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탐의 형님과 착한 동생
호남지방에 어떤 형제가 살고 있었으니, 형은 부모로부터 받은 많은 재산을 곧 탕진하였지만, 동생은 근면 착실해서 더욱 큰 부자가 되었다. 그래서 동생은 형을 항상 도와가면서 살았다.
그런데 이를 시기한 형은 동생의 재산을 빼앗아 볼 양으로 음흉한 계략을 생각하는 것이었다.
하루는 동생에게 공갈 협박하는 서신을 익명으로 보내되
「나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산적의 두목인데, 너의 생명을 보전하려거든 나의 명령에 따르라.」
는 것이었다.
내용인즉 그의 아버지를 파헤쳐서 두골을 갖고 왔으니 모일 모시에 모처로 나오되 돈 1천냥을 가지고는 것이었다. 더구나 관가에 고발하면을 몰살하겠노라고 했다.
동생이 이 협박장을 받아보고 대경실색하여 아버지의 묘소를 찾아가 보니 과연 파헤쳐져 있고 시체의 목이 잘려 있었다.
그는 급히 형을 찾아가 상의하니 형도 깜짝 놀라면서 말하기를
「일이 이렇듯 위급하니 돈 1천냥이 문제인가. 어서 주저하지 말고 부친의 두 골을 찾도록 하자.
그렇게 하여야만 너에게 복이올 것이며 이 일은 우리 집안의 망신이니 아예 관가나 남들에게는 말하지 말고 투서대로 따르자.」
고 한다. 동생은 형의 말을 받아들여 일단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는데, 이때 형의 아들인 조카 녀석이 말하기를
「비록 나이가 어리고 힘이 없다지만 어떻게 그놈들의 뜻대로 한단 말입니까. 제가 그 원수를 한 칼에 목을 베어 갚겠습니다.」
라고 하면서 나선다.
그래서 두 형제는 극구 만류하며
「그것은 만용이며 목숨이 위태롭다.」
고 충고하였으므로 일단 어른들의 뜻에 따르는 태도였다. 그리하여 동생은 돈 천냥을 가지고 지정된 장소를 찾았다. 도적은 복면을 하고 음성도 우렁차게 불호령으로
「돈부터 주어야 이 두골을 건네주겠다.」
는 것이다.
그런데 도적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주위에 숨어 있던 그의 조카가 서리 같은 칼날을 휘두르며 끝내 도적의 목을 베었다.
목이 떨어진 도적의 복면을 벗기고 보니 바로 이 소년의 아버지인 그의 형이었다.
<변곡명삼인집(卞穀明三人集)>