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도 의주땅에 상인 하나가 있었다.
그는 중국을 왕래하면서 북경에 있는 중국인 호상(豪商)과 친분이 두터워 상거래뿐만 아니라 많은 돈을 빌려 쓰고 하여 큰 돈을 벌고 있었다.
어느 해 그는 차금(借金)을 반환할 기일이 지났는데도 돈을 갚지 않으려고 꾀를 생각하였다.
은혜를 생각하지 않은 그는 북경으로 가는 인편에 부탁하기를 자기는 이미 죽어서 세상을 떠났을 뿐더러 재산도 탕진하였다는 등 거짓 전갈을 부탁하였다.
이러한 속임수 그대로 믿어 북경 상인은 자기의 돈을 잃었다는 생각은 고사하고 그 사람이 죽었음을 가엾게 여기고 눈물을 지으면서 애절한 제문(祭文)을 지어 이와 함께 많은 돈을 조위금으로 해서 그 인편에 전해주었다.
중국 땅에서 월여만에 돌아와 본즉 그 악덕상인은 자기가 꾸민 대로 그 동안에 급병을 앓다가 정말 죽어 있었다.
병을 고치느라고 있는 돈은 다 탕진한 채 죽어버렸던 것이다.
북경상인이 보낸 조위금은 장례비용으로 쓰고 그 제문은 그대로 쓰여졌음은 물론이다.
<연암문집―燕岩文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