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존설아육왕비유경(天尊說阿育王譬喩經)
실역(失譯)박용길 번역
오래전, 큰 나라에 왕이 있었다. 이름은 아육(阿育)이고, 주변의 모든 나라들을 다스려 신하로 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대왕은 총명하였고 지혜가 무량하였다.
대왕이 신하들에게 물었다.
“천하에 내게 속하지 않은 것이 있느냐, 없느냐?”
신하들이 답했다.
“천하의 모든 것이 대왕님에게 속하여 따르고 복종하지 않음이 없습니다.”
그 중에 어떤 지혜로운 신하가 말했다.
“대왕님의 영토 안에 대왕님에게 속해 있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바다 속에 한 용왕이 있는데, 대왕님에게 속해 있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서신도 보내 오지 않고 공물도 바치지 않았습니다. 그런 까닭에 대왕님에게 속해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왕은 곧 이러한 사실을 시험해 보기로 하고, 천 대의 수레와 만 명의 기마병과 함께 종을 치고 북을 울리며 앞뒤로 깃발의 호위를 받으면서 바닷가로 나아갔다. 그러나 용왕은 그대로 가만히 있을 뿐 나타나지 않았다.
대왕이 문득 소리쳐 말했다.
“너는 나의 영토 안에 있으면서 무슨 이유로 나타나지 않느냐?”
용왕은 역시 그대로 가만히 있을 뿐 대왕을 상대하지도 않았다.
대왕은 급히 지혜로운 신하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용왕을 나오게 할 수 있겠느냐?”
지혜로운 신하가 답했다.
“나오게 할 수 있습니다. 용왕은 그 복과 덕이 매우 큽니다. 그런 까닭에 복종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입니다. 대왕님께서 만약 저의 말이 미덥지 않으시다면 똑같이 두 근씩의 금을 달아서 두 개의 상을 만드시되 하나는 대왕님의 상을 만들고 다른 하나는 용왕의 상을 만들어 그 무게를 달아보십시오. 용왕의 상은 무겁고 대왕님의 상은 가벼울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용왕의 복과 덕은 크고, 대왕님의 복과 덕은 작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대왕은 마음 속의 의문이 모두 풀리어 기쁘기가 한량없었다. 즉시 온 나라에 말씀하시어 고아와 노인들을 먹이고 돌보며 가난한 이들을 남김없이 구제하고, 모든 군과 현에 불당을 세우고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다음 사람들로 하여금 공양하도록 하였다. 3년 후 대왕의 상과 용왕의 상을 다시 저울에 달아보니 용왕의 상은 어느덧 가벼워져 있었고 대왕의 상은 무거워져 있었다.
지혜로운 신하가 대왕에게 말했다.
“이제 용왕을 굴복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대왕은 다시 종전과 같은 행차를 이끌고 서둘러 바닷가로 나아갔다.
마침내 용왕은 나이 어린 바라문의 모습으로 변하여 대왕 앞에 무릎을 꿇고 공손히 절하면서 문안을 올렸다. 그리고 바다 속의 진기한 보배와 훌륭한 보물을 바치면서 스스로 대왕의 신하라고 낮추어 불렀다. 이에 나라 안의 모든 백성들이 기뻐하였다.
특별히 이 이야기를 경전 안에 두어 후세 사람들에게 보이니, 세상에 아무리 권력이 많다 해도 복과 덕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사람들이 경전의 가르침을 보호하되 어머니가 자식을 보호하듯 해야 할 것이니 어찌 이것을 생각하지 못하는가?
오래전,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계시면서 여러 제자들과 함께 중생들을 가르치실 때의 일이었다. 웬 종이 한 장이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제자 아난이 얼른 주웠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땅에 도로 내려놓으라고 말씀하셨다. 아난은 바로 그것을 땅에 내려놓았다. 손에서 문득 짙은 향냄새가 났다.
길을 조금 더 나아가자 땅 위에 돋은 풀 위로 회오리바람이 부는 것이 보였다. 아난은 다시 그 풀을 뜯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땅에 도로 내려놓으라고 말씀하셨다. 아난은 바로 그것을 땅에 내려놓았다. 손에서 문득 고약한 냄새가 났다. 아난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하였다.
얼마 후, 아난은 정사에 돌아와 부처님께 그 이유를 여쭈었다.
“어떤 까닭으로 종이를 쥐었던 손에서는 향냄새가 나고, 풀을 쥐었던 손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종이는 원래 향냄새가 나는 땅에서 왔기에 향냄새가 종이에 배었으며 이러한 까닭에 네 손에서 향냄새가 났던 것이다. 그 풀은 원래 고약한 냄새가 나는 땅에서 왔기에 네 손에서 고약한 냄새가 났던 것이다. 현명한 사람과 서로 가까워지는 것은 마치 종이에 향냄새가 배어드는 것과 같으며 악독한 사람과 서로 가까워지는 것은 마치 고약한 냄새가 풀에 배어드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경전에서는 ‘현명한 이를 가까이하면 지혜를 이루고, 어리석은 이를 가까이하면 미혹만 늘어난다. 나를 해롭게 하는 벗에 세 부류가 있고, 나를 이롭게 하는 벗에 세 부류가 있다’고 가르쳤다.”
이와 같이 말씀하셨으니 깊이 사유해야 할 것이다.
오래전, 부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강가로 나아가셨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주먹만한 돌을 집어 물 속에 던지면 떠오르겠느냐, 가라앉겠느냐?”
제자들이 답했다.
“돌은 가라앉아서 물밑에 닿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좋은 인연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사방 세 자씩 되는 어떤 돌이 있는데, 그것은 물 위에 바짝 닿아서 강을 건너도 물에 젖지 않으니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느냐?”
제자들은 그 뜻을 알지 못하고 모두가 이를 괴이하게 여겼다. 제자들은 부처님께 무릎을 꿇고 절하면서 여쭈었다.
“이러한 일은 어떤 까닭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훌륭한 인연의 배[船]인지, 부처님께서는 이것을 비유로써 말씀하신 것이다.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이는 갖은 고통을 면할 수가 있지만, 그릇된 스승을 만나는 이는 악한 일을 익혀 온갖 재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후세 사람들에게 말씀으로 보이신 것이니 깊이 사유해야 할 것이다.
오래전, 직업도 없이 홀몸으로 가난하게 살아가는 어떤 노인이 마을에서 우연히 도끼 한 자루를 주웠다. 그것은 사실 온갖 보배 중에서도 빼어난 것이었다.
그러나 노인은 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도끼를 가지고 와서 지팡이를 만들 나무를 찍어 팔았다. 노인은 오로지 목숨을 이어가는 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것으로 도끼를 쓰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노인은 외국의 문물을 잘 아는 살박(薩薄)이라는 장사꾼을 만나게 되었다. 살박은 그 도끼가 어떤 것인지 바로 알아차리고 급히 노인에게 말했다.
“이 도끼를 파십시오.”
노인이 말했다.
“나는 이 도끼에 의지하여 지팡이로 쓰일 나무를 찍어 살아가고 있으니 팔지 않겠소.”
살박이 다시 노인에게 말했다.
“노인장에게 비단 백 필을 드리겠습니다. 이래도 팔지 않겠습니까?”
노인은 생각해 보겠노라고 말하더니 역시 여기에도 응하지 않았다.
살박이 다시 말했다.
“어찌해서 응하는 빛을 보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비단 2백 필을 드리겠습니다.”
노인은 문득 탄식하면서 즐겁지 않은 듯하였다.
살박이 다시 말했다.
“하찮은 것으로 큰 이익을 얻는 것이 싫다니, 노인장은 어찌해서 즐거워하지 않는 겁니까? 그렇다면 5백 필을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갑자기 대성통곡하면서 말했다.
“비단이 적다고 이러는 것이 아니오. 내가 어리석은 탓에 그 동안 이 도끼로 땅바닥을 찍어 크기가 한 자 반이나 닳아 없어지고 다섯 치밖에 안 남았는데도 비단 5백 필을 얻을 수 있으니, 그런 까닭에 이를 한탄할 뿐이오.”
살박이 다사 말했다.
“다시는 한탄하지 마십시오. 이제 노인장에게 비단 천 필을 드릴 테니 이 약속 증서를 가지고 바로 돌아가십시오.”
살박은 그 도끼가 온갖 보배 중에서도 빼어난 것이었기에 값으로 더 얹어주는 돈의 많고 적음을 상관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바로 나뭇단에 불을 붙여 도끼를 녹여서 진기한 보배를 얻었다.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은 비유로써, 사람 몸을 받아 여섯 가지 감각 기관[六情]을 온전히 갖추고 지혜가 총명하며 말솜씨가 뛰어난 이가 밝은 스승을 찾아 세상을 구제하는 도를 얻고 신통을 부리기에 이르렀으나 세속의 일에 집착하여 참된 것과 거짓된 것을 분별하지 못하고 마음의 밭을 갈면서도 방심하여 때때로 세상의 일을 찾아 달아나는 까닭에 늙어 죽을 때까지 거듭 그 죄를 받는다는 것을 말씀하셨다. 노인이 보배를 두고도 오직 도끼로만 사용했다는 비유가 그것이니 어찌 잘못이 아니겠는가?
오래전, 어떤 야트막한 산 속에 앵무새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새는 여기 저기를 거쳐 동쪽의 높은 산에 오게 되었다. 그곳의 모든 날짐승과 길짐승이 앵무새를 사랑하고 존경하였다. 먼 곳으로부터 이곳까지 왔다는 이유에서 서로 친구가 되어 진정으로 사랑하고 즐거워하였다.
어느 봄날, 들판에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앵무새는 곧 불타는 들판 근처의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깃털에 맺힌 물방울을 떨어내어 위험에 빠진 친구들을 구해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날아갔다 왔다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결국 비명 소리를 크게 질렀다. 어찌 앵무새의 물로 불을 끌 수 있었겠는가? 마침 지극한 정성에 감동한 하늘이 비를 내려 그 즉시 불길이 꺼졌다.
불경(佛經)에서는 이와 같은 비유로써, 현명한 사람이 수행을 위해 먼 곳으로 와서 정진하고 도를 닦는 동안 몸과 입이 좋아하는 것을 줄이고 처와 자식의 몫도 나누어 여러 스님들을 공양하면서 비록 신통력은 없지만 속 깊이 우러난 마음과 지극한 정성으로 향을 사르어 열반을 구함으로써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한량없는 복을 얻도록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하늘에서 비를 내려 불길을 모두 꺼버렸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오래전, 재산이 한량없이 많은 어떤 부자가 있었다. 창고에 넣어 둔 천 가마니의 곡식을 꺼내려는데 곡식은 온데간데없고 아직 말문이 안 트인 세 살쯤 되는 어린아이 하나만 보이는 것이었다. 부자는 아이의 이름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였다.
부자는 어린아이를 안아서 문 앞의 큰길가에 내려놓았다. 길을 지나는 행인들 가운데 혹시 아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 때 마침 동쪽에서 오는 어떤 수레를 만나게 되었다. 수레에는 누런 소가 매여 있고 그 위에 탄 사람은 누런 옷을 입었으며 뒤따르는 사람들도 모두 누런 빛이었다. 그런데 수레에 탄 사람이 어린아이를 쳐다보고 지나가면서 말했다.
“곡식 도둑이 왜 이곳에 앉아 있는가?”
그 아이는 바로 오곡(五穀)의 신이었다. 아이가 부자에게 말했다.
“가래와 도끼를 가져오십시오. 그대에게 금이 가득한 항아리가 있는 곳을 말해 주겠습니다. 방금 수레를 타고 지나간 이는 금신(金神)입니다. 밭두둑 길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길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남쪽으로 돌아 2백 걸음을 가면 길 서쪽에 고목 나무가 있을 것입니다. 그 밑에 열 가마니 분량의 금이 가득한 항아리가 있으니 가서 파내면 그대가 잃은 곡식 값을 돌려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부자는 즉시 아이의 말대로 하여 금을 얻으니, 가문을 수습하고 커다란 부를 이루기에 충분하였다.
불경에서는 이와 같은 비유로써, 여러 스님들을 공양하고 널리 설법단을 설치하여 사람들이 모여들도록 하는 일에 돈을 쓰는 것을 곡식을 잃는다고 말하며, 도를 닦는 이가 먼저 사람들에게 불경을 설하여 악을 멀리하고 선으로 나아가도록 가르쳐 줌으로써 나중에 한량없는 복을 얻고 마침내 도에 이르는 것을 금 항아리를 얻는다고 말한다. 후세 사람들을 위해 말씀으로 보이신 것이니, 복과 덕을 짓지 않으면 안될 일이며 나중에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
오래전, 어떤 나라가 있었는데 물자가 풍성하고 안락하여 아무 것도 부족함이 없었다. 하루는 왕이 대신에게 말하였다.
“외국 시장에 신하 한 사람을 보내어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사오도록 하라.”
대신은 곧 신하 한 사람을 외국으로 보냈다.
그 신하는 진기한 보물을 많이 구하기 위해 외국 시장의 가게마다 두루 살펴보았으나 특별히 다른 물건은 없었다.
‘모두가 우리나라에 있는 것들뿐이로군.’
신하는 마지막으로 시장 바닥에서 어떤 현자(賢者)가 빈자리만을 펴놓고 그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서둘러 그에게 물었다.
“그대가 팔려는 물건은 눈에 보이지 않는군요. 왜 빈자리에 앉아 있는 겁니까?”
현자가 대답했다.
“여기에서는 지혜를 팔고 있습니다.”
신하가 물었다.
“그대의 지혜는 어떤 모양이며, 모두 얼마에 살 수 있습니까?”
현자가 대답했다.
“나의 지혜는 값이 5백 냥입니다. 먼저 돈을 계산해 주시면 틀림없이 그대에게 말해 주겠습니다.”
먼 곳에서 온 신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에게 지혜를 팔지는 않는다’라고 혼자 생각하고는 서둘러 5백 냥을 세어 그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그는 바로 스무 마디로 이루어진 지혜의 말을 설해주었다.
길이 진리를 헤아려 사유하라.
성급히 화내는 일은 온당치 않으니
오늘 비록 쓰이지 않더라도
반드시 쓰일 때를 만나리.
대신이 이러한 게송을 받아들인 것으로 거래를 마치고 두 사람은 각기 집으로 돌아갔다.
신하는 지혜의 말을 사들인 즉시 귀국하여 자신의 집에 들르게 되었다.
밤에 집에 들어가니 달빛은 밝은데 부인의 침실 앞에 신발 두 켤레가 놓여 있었다. 다른 남자가 와 있다는 의심이 들자 돌연 악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부인이 갑자기 병을 얻어 그의 어머니가 와서 머무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마침 그의 어머니가 아들이 밖에서 지혜의 말을 쉼 없이 읊조리는 것을 보고 놀라 말했다.
“아들아, 네가 돌아왔구나.”
그러자 아들은 갑자기 문 밖으로 달려나가면서 외쳤다.
“싸다, 싸다.”
그 말을 듣고 어머니가 물었다.
“너는 외국에 가서 무엇을 샀으며 왜 싸다고 외치느냐?”
아들이 말했다.
“돈 만 냥이라도 어머니를 부녀자로써 다른 사람에게 팔지 않을 텐데 겨우 5백 냥이라니 어찌 싸지 않습니까?”
불경에서는 비유로써, 훌륭한 말 한마디의 도움이 천금의 이익보다 낫다는 것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오래전, 부처님께서 항하에서 널리 법을 펴고 계실 때였다. 천신들과 용신들과 왕들과 백성들과 날짐승들과 길짐승들이 모두 와서 설법을 들었다.
그 때, 마침 어떤 늙은 목동도 지팡이에 의지한 채 설법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지팡이 밑에 두꺼비가 엎드려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두꺼비는 설법의 뜻을 올바르게 알아들었다. 하지만 그 역시 자신의 등 위에 지팡이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마침내 두꺼비는 목숨이 다하기에 이르렀다. 그 영혼은 즉시 천상에 태어났다. 천안(天眼)으로 자신이 여섯 곳의 세상 가운데 어느 곳에서 왔기에 이승에서 두꺼비의 몸으로 있었는지 그 근본을 살펴보니 전생에 천상에서 꽃을 흐트러 놓았던 까닭에 그러한 몸을 받은 것이었다.
이로써 후세 사람들에게 말씀하여 보이시니, 두꺼비조차도 설법의 뜻을 올바르게 알아듣고 천상에 태어나는 일이 있거늘 하물며 현명한 사람이 지극한 마음으로 설법을 듣는다면 어찌 높고 뛰어나지 않겠는가?
오래전, 두 사람의 형제가 살고 있었다. 동생은 현명한 스승을 따라 사문이 되었다.
마침내 아라한의 경지에 오른 동생이 자주 형을 찾아가 “힘써 복과 덕을 지어야 한다”고 말하면, 형은 “내가 지금 일이 바쁘니 뒷날을 기다릴 뿐이다”라고만 하였다. 한 번도 아니고 번번이 그러다가 결국 형은 목숨이 다했다.
동생은 형의 영혼이 어느 세상에 태어났는지 도안(道眼)으로 살펴보았다. 천상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에도 보이지 않았고 다시 지옥과 아귀의 세계를 살펴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축생의 세계를 살펴보니 형의 영혼이 큰 소가 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때, 어떤 장사꾼이 길들이면서 키우려고 소를 끌고 갔다. 그러나 소는 도중에 길이 험해서 진흙탕에 발이 빠져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가 없었다. 장사꾼은 막대기로 소를 때렸다. 그래도 소는 소리만 지를 뿐 일어서지를 않았다.
동생은 그 모습을 보고 곧장 소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
“오늘은 일이 바쁘다니 그렇다면 본래는 어떤가?”
소는 문득 부끄러워하는 듯한 시늉을 짓더니 목숨이 끊어졌다. 동생은 바로 돌아갔다.
그러자 장사꾼들은 서로 의논하여 말했다.
“저 도인이 웬일로 찾아와서 우리 소를 주문으로 죽인단 말인가?”
그리고는 급히 도인을 쫓아가 그 뜻을 묻기로 하였다. 도인은 그 일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소는 나의 형이었습니다. 평소 내 말을 따르지 않다가 이러한 죄에 이른 것입니다.”
그리고는 문득 허공에 발우를 던지더니 그 뒤를 따라 날아갔다.
장사꾼들은 비로소 그가 성인인 줄을 알고 급히 자신들을 책망하였다. 그리고는 소를 위해 향을 사르고 복을 비니 소는 그 복으로 천상에 태어났다.
오래전, 사위성에서 동남쪽으로 30리 되는 곳에 어떤 도인이 살고 있었다. 도인은 불법을 받드는 어떤 이웃으로부터 공양을 받고 있었다. 그 집 주인은 돼지를 잡아 고기를 파는 일을 좋아하였다. 도인은 차츰차츰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 미처 꾸짖으며 타이르지를 않았다.
결국 집 주인은 갑자기 목숨이 다하여 귀신의 모습을 받고 항하 속에 살게 되었다. 그 몸에 마치 서릿발처럼 날카로운 바퀴살 모양의 칼날이 장치되어 있어서 물이 흐르는 대로 계속 몸을 찔러대니 그 고통을 말로 다할 수가 없었다.
훗날, 도인이 항하를 건너다가 그 귀신과 서로 마주쳤다. 귀신은 곧 물 밖으로 윗몸을 솟구쳐 배를 붙잡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저 도인을 붙잡아서 물 속으로 던져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배 위 있는 놈들을 모조리 죽이겠다.”
그 때, 마침 그곳에 있던 현자가 바로 귀신에게 말했다.
“너는 어찌해서 이 도인을 찾고 있느냐?”
귀신이 말했다.
“세상에 있을 때 나는 이 도인을 공양하였는데, 도인은 내가 돼지를 잡아 고기를 판다는 사실을 내심으로 알고 있었으면서도 나를 꾸짖으며 타일러 주지를 않았소. 그러한 까닭에 도인을 죽이려는 것이오.”
현자가 바로 말했다.
“돼지를 잡아 팔던 일로 해서 네가 이와 같은 죄에 이르렀거늘, 이제 또다시 도인을 죽이고자 하다니 어찌 그 죄가 많지 않겠느냐?”
여기에서 귀신은 현자의 말대로 무엇이 진실인지를 깊이 생각하더니 바로 배를 놓아주고 가도록 하였다.
도인은 가던 길을 되돌아가 그 집 자손들에게 말했다.
“돌아가신 이를 위해 재를 올리면 그 영혼이 즉시 고통을 면할 것이오.”
이로써 후세 사람들에게 말씀하여 보이시니, 도인은 공양을 받고 반드시 가르치고 타일러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오래전, 어떤 사람이 길을 가고 있었다. 마침 귀신이 길 이에 죽어 있는 어떤 시신을 막대기로 때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 사람이 물었다.
“이 사람은 이미 죽었는데 어찌해서 매질을 하고 있느냐?”
귀신이 말했다.
“이것은 지난날의 내 몸이오. 살아 있는 동안 부모님에게 효도하지 않고 임금에게 충성하지 않고 부처님과 불법과 스님들을 존경하지 않고 스승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아 나로 하여금 죄에 떨어지게 하였으니 그로 인한 고통은 말로 다할 수가 없소이다. 이 모두가 지난날의 내 몸 때문이오. 그렇기에 찾아와서 매질을 하고 있을 뿐이오.”
다시 앞으로 조금 더 나아가자 또 하나의 시신이 보였다. 이번에는 천신이 내려와 죽은 사람의 시신 위에 꽃을 뿌리면서 손으로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그 사람이 물었다.
“보아하니 그대는 천신인 듯한데 어찌해서 시신을 어루만져 주고 있습니까?”
천신이 말했다.
“이것은 지난날의 내 몸이오. 살아 있는 동안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임금에게 충성하고 부처님과 불법과 스님들을 존경하고 스승님의 가르침을 잘 받들어 나의 영혼을 천상에 나도록 하였습니다. 이 모두가 지난날 내 몸의 은덕입니다. 그렇기에 찾아와서 거기에 보답할 뿐입니다.”
그 사람은 하루 동안 이와 같이 이상한 두 가지 일을 겪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다섯 가지 계율을 지키고 열 가지 선행을 닦으면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임금을 충성으로 받들었다.
이로써 후세 사람들에게 말씀하여 보이시니, 죄와 복은 사람을 쫓아 오래도록 놓아주지를 않는다. 신중히 여기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오래전, 어떤 도인이 산 속에서 도를 닦고 있었다. 도인은 사미(沙彌)를 사위성으로 보내어 매일 쌀 한 말씩을 구하고 게송도 하나씩 익히도록 하였다.
성 안 길거리에 자리를 펴고 앉아 있는 어떤 현자가 있었다. 걸어 다니면서 말을 중얼거리는 사미를 보고 그가 물었다.
“쌀을 얻으러 두루 돌아다니면서 말을 중얼거리는 까닭이 무엇인가?”
사미가 답했다.
“저의 스승님은 산에서 도를 닦고 계시는데 저에게 매일 쌀 한 말을 얻고 게송 하나씩을 익히라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걸어 다니면서 게송을 암송하고 있습니다.”
현자가 다시 물었다.
“만약에 쌀을 얻어 져 나르는 일이 없다면 게송을 몇 개나 암송할 수 있겠는가?”
사미가 말했다.
“게송 열 개는 암송할 수 있습니다.”
현자가 다시 말했다.
“다시는 날마다 쌀을 져 나르지 말게. 내가 그대를 대신하여 쌀을 져 날라 주겠네.”
사미는 기뻐하면서 바로 자리에 고요히 앉아 공부에 들어갔다. 현자는 사미를 위해 쌀 아홉 가마를 져 날라 주었다. 그 뒤, 사미를 시험해 보니 혼자 모든 불경에 신속히 통달해 있었다.
현자는 다음 생에 이 세상에 태어나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으니, 그의 이름은 아난(阿難)이었다. 부처님께서는 12부(部)의 경전이 있는데 아난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총명한 복을 받아서 하나를 물으면 열을 알았다.
이로써 후세 사람들에게 말씀하여 보이시니, 복과 덕은 마치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듯 몸을 좇으며 뿌린 씨앗을 따라 각기 복을 얻는다. 행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오래전, 어떤 도축업자가 소 천 마리를 충분히 살찌도록 키워서 날마다 한 마리씩 잡아 고기를 팔았다. 이렇게 하여 5백 마리가 죽었다. 하지만 남은 5백 마리는 서로 뛰어오르고 장난치면서 함께 떠들고 툭탁거리는 데에만 열중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마침 그 나라에 오셨다가 소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시고는 불쌍히 여기시고 돌아가셔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소들은 참으로 어리석어서 친구들이 모두 죽게 되었는데도 서로 장난치며 떠드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다. 사람들도 이와 같다. 하루가 지나면 사람의 목숨도 그만큼 줄어든다.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