살이 외도(外道)와 범지와 모든 하늘 대중들이 긴 밤에 불안하여 반드시 악취(惡趣)에 떨어져서 고통 받을 것을 불쌍히 생각하고, 그러므로 보살이 소리 내어 스스로 칭찬하되, ‘나는 세상에서 높다. 천상 천하에 가장 제일이며, 좋은 방편의 지혜가 뛰어나고 독보(獨步)이어서 짝할 이 없다. 마땅히 나고 죽는 근본을 다해 마치리라’ 하여 이 음성으로써 삼천대천세계에 알리니, 그 천자들이 오지 못한 자도 이 소리를 듣고 곧 왔으며, 그 때에 외도 범지 및 모든 천자들이 모두 함께 머리를 조아려 경계하고 찬탄하며 합장하고 귀의하였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라 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크게 기뻐서 웃되 경솔과 희롱의 뜻을 품지 아니하며, 웃되 아첨한 웃음을 하지 않느냐? 보살이 생각하되, ‘일체 중생들이 본래 나와 함께 최상의 마음과 위없는 정각(正覺)을 내었지만, 겁을 내고 게으르며 방일하고 제멋대로 하였기에 비천하고 어리석고 높은 체하며 음성에 미혹한 자이기에 일체 법을 알게 하고, 모든 신통ㆍ지혜ㆍ정진ㆍ통달함에 도달하게 하며, 부처님께 귀의하게 한다. 그리고도 큰 자비로써 싹이 트는 무리들을 발기시키고 방일을 제거하며, 자기의 원(願)과 덕이 또한 널리 구족했음을 보게 하려고, 보살이 크게 웃으심을 보였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은 청정하여 때가 없으면서 또한 씻고 목욕하며 제석과 범천왕과 사천왕이 받들어 모셨느냐? 무릇 사람이 처음 태어나매 다 마땅히 씻고 목욕하나니, 보살도 청정하지만 세속을 따라 목욕하여 세속 사람과 같이 함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뜻을 보였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처음 탄생한 후에 조용한 곳에 가서 나무 밑에 앉은 후에야 성에 들어왔느냐? 모든 감관[根]의 근본을 구족했으며, 궁중의 풍류와 노래의 즐거움을 시현하고자 함이다. 그러나 4대(大)는 이 현재의 인연으로 된 것이니, 여러 사람으로 하여금 배워 본받고 재보를 버리고 미묘한데에 오르기를 좋아하게 하려고 집에 들어가면 다시 나오며, 다른 행동을 일으키지 않고 집을 버리며 도를 배워 곧 보리수 밑에 앉았나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탄생한 후 7일 만에 어머니가 문득 돌아가셨느냐? 어머니는 목숨을 마치면 그 복은 마땅히 천궁에 오르실 것이니, 보살의 허물일 수 없다. 앞서 도솔천에 있을 때에 왕후 마야(摩耶)가 목숨을 장차 마치는데 열 달 7일이 남아 있음을 관찰하였다. 그러므로 도솔천으로부터 신변(神變)으로 내려와서 왕후의 태장(胎藏)에 들어감을 시현했나니, 이로써 미루어 보건대 보살의 허물이 아니다.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보살이 글씨 쓰기와 활쏘기와 말 달리기와 칼 쓰는 것과 기술과 살육과 희롱하고 즐기는 것을 배웠느냐? 세속에서 익히는 현재의 인연을 따름이니,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풍류와 경장(經藏)과 도의 긴요함과 시송(詩頌)과 술수(術數)와 신주(神呪)로 병 고치는 것과 재담과 조롱하는 것들을 모두 배워서 박통함을 보여 여러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교만하지 못하게 함이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이 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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