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청문경(天請問經)

천청문경(天請問經)

대당(大唐) 삼장법사(三藏法師) 현장(玄奘)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박가범(薄伽梵)께서는 실라벌국(室羅筏國)의 서다림(誓多林) 급고독원(給孤獨園)에
머물고 계셨다.

그 때 생김새가 매우 아름답고 뛰어난 한 천자가 한밤중에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으로 물러났다.

이 천자의 위엄 있는 빛은 참으로 크고 눈부시게 빛나 서다림 동산을 두루 비추었다.

이때 그 천자는 묘한 게송[伽陀]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무엇을 예리한 칼이라 하고 
무엇을 무서운 독약이라 하며 
무엇을 치솟는 불이라 하고 
무엇을 칠흙 같은 어둠이라 합니까.

이 때 세존께서도 또한 게송으로 그 천자에게 일러 주셨다.

거친 말이 예리한 칼이요 
탐욕이 무서운 독약이며 
성냄이 치솟는 불이요 
무명은 칠흙 같은 어둠이니라.

천자는 다시 여쭈었다.

어떤 사람을 이익을 얻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을 이익을 잃었다고 하며 
무엇이 견고한 갑옷과 투구이고 
무엇이 예리한 칼과 몽둥이입니까.

세존께서 일러 주셨다.

베푸는 이는 이익을 얻었다고 하고 
받는 이는 이익을 잃었다고 하며 
참음은 견고한 갑옷과 투구이고 
지혜는 예리한 칼과 몽둥이니라.

천자가 다시 여쭈었다.

무엇을 도둑이라 하고 
무엇을 지혜로운 이의 재산이라 하며 
누구를 하늘과 인간 세상에서 
큰 도둑이라 일컫습니까.

세존께서 일러 주셨다

삿된 생각이 도둑이고, 
시라(尸羅:계)가 지혜로운 이의 재산이며 
모든 하늘과 인간 세상에서 
계율을 범한 자를 큰 도둑이라 부르느니라.

천자는 다시 여쭈었다.

무엇이 가장 편안한 것이며 
무엇이 큰 부귀이며 
무엇이 항상 단정하고 아름다운 것이며 
무엇이 항상 못나고 천박한 것입니까.

세존께서 일러 주셨다.

애욕 적은 것이 가장 편안한 것이요 
만족한 줄 아는 것이 큰 부귀이며 
계율을 지니는 것이 항상 단정하고 아름다운 것이요 
계율을 깨는 것이 항상 못나고 천박하는 것이니라.

천자는 다시 여쭈었다.

무엇이 좋은 권속이고 
무엇이 악심 품은 원수이며 
무엇을 극심한 고통이라 하고 
무엇을 으뜸가는 즐거움이라 합니까.

세존께서 일러 주셨다.

복은 좋은 권속이요 
죄는 악심 품은 원수이며 
지옥은 극심한 고통이요 
나지 않는 것이 으뜸가는 즐거움이니라.

천자는 다시 여쭈었다.

무엇이 사랑스럽지만 마땅하지 않은 것이고 
무엇이 마땅하지만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며 
무엇이 지극히 온몸을 태우는 
누가 바로 위대하고 훌륭한 의사입니까.

세존께서 일러 주셨다.

모든 욕망은 사랑스럽지만 마땅하지 않은 것이고 
해탈은 마땅하지만 사랑스럽지 않으며 
탐욕은 온몸을 태우는 병이요 
부처님이 바로 위대하고 훌륭한 의사이니라.

천자는 다시 여쭈었다.

무엇이 능히 세간을 덮어버리고 
세간은 무엇에게 홀렸으며 
무엇이 친구를 버리게 하고 
무엇이 하늘에 나는 일을 막습니까.

세존께서 일러 주셨다.

무지(無智)가 세간을 덮어버리고 
어리석음에 세간이 홀렸으며 
인색하고 욕심부림이 친구를 버리게 하고 
번뇌가 하늘에 나는 일을 막느니라.

천자는 다시 여쭈었다.

불로도 태우지 못하고 
바람으로도 부수지 못하며 
물로도 썩힐 수 없으면서 
능히 세간을 부지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능히 왕이나 도둑들의 상대가 되어 
용맹스럽게 맞서 항거할 수 있으며,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의 
침해를 받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세존께서 일러 주셨다.

복은 불에 타지 않고 
바람으로도 능히 부수지 못하며 
복은 물에도 썩지 않으면서 
능히 세간을 부지하는 것이니라.



능히 왕이나 도둑의 상대가 되어 
용맹스럽게 맞서 항거하고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의 
침해를 받지 않는 것은 바로 복이니라.

천자는 다시 여쭈었다.

제가 지금도 여전히 의심이 있으니 
부처님이시여, 부디 끊어 주소서.


현세와 과거와 미래세에 
무엇이 스스로 속이는 것입니까.

세존께서 일러 주셨다.

만일 아주 많은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능히 복을 닦지 못한다면 
현세와 과거와 미래세에 
그것이 바로 스스로 속이는 것이니라.



이 때에 그 천자는 불세존께서 이 경을 말씀하신 것을 듣고 
기뻐하여 한없이 마음이 뛰놀면서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찬탄하며, 
부처님 발에 예배하였다.

그리고서 곧 부처님 앞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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